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많이 올랐다.
일산 칼국수 한 그릇에 9,000원이다.
나는 여러 날째 가격만 보고 지나쳤는데, 가며 오며 들여다보면 손님이 꽤 많다.
서비스도 없이 셀프인데 가격이 9,000원이면 비싼 거다.
파리바게뜨 식빵 가격도 올랐다.
기본적인 식빵이 3,0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 3,500원을 받기에 가격이 올랐구나
했더니 이번에는 4,500원이다. 깜짝 놀랐다.
이것저것 안 오른 게 없는데 붕어빵만큼은 안 올랐다.
2개에 1,000원 그대로다.
가장 서민적이고 가장 가난한 빵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올리지 못하는 건지 안 올리는 건지 옛날 가격 그대로이다.
코스트코 앞 사거리에 붕어빵 장사가 자리 잡은 지 2~3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올해 겨울부터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전철 사거리에서 몇 발짝 안쪽에
붕어빵인지, 잉어빵인지, 황금잉어빵인지 하는 포장마차가 생겼다.
장소가 괜찮아서 그런지 오다가다 들리는 손님이 꽤 많다.
수일 전에 지나가다가 싸구려 붕어빵이나 사다 먹을까 하고 들렸는데 주머니를 들춰보니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다. 그냥 돌아서야 했다.
어제는 팥떡을 사서 들고 오다가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500원을 주면서 하나만 달라고 했다.
흰 종이봉투에 싸서 주기에 들고 왔다.
집에 와서 종이봉투를 열어보니 하나가 아닌 2개가 들어있다.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붕어빵 아주머니는 내가 돈이 없어서 2개를 못 사고 하나만
사는 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노인이 먹기에 두 개는 많고 하나면 되겠기에 그랬을 뿐인데 붕어빵 아주머니는
돈이 없어서 하나만 사는 가난한 노인으로 생각하다니!
고맙기도 하고 마음씨 착한 아주머니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음번에 들르면 엑스트라 하나 값을 갚아야 하는 빚이 생겼다.
붕어빵은 아무 데서나 사도 맛이 똑같다.
나는 처음에 붕어빵 장사가 밤새 재료를 만들어서 들고나와 굽는 줄 알았다.
옛날에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걸쭉한 콩국수 국물 같은 밀반죽을 포대에 담아 공급받고, 묽은 팥고물을 포대에 넣어
공급해 준다.
포대 자루를 매달고 꼭지를 붕어빵 틀에 대고 포대 주둥이를 쥐어 째면 밀반죽
국물도 나오고 팥고물 주둥이를 짜면 팥고물도 나온다.
직접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스통도 공급받고 포장마차도 세내고, 밀반죽과
팥고물도 공급받으니 포장마차 주인은 몸만 가지고 비즈니스 하는 거다.
요즘은 분업화도 철저히 되어 있어서 붕어빵도 프랜차이즈화 되어있는 모양이다.
비즈니스가 프팬차이즈화 되다 보니 맥도널드처럼 어디서나 맛이 똑같다.
붕어빵을 여기서 사 먹으나 저기서 사 먹으나 맛은 그게 그거다.
맛이 같으니 옛날 같은 정은 안 간다.
하긴 현대는 옛날 같지 않아서 정 가지고 살면 안 되는 세상이니까.
오늘은 밖에 나온 김에 붕어빵을 사 먹기로 했다.
”나는 노인이 돼서 하나만 먹으면 만족한다“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로 했다.
붕어빵 포장을 들추고 들어서서 주인을 쳐다보았다.
주인은 아주머니가 아니라 아저씨다.
스키 모자를 깊숙이 쓰고 물감들인 노란 머리가 모자 밑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나는 아주머니로 착각했었다.
아무튼 지난번 일을 설명하면서 500원만 드렸는데 집에 가서 종이봉투를 열어보니
붕어빵이 두 개나 들어있더라고 말해 주었다.
붕어빵 아저씨의 해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답변이다.
조그맣게 써 붙인 가격표처럼 2개에 1,000원이라는 것이다.
하나씩은 안 판단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 나름대로 하나만 먹었으면 만족한다는 생각에서
하나만 사겠다고 했으니!
2개에 1천 원이니 하나면 500원이라고 생각하고 500원만 주었으니!
붕어빵 아저씨한테서 한 대 얻어맞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노인은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더니 별것에서 별일이 다 벌어진다.
아저씨를 아주머니로 착각하질 않나, 2개에 1,000원이라는 가격을 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나 혼자서 하나면 500원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만 사겠다고 덤비지를 않나.
심지어 마음씨 고운 아주머니로 여기고 동화 같은 소설을 쓰질 않나.
아 나는 인제 그만 살아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