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새다.
애완동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공생한다.
문제는 비둘기의 배설물이다. 비둘기도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온종일 먹고 싸는 일만한다.
새는 소변을 눋지 않는 동물이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대변을 배설한다.
새의 배설물은 산성으로 매우 독해서 웬만한 페인트는 변색되기도 하고 콘크리트에는
배설물 자국이 영원이 남을 수도 있다.
자동차에 새의 배설물이 떨어지면 제때 닥아 버려야지 그냥 놔뒀다가는 자동차 도색이
변하는 수가 있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한마디로 말해서 골치 거리다.
건물이나 기념동상 주변에 비둘기가 서식하면 배설물 치우는 미화원의 수고가
갑절로 늘어난다. 골치를 썩이기 마련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야외 전철역에는 어김없이 비둘기들이 서식한다.
비둘기들도 사람이 들끓는 곳이어야 그나마 얻어먹을 부수거리라도 있어서 전철역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거기까지는 좋으나 건물 창가에 앉아서 배설물을 쏟아놓으면 이건
지저분하고 보기 흉하다.
비둘기가 오지 못하게 철망을 쳐 놓기도 하고 총소리로 쫒아내기도 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가을이면 우리 집 감나무에 감이 무척 많이 달린다.
감이 익어갈 무렵이면 새들이 모여든다.
주로 울새가 오는데 울새는 참새처럼 생겼으면서 덩치는 참새 두세 배만큼 크다.
새들이 와서 익은 감만 쪼아 먹는다.
아무리 쫒아도 소용없다. 잠시 피했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한번은 철물점 아저씨의 말을 듣고 가짜 매를 한 마리 사왔다.
은박지 풍선으로 매와 똑 같이 만들어 색체를 입혔으니 언뜻 보기에 진짜 매처럼 생겼다.
가짜 은박지 풍선 매를 나무에 매달아 놨다. 새들이 겁먹고 도망 갈 줄 알았다.
그러나 새들도 머리가 있어서 진짜 매인지 가짜매인지 보고 안다.
아예 가짜 매 옆에서 신나게 논다.
엘 세리토 바트 전철역은 비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맹금류 매를 고용하기로 했다.
해충 퇴치 회사에서 임대로 고용한 매와 매사냥꾼을 동시에 고용한 것이다.
매사냥꾼 리키 오르티즈는 처음 작전을 시작했을 때의 장면에 대해
“어디에나 비둘기가 지천이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역의 선반, 표지판, 플랫폼, 배관 도관은 비둘기들이 번성하기에 완벽한 오아시스와
같은 환경이 된다. 모여드는 비둘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전철역 관계자가 말했다.
비둘기와 그들의 배설물이 눈에 거슬리는 것뿐만 아니라 박테리아나 기생충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위험도 있다.
전철역은 비둘기들이 자주 앉는 곳에다 날카로운 가시도 심었고 그물을 설치하는 것에서부터
올빼미 조각상을 들여오고 소음을 실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많은 비둘기 제거 전술을
시도해왔으나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했다.
드디어 마지막 작전으로 매와 사냥꾼을 고용한 것이다.
k비둘기의 천적인 매는 주인인 리키 오르티즈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역으로 ‘출근’해
여덟시간 정도 머문다. 현재 작전은 주인의 장갑에 위풍당당하게 앉은채 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비둘기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르티즈는 “일주일이 지나니 확실히 눈에 보이는 비둘기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해리스 매는 맹금류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족단위로 무리를 이뤄서 생활한다.
이런 사회성 때문에 ‘날아다니는 늑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윽고 천적인 매의 존재를 알게 된 비둘기들이 본능적으로 하나둘씩 터전을 옮기게
되는 게 현재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