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려받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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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60년대에는 모두가 가난했다.

하다못해 지폐도 가난해서 찢어지고 해진 돈이 그냥 돌아다녔다.

귀퉁이가 사라진 돈이 풀풀했고 심지어 1/4이 없는 돈도 써먹는 수가 있었다.

돈이 부상병 붕대 감듯 밥풀로 종이를 이어붙여서 써도 잘 통했다.

가난한 나라의 지폐는 지폐도 가난하다.

 

오래전에 월남 다낭에 여행 갔었는데 월남 돈은 이라는 단위이다.

은 가치가 없어서 웬만한 장사꾼 아주머니도 몇만 동 단위로 이야기를 나눈다.

돈의 가치가 없는 은 지폐가 헐었고 고무줄로 묶은 다발을 들고 다녔다.

 

미국의 달러는 지폐가 깔끔하고 종이도 질겨서 웬만해서는 찢어지지도 않는다.

달러의 가치도 만만치 않아서 돈을 지갑에 고이 모셔둔다.

지폐의 건강 상태는 그 나라의 생활 경제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도 된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돈만 많이 준다면 무슨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해낸다.

하다못해 세상에 안 나가겠다고 어미 뱃속에서 탯줄을 잡고 놓지 않던 아기도 돈 준다고 하면

금세 나온다고 했다.

돼지도 돈 앞에서는 웃는다. 죽은 돼지머리 입에다가 돈을 물려주면 웃음으로 답한다.

저승에 갈 때도 노자 해서 가라고 가짜지만 돈을 불에 태워준다.

누구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은 하면서도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부러워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서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는 구두쇠, 자린고비, 수전노 같은 사람은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돈처럼 사랑받는 종이도 없다.

아무리 좋은 선물을 줘도 돈만 못하다고 한다.

 

돈과 사랑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많은 까닭은 누구나 돈과 사랑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옛날 작품에서 보면 몰락한 양반집 둘째 아들이 갓 혼인한 처와 남모르게 도시로 나가

술장사를 하면서 돈 좀 벌었다. 돈맛이 톡톡히 든 동생은 오랜만에 찾아온 형에게

밥값을 받을 정도로 변했다.

돈을 안 쓰고 모으기만 하다 보면, 돈독이 오르면서 사람이 야박해진다.

 

돈은 모든 범죄의 씨앗이다.

돈 때문에 직위에서 물러나고 돈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감옥에 들어간다.

돈 때문에 죽은 사람은 얼마나 많고!

 

돈을 알기 전에는 인생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웃음없는 날이 없었다.

돈이 많아서 흥청망청 쓰느라고 웃고 행복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근심 걱정이 없었다. 인생은 다 그런 줄만 알았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슬금슬금 내 곁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이 내 주변에 없는 게 이상했다. 모두 돈 따라갔다. 돈 벌러 갔다.

할 수 없이 나도 남들처럼 돈이라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했다.

돈은 나를 불행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은퇴하고 났더니 돈 없어도 그만이다.

갖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신발도 해지지 않고 몸이 불어나지 않으니

입던 옷을 그대로 입어도 그만이다. 하다못해 유행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돈 없이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행복을 되돌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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