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진료실의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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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병원을 드나들다가 한국 병원에 들어가면 모든 게 오밀조밀하다.

건물 크기서부터 안에 들어서면 한국 병원의 로비는 작게 설계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그게 그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규모가 작게 설계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영화 촬영장에 가면 건물과 거리 그리고 소품들이 실제 크기보다 작게 지어져

있는 것처럼.

 

한국과 미국의 진료 시스템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진료실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의사 방에 들어가서 진료받는다.

의사는 온종일 자기 방 자기 책상 앞에 앉아있고 환자들이 들락거린다.

적어도 한 시간에 4~5명 환자를 진료한다.

의사 방에는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고 주변에 의사가 필요로 하는 집기라든가 시설들이

있다. 진료 시간에 의사가 무엇이든 주문하면 곧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간호사도

대기 중이다. 의사는 컴퓨터에서 환자의 차트를 읽어보면서 환자에게 문진부터 한다.

진료라는 게 지극히 숨겨진 개인 정보다. 환자만이 알고 있는 문제, 고민거리인데

의사 방에 들어가서 간호사도 있는 데서 말하기는 좀 그렇다.

때로는 은밀하게 의사와 의론해야 할 이야기도 있고, 때로는 의사에게만 보여줘야 하는

부위도 있기 마련이다.

의사도 그렇지, 환자의 옷을 벗겨 보기도 해야 하고 만져보기도 해야 한다.

병원은 각종 환자들 때문에 병균이 들끓는 공간이다.

의사 방이라는 곳은 많은 환자가 드나들어서 전염병에 노출된 공간이다.

환자도 그렇고 의사도 서로 만졌으면 손을 씻어야 할 텐데 세면대가 없다.

먼저 환자 만졌던 손으로 씻지도 않고 다음 환자를 만지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사 방에서는 의사가 주인이다.

심리적으로 의사는 주인이고 환자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주인과 나그네가 대화하면 주인이 대화를 이끌어가고 나그네는 듣는 입장이 된다.

진정한 진료는 환자가 말을 많이 하고 의사는 주로 듣는 입장이어야 할 텐데.

 

미국 병원에서는 환자가 의사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진료 방이 4~5개 정도가 있고 환자는 간호사가 수동 혈압계로 혈압을 잰 다음

안내해 주는 진료 방에서 웃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놓고 의사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진료 방에는 누웠다가 앉았다가 할 수 있는 진료 의자가 있고, 컴퓨터 모니터,

수동 혈압계가 있다. 손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있다.

청진기를 목에 두른 의사가 노크하고 들어오면 마주 앉아서 문제점을 말한다.

주인과 나그네의 입장이 아니라 제삼의 장소에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 없이 나의 고충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다.

의사는 문진만 하는 게 아니라 옷을 벗겨놓고 아프다는 부위를 만져보고 청진기를

들이대 보기도 한다. 청진기를 대보고 등을 두드려도 보고 때로는 수동 혈압계로

혈압을 재기도 한다.

 

한국식이나 미국식 어느 진료 방식이 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식 진료 방식을 내 나름대로 유추해 보면 장단점은 이렇다.

장점으로 의사 방 하나로 환자를 진료하면 공간 하나만 있으면 되고

빨리 많은 환자를 접할 수 있다. 경제적이다.

단점은 환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사적 보장이 되지 않는다.

전염병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

꼼짝 못 하고 온종일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의사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미국식 진료 방식의 장단점은

장점으로 진료 방을 여러 개 두면 사적인 정보가 보장되고 좀 더 세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개인 치료를 받기도 한다.

: 독감 예방 주사 기간이 지났지만, 의사에게 말하면 간호사를 통해서 즉석에서

독감 예방 주사를 놓아주기도 한다.

단점은 진료 방이 은밀하다 보니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도 군대나 1960년대에는 지금의 한국과 같은 의사 방에 환자가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70년대로 들어서면서 개개인 진료 방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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