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주는 행복(幸福)
행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쓰여있다.
나는 사전의 해석에 공감한다.
영어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해석하며 한문은 또 어떤가.
1) happiness, hapless, perhaps, happenstance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진 단어지만,
어원상 모두 다 친척 관계다. 모두 다 ‘hap(우연)’에서 나온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복의 본질은 우연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
2) 幸福은 (幸)다행 행자에 (福)복 복자를 쓴다.
행(幸)은 다행의 준말로 운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면 다행은 무슨 뜻인가?
‘多幸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이라고 쓰여있다.
복(福)은 편안하고 만족한 상태와 그에 따른 기쁨, 좋은 운수이다.
幸과 福을 합친 행복이란
- 복된 좋은 운수.
- ‘욕구가 충족되니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해석을 살펴보면 행복은 우연한 좋은 운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이 우연? 좋은 운수?라니 이해가 잘 안 된다.
나는 이상 문학상을 받은 작가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일이 있다.
작가분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과연 운이 좋다고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운이라는 것도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지 준비도 없이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니다.
준비도 준비 나름이다. 철저히 준비한 자에게 운이 따르는 것이리라.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을 떠난 긍정심리학의 거장,
미하이 칙센미하이의 평생 관심분야는 창의성과 행복이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삶이 보다 창의적이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창조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그가 관심을 갖게 된 주제가 몰입이었다.
그는 창조성이 뛰어난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작업에 깊이 몰두하는 공통적 특징을 발견했다.
몰입의 상태에 있을 때, 다시 말해 고도의 집중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 있을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몰입 이론이다.
몰입은 집중력과 창조성을 높이며 삶에 대한 만족감, 행복감을 높인다고 그는 말했다.
몰입은 자신과 자신이 하는 작업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다.
무언가 좋아하는 일에 깊이 빠지다 보면, 어느 순간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지에 이른다. 무아지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 고도로 까다로운 수술 중의 외과의사,
고난도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가 등에게 몰입은 필수다.
몰입을 통해 작업을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삶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지고,
내면의 의식도 그만큼 고양된다.
몰입 상태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무감각이다.
한 30분 지났나 싶은데 너덧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식이다.
몰입을 저급하게 말하면 미치는 거다.
아인슈타인처럼 “천재성은 1%이고 나머지 99%는 노력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Stay hungry, Stay foolish”
미친다는 것은 술 마시는 것과 같아서 얼마만큼 취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술도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망나니가 되는 것처럼
미치는 것도 잘 미치면 몰입이 되고 잘못 미치면 정신병자가 된다.
글쓰기, 그림, 사진, 서예, 춤, 음악 등 무엇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미치도록 몰입하면 좋은 운도 따라온다. 꼭 좋은 운을 바라고 몰입할 것은 아니지만,
미치다 보면 신비로운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고인 물 같던 삶이 바뀔 것이다.
글쓰기, 그림그리기 등 ‘구십이 넘도록’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삶이 끝없이 신나고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