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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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였다.

공원 입구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가볍게 등산이나 할 요량이었다. 가볍다고는 해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코스다.

코스를 다 돌아 나왔다.

차에 들어가 앉았는데 자동차 앞 유리 윈쇼 와이퍼에 메모지가 끼어있다.

무슨 메모인가 해서 다시 차에서 내려 메모지를 꺼내 보았다.

누구인지 이름은 안 적혀 있었지만 친절한 알림이었다.

당신 자동차 밑에서 캐털리틱 컨버터(catalytic converter)를 절단하는 절도범을 발견하고

쫓아 버렸습니다

 

나는 캐털리틱 컨버터(catalytic converter)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냥 누구인지는 몰라도

고마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머플러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두 곱은 크게 들렸다.

그냥은 도저히 끌고 다닐 차가 못 된다.

경찰을 불러서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메모를 받아든 경찰이 머플러 수리소에 가서 고쳐야 한단다.

그러면서 부품을 도둑맞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알려 준다.

캐털리틱 컨버터(catalytic converter)가 돈이 되기 때문에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캐털리틱 컨버터(catalytic converter)배기 매니폴드 머플러 사이에 장착되어 있으며,

배출되는 배기가스 중에 인체에 유해한 탄화수소(HC), 일산화탄소(CO)

질소 산화물(NOx)을 무해한 성분으로 변환되도록 촉매 작용을 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부품은 알루미나를 주체로 해서 표면에 백금과 로듐을 얇은 막으로 처리했으며,

특히 납 성분에 약한 특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무연 휘발유만을 사용해야 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부속품에 백금이 들어있어서 돈이 나가기 때문에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는 자동차 부품이다.

 

캐털리틱 컨버터가 어떤 부속품인지 알고 났더니 유사 사건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만 당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미 당했다.

 

일 예로 캐스트로밸리에서 캐털리틱 컨버터 절도범이 범행 현장을 들키자 피해 주민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터졌다.

집 앞에 세워둔 차에서 캐털리틱 컨버터를 떼어내려던 절도범 4명과 맞서려던 집 주인은

범인이 쏜 총에 맞아 부상입었다.

피해자는 다리에 총을 두 발이나 맞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절도범들은 은색 세단을 타고 도주했다.

알라메다 셰리프국은 오클랜드로 향하는 150I-580 고속도로에서 용의 차량을 발견하고

정차를 시도했으나 용의자들은 멈추지 않았고,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가 합류하면서 추격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도주했다.

용의자들은 월넛크릭 트릿 블러버드와 버스커크(Buskirk) 애비뉴 교차로에서

충돌 사고를 내고 차에서 나와 도주했다.

버리고 간 용의자들의 차량 트렁크에서 캐털리틱 컨버터 부속품들이 발견됐다.

 

오클랜드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는 피해 주민 아투로 코로나도(60)가 절도범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버클리에서 범행을 목격한 이웃 주민이 범인들과 대치해 총격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총상은 피했다.

당국은 범행 목격 시 직접 대항하지 말고 집 안에서 911에 조용히 신고해 목격 장면을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권고했다.

 

공원 입구 작은 주차장에서 내가 직접 범인들과 마주쳤다면 나 역시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범인들이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덤벼들었다가는 일순간에 죽었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산다는 게 감사한 일이며 건강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다.

모든 것을 소유한 나는 부자다. 행복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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