요즈음 뉴스는 기름값 올라갔다는 소식 빼놓으면 없을 정도다.
주유소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개론 당 7달러를 넘어 8달러에 가깝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달러 미만이었는데 따불이 되었다.
이것이 꼭지였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에 기름을 넣었더니 80달러가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단다.
나 역시 엊그제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코스트코로 향했다.
기름을 채웠더니 107달러가 나왔다. 깜짝 놀랐다.
평상시에는 60달러 미만이면 만탱크 채웠는데……
식료품 가격도 매일 치솟는다.
외식하러 나가기도 무섭단다. 음식 가격 역시 놀라울 정도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달러를 풀어댈 때 알아봤다.
경기 침체를 막겠다고 돈을 마구 찍어대더니,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더니 결국 올 것이 왔다.
전형적인 인플레이션 형국이다.
부동산 가격이 곱절도 더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다른 물가가 따라 올라야 균형을 맞추리라.
모든 물가가 다 올라 다시 균형을 찾기까지는 2~3년은 걸릴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1070년대 말, 그러니까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오일 파동이 일어나면서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서 자동차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름 넣던 때가 있었다.
오일 가격이 오르면서 모든 물가가 따라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도 먼저 집값이 곱으로 올랐다. 그리고 나서 모든 물가가 경쟁하듯 따라 올랐다.
인건비는 맨 마지막에 올라갔다.
레이건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면서 은행 대출이자를 20%로 높였다.
대출이자가 20%이면 대출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모든 경제활동이 정지되고 말았다. 그렇게 1년여를 지나고 나서야 서서히 은행 이자를
낮추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향후 1∼2년 이내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인사다.
경기침체 조짐이 없다는 재닛 옐런 현 정부 재무장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40년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무려 8.6% 급등하면서 1981년 이후
최대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과 유가에 따라 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정학적 이슈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유발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하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었지만 러시아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것은
‘너 죽고 나 죽자’는 물귀신 작전에 불과한 불장난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서방 국가의 두 곱이
더 되겠지만 그까짓 러시아야 어떻게 되든 말든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 역시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한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나면 어떻게 될 것이냐?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없고 확실한 경기침체의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 침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마치 1980년대 후반처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아무도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리라고 예견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 벌어질 변수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