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소 문화

IMG_2-1-1 (4)

나는 일본의 깔끔떠는 문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일본인들의 얼고 닦으면서 깨끗한 척하는 문화가 싫다.

카타르에서 일본이 독일을 2:1로 물리친 경기를 보면서 일본의 분투에 놀랐다.

더군다나 일본 응원단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경기장을 청소했다.

자기네들이 앉았던 자리를 깔끔히 치웠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들의 청소 문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문화가 아니다.

 

나는 1975년 일본을 여행한 일이 있다.

교토 고궁에는 노루 사슴이 사람들을 보고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따라다닌다.

일본 여자 관광 가이드가 교토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토에서는 아침에 죽은 사슴시체가 자기 집 문 앞에 있으면 군주가 그 집 주인 목을

베었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집 앞을 쓸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살벌한 청소 문화의 시작이다.

 

아내의 친구가 고베에서 산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고베까지 가는데 어떤 젊은 일본 여자가 아기를 업고 앞좌석에 앉았다.

벤또를 사서 먹고 빈 밴또 쓰레기를 차곡차곡 싸더니 기저귀 가방에 넣는 걸 보았다.

다음 역에서 내리면서 열차 문을 열고 나가면서 앉아있는 손님들을 향해 인사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칸센이 달리는 내내 차창 너머로 멀리 아파트들이 보였는데 아파트 베란다마다 이불을

내다 널어놓은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독일에서 살다 온 미국인 부부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독일 여자들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한다.

청소만 하는 게 아니라 이불을 밖에 내다 널어놓는다. 햇볕에 소독한단다.

그러면서 미국 여자들의 게으름을 흉보더란다.

침대에 이불을 깔아놓고 한 번도 내다가 소독도 하지 않고 자느냐는 것이다.

 

일본인이나 독일인은 내 것에 관한 한 철저히 청소하면서 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인들은 더럽기가 그지없다.

한중 국교가 처음 열렸을 때 중국에 갔었다.

조선족이 한국인 관광 가이드 일을 맡고 있었다.

조선족 관광 가이드가 서울에 가보았단다. 그래 서울이 어떻더냐고 물어보았다.

거리가 깨끗한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하긴 한국은 일본만큼 깨끗하지는 못해도 중국보다는 깨끗한 게 사실이다.

요즘 들어 북한을 탈출해서 남한에 들어온 북한인들이 남한을 가리켜 깨끗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남한을 북한에 비교한다면 백번 깨끗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100년 전 조선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옛날 한국 시골집 방에 들어가면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방에 한참 앉아있어야 코가 냄새에 마비돼서 같이 앉아있어도 견뎌냈다.

일본인들은 방에서 냄새난다고 추운 겨울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먼지떨이로

돌아가면서 탁탁 털어댔다.

한번은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에 있는 일본 극장에 들어갔다.

화면 밑에 영어로 자막이 나오는 일본 영화를 보는데

밤에 길가 전봇대에다가 대고 오줌을 누는 장면이 나왔다.

일본인 아주머니가 집에서 나오다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더러운 조센진 저리 가라고

야단치는 장면이었다. 참으로 보기에 민망했다.

일본인의 의식 속에 한국인은 더럽다는 인식이 배어있는 장면이었다.

 

청소를 철저히 하면서 깨끗하게 사는 게 참 인간답게 사는 인생길이냐?

이건 다른 문제이다.

깨끗하다는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한국인들은 이만하면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은 그만하면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의 기준이 좀 더 까다롭다고나 할까?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고 교육받으면서 자란다.

당연히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게 된다.

남에게 폐 끼치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하는 공동체 문화, 항상 남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이는 일본인의 의식 구조에서 청소 문화도 발생한다.

 

어젯밤 일본 축구는 코스타리카에 1:0으로 패했다. 해설위원도 뜻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망감에 빠진 응원석에서 파란 쓰레기봉투를 든 사람들이 등장했다.

자기네가 어지른 쓰레기는 자기네가 치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쓰레기는 일본 응원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코스타리카 응원석을 물론이려니와 관중석은

모두 쓰레기로 차 있다.

일본인들의 특징은 자기네들이 어지른 쓰레기만 치운다는 사실이다.

이웃은 아랑곳없이 나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문화이다.

나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문화가 가져오는 상대적 피해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 문화가 보여주듯 집단 문화는 결국 창의력의 결핍을 불러오고

이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면서 미국처럼 발명의 문화를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이 축구 경기장에서 보여준 청소 문화가 개개인 스스로 자발적이었을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