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심은 토마토 모종이 어른 무릎만큼 자란 다음 갑자기 시들어갔다.
물이 부족해서 그러나 하고 물을 많이 주었으나 점점 더 비실비실 시들기만 했다.
노인이 사는 집 실내 화초는 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노인은 하는 일이 없으니까 화초에 물만 준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화초가 죽는다는 거다.
내가 토마토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하고 며칠 물을 주지 않았다.
이제는 그만 완전히 시들고 말았다.
물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병충해가 왔나보다 했다.
다시 토마토 모종을 사다 심었다.
한동안 잘 자랐다. 어른 무릎만큼 자란 다음에 역시 시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병충해를 의심하고 아무리 살펴보고 관리해도 점점 시들어만 갔다.
뭐! 건강이 약이지 별것 있나 하는 생각에 닭똥을 한 삽 떠서 토마토 식물 주변 흙 위에
뿌리고 물을 줬다.
아! 이게 웬일인가. 다음 날 아침 토마토 잎이 빳빳하게 살아나 생글생글 웃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알았다. 그동안 토마토가 시들었던 것은 영양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다.
영양실조로 시들시들 죽어갔던 것이다.
그까짓 닭똥 한 삽에 반짝 살아나다니……
앞마당 잔디밭과 뒷마당 잔디에 열심히 물을 준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을 줬다.
뒷마당 잔디밭에 곰팡이가 생겼다.
잔디밭에도 곰팡이가 생긴다고?
잔디밭에 곰팡이가 생긴다는 건 오래전에 학습을 통해서 알았다.
파란 잔디가 마치 얼굴에 도장 버짐같이 또는 깎아 머리에 기계충처럼 동그랗게 말라 죽는다.
작게는 지름이 한 뼘 정도 크기이고 크게는 두어 뼘 크기도 있다.
일단 잔디밭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면 옮겨가면서 번져간다.
파란 잔디밭에 동그란 모양으로 군데군데 누렇게 죽어간다.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구조의 크기가 작고 토양이나 사체에서의 수수께끼 같은 생활 방식
때문에 눈에 띄지 않다가 때가 되면 나타난다.
곰팡이는 종류도 수천 가지이고 식물, 동물 또는 다른 곰팡이와 기생충의 공생충이 포함된다.
이로운 곰팡이도 있고 독을 품은 곰팡이도 있다.
먼저 언급했던 얼굴의 도장 버짐이나 기계충도 곰팡이의 일종이다.
아무튼 곰팡이 죽이는 약을 사다가 뿌렸다.
그렇다고 약이 잘 먹혀들어 가는 것도 아니어서 곰팡이를 잡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도 그렇고 영양이 부실하면 몸에 부스럼이 난다.
사실 버짐이나 기계충 같은 것들은 가난해서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에 유행했다.
잘 먹고 토실토실하면 기름이 흐르지, 부스럼 같은 건 얼씬도 못 한다.
잔디에 영양이 부족한 것 같아서 나는 비료를 주었다.
비료를 주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잔디가 무성하게 자란다.
언뜻 보기에도 건강한 잔디처럼 보인다. 그때서야 알았다. 잔디가 영양실조였다는 사실을.
매년 봄이면 한 차례씩 비료를 줘야 하는데 작년에도 금년에도 깜빡 잊고 비료를 주지
않았다.
전에 멕시칸 정원사가 잔디를 깎을 때는 지가 알아서 봄이면 비료를 주곤 했다.
그런데 월남인 정원사로 바뀌고 난 다음에는 비료를 주는지 안 주는지 알 수가 없다.
미덥지 않아서 내가 주어 버릇했더니 비료는 집주인이 주는 걸로 치부해 버린 것 같다.
그까짓 것 누가 주든 간에 일 년에 한 차례 비료를 줘야지, 그렇지 않았다가는 잔디가
영양실조에 걸려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식물이던지 간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병이 난다.
이러니 북한에서 제때 밥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어떠하겠는가.
목숨은 겨우 부지했다손 치더라도 질병에 취약할 게 아니냐.
김정은과 그 주변 사람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