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누님 친구가 투석하러 다닌다.

일주일에 3차례나 병원에 가서 투석하고 온다.

누님이 자동차 운전을 하니까 누님에게 부탁해서 누님이 태워다 준다.

누님이 85세인데 누님 나이쯤 되면 친구 중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운전하는 누님은 인기가 많다.

투석하는 친구가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기가 막힌다.

어제 멀쩡히 투석하고 왔는데 떡하니 투석을 거른 것 같단다.

분명히 다녀왔다고 해도 믿지를 못한다.

할 수 없어서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어제 투석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차트를 다 들춰보고 투석했단다.

둘이서 간호사가 하는 말을 분명하게 들었다.

그러면 믿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다 다른 친구에게 가서 똑같은 소리를 하더란다.

남을 믿지 못하고 돌아가는 꼴이 분명 손님이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형님 친구분이 죽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치매였다고 한다.

어느 날 삼킴 장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삼키는 행위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단순한 작동 같지만 한 번 동작에 뇌신경 12개 중 6개가 쓰이고, 50여 개의 쌍으로 된 근육이 정교하게 조절돼 일어나는 움직임이다.

삼킴 곤란에 대한 진단이 되면 이후에는 적절한 식이 처방 및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삼킴 장애 치료의 기본은 구강 위생 및 치아 관리, 충분한 영양 및 수분 공급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입으로 먹기 불가능하면 코에서 인두를 거쳐 위까지 60~70길이의 비위관(Levin-tube)을 삽입하거나, 2~6개월 이상 장기간 삽입해야 하는 상황이면 위루술을 시행해야 한다.

말이 쉬워서 위루술인가 삽입술을 한다고 하지 실제 상황이 되면 낫는다는 보장이 없는

환자를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해서 삽입술까지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간병인도 그렇고 환자도 못 할 짓이다.

그냥 죽으라는 병이려니 생각하고 굶겨 죽였다.

 

엊그제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온다.

젊은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 양로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CCTV로 확인된 것은 집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간 아침 945분뿐.

그 이후 6시간가량의 행적이 묘연해서 모두 안절부절 소동을 피웠다.

경찰이 양로병원 주변으로 총출동하고 헬리콥터 2대가 뜨고,

심지어 할머니가 사용하던 베개에 남아있는 체취를 경찰견에게 맡게 한 다음 주변을

샅샅이 찾았는데 도무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두 지쳐서 기진맥진할 무렵 어느 백인 남성이 할머니를 발견하고 구글을 통한 연락처를

찾아 소식을 전해왔다.

소식을 들은 직원들이 너무 기뻐서 합창이나 하듯 함성을 질렀다.

 

진작 돌아온 할머니는 이 같은 기억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자기는 밖으로 나간 적도 없고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경찰이 자기를

양로병원으로 데려왔느냐고 물을 뿐이었다.

점심도 거른 채 숲길을 헤매었던지 손톱 밑의 흙 부스러기, 옷자락에 묻은 먼지 자국,

신발 안 수북한 나뭇잎과 작은 돌멩이가 명확한데도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히려 창피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만 한다.

본인은 조용히 있다가 죽으려는데 이런 사고를 친 거냐고 되려 물었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냥 헛웃음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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