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문화의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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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모어 쇼핑센터에 갔던 게 코로나19가 쳐들어오기 전이었으니까 꽤 오래됐다.

몇 년 만에 가보기로 했다. 주말엔 사람이 붐빌 것 같아서 주중에 갔다.

주중인데 일하러 가지 않고 쇼핑센터에 나다니는 사람은 늙은 나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대로 사람들이 있었다.

더러 문 닫은 가게들도 눈에 띄기는 했지만 아주 한산하지는 않았다.

내가 즐겨 드나들던 유명한 네임브랜드 상점 몇 곳을 들렸다.

제이 크루에서 티셔츠 하나 샀다.

사이즈 M이면 내게 완벽하게 맞기 때문에 색깔만 마음에 들면 된다.

셔츠가 필요해서 집어 든 게 아니라 시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산 셔츠다.

가격을 높이 책정해 놓고 그 가격에서 50% 깎아준다는 세일이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30%는 높은 가격이다.

 

5th Ave에 들러 선글라스도 샀다.

실내에서 쓰는 선글라스다.

색깔이 이중이어서 유리알 윗부분은 조금 짙은 색이고 아래는 옅은 색이다.

TV에 출연하는 사람 중에는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좋게 보였다.

혹시 TV에서 나에게 인터뷰하자고 한다면 쓰려고 산 선글라스다.

TV 인터뷰라니? 가능한 일이냐? 하겠지만 혹시 누가 아는가.

정말로 믿으면 곤란하고,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다.

 

영국에는 유명한 상품 버버리라는 게 있다.

우리에게는 바바리 코트로 잘 알려진 상표다.

전에 버버리 백화점에 들어가 봤는데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은 없었다.

그 후로 쇼핑센터에 가도 버버리 백화점엔 들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라 보였다.

버버리 백화점에 들어가려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백화점 직원이 문 앞에 서서 손님 두 사람이 나가면 두 사람을 들여보내는 식이다.

백화점이 정원제도 아닌데, 안에 손님이 꽉 찼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도

입장을 통제하다니…….

손님들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쇼핑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한 백화점의 배려차원이다.

뭐가 그리도 살 게 있는지 궁금했지만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백화점에 들어가는 손님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조그마한 버버리 백화점까지도 손님 밀도를 통제하는데

하물며 대형 축제에 몰려들 인파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건 경험 부족도 아니요,

통제 능력 부재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상혼 때문이다.

 

언제였던가 여수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린 일이 있다.

나야말로 KTX 열차 타고 박람회 구경차 갔었다.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시관 한 곳을 입장하려면 줄을 서서 두세 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다.

결국 반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여수 세계 박람회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어보았다.

박람회 주최 측 관계자와 인터뷰한 대목이 실렸는데

기자– ”방문객이 너무 몰려서 제대로 구경도 못 했다는 불만이 많더라.“

주최 측– ”입장객이 예상보다 적어서 적자가 날 것 같다.“

 

아뿔싸나는 이 기사를 보고 주최 측에서 더 많은 입장객을 꾸겨 넣으려 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관람객의 편의, 즐길 거리에는 상관없이 그저 돈이 많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어떤 축제이건 사람 모으기에만 급급했지, 찾아온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즐길 것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즐기든가 즐기지 못하는 건 우리로서는 알 필요 없다는 식이다.

알뜰살뜰한 보살핌과 배려심 결여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이태원 참사 역시 이와 같은 배려 문화에서 발생한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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