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이란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욕은 아니지만 욕보다 더한 불명예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불출에 대해서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팔불출은 본디 덜떨어진 것을 비꼬려고 만든 단어라서 8가지 행동이 아니고
실상은 7가지 행동이다.
첫째, 자기 잘났다고 뽐내는 사람(잘난 척)
둘째, 마누라 자랑
셋째, 자식 자랑
넷째, 선조와 아비 자랑
다섯째, 저보다 잘난 듯싶은 형제 자랑
여섯째, 어느 학교의 누구 선후배라고 자랑
일곱째, 제가 태어난 고장이 어디라고 우쭐해하는 사람
이상의 7가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팔불출. 결국 자신이 됐든 남이 됐든
눈살 찌푸려지도록 자랑하는 사람이 팔불출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모자란 사람‘이라는 뜻이나 거의 자식 자랑이나 마누라 자랑하는
사람에게 사용된다.
한국인끼리의 대화에서 자식이나 마누라를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이것은 곧
자랑이 되고 마는 수가 있다.
상대방을 살펴 가면서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이 기술이다.
처음부터 자식과 마누라 이야기는 피하든가 아니면 겸손이라는 미사여구를 앞세워
조심스럽게 깎아내려 말을 해야 그런대로 넘어간다.
그러나 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인은 당연한 것처럼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이 이어진다.
미국인들은 자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대로 말할 뿐이고 그렇게 듣는다.
메리 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의 아내는 한국 여자(김유미)다.
래리 호건은 사람들에게 아내 자랑이 끝일 줄 모른다.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는 많죠. 제 아내는 의문의 여지 없이 최고의 요리사입니다.
그리고 제게 상당히 잘해 줍니다. 한국 식당에 가서 먹어보지만, 아내가 해 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습니다.
아내는 나에게 특별하지요. 내면과 외면 모두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정말 특별한 여성이며 재능 있는 예술가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이고 뛰어난 주지사 부인입니다.“
한도 끝도 없이 아내 자랑이 이어진다.
“제 아내야말로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낸 사람이지요.
그녀에게는 정말 힘든 상황이었지만 여자 혼자의 힘으로 세 명의 딸을 키워냈습니다.
미국에 막 건너왔을 당시 아내의 영어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두세 종류의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세 딸을 키워냈습니다.
딸들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자신을 위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딸들이 모두 성장한 후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녀는 제게 완벽한 여성입니다.
나 자신도 오랜 시간 미혼이었고 아이들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을 만난 이후 저는 완벽한 세 딸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무척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록 나이가 있긴 했지만.
그녀의 딸들 모두 바로 제가 낳은 딸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딸들도 아빠가 필요했거든요.“
주지사 당선 후의 기자회견에서도
“특별히 멋진 제 아내는 이번 선거의 가장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나에게 있어 아내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저는 결코 주지사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아내는 선거기간 동안 메리 랜드 주 전역을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녀는 한인 사회를 포함한 다른 소수 민족과의 소통을 담당했습니다.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여성들과 소수민족을 도우며 이끌었습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자랑이지 미국인의 눈에는 사실 그대로 말하는 편이다.
미국인이 사실 그대로 말하면 자랑이 아니고, 한국인이 사실 그대로 말하면
자랑이 되는 까닭은?
한국인은 비교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비교하다 보면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결국 미워지기 시작한다.
스스로 불행해지는 첩경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거의 비교문화를 벗어났다. 남이야 벤즈를 타든지 말든지 부럽지 않다.
그리고 자식 자랑도 한다. 아내가 자장면을 잘 만든다고 자랑도 한다.
나는 스스로 팔불출이 되고 싶다.
래리 호건은 솔직담백하게 말한다.
“저는 한국 사위가 되어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한국 사위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닙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의 사위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