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해외 토픽감이 실렸기에 스크랩해서 파일에 넣어두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기사는 이렇다.
『“아내의 유골 더 달라” 처가 상대 소송
LA 베벌리힐스 지역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가 화장(化粧)으로 장례를 치른
아내의 유골을 더 받기 위해 장의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위암으로 숨진 아내를 화장한 후 유골을 두고
처가 식구 및 장의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성형외과 의사 알렉산더 싱클레어가
소송을 제기했다.
싱클레어는 소장에서 처가 식구들과 아내의 화장한 재를 절반씩 나눠 갖기로 약속했으나,
장의업체 측이 처가 식구들과 결탁해 자신에게는 아내의 유골을 2온스밖에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싱클레어는 아내의 화장 비용 7,000달러는 자신이 지불했다며
장의업체 K사와 화장업체 E사가 재가 든 유골 대부분을 처가 식구들에게 제공해
아내를 잃은 슬픔과 고통이 더 커졌다며 5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유골을 더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송사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앞으로 다가올 누님 장례 절차를 의논하러 화장장에 갔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은 화장장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가 하면 상업지역에도 있다.
나는 몇십 년을 장례식장 앞을 지나다니면서 저 장례식장이 화장장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고 봤더니 화장장도 일종의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가 잘될 것 같으면 화장장을 여는
거다.
보통 작은 도시에 화장장이 하나 정도 있고 장례식장은 여러 개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하려면 화장장이 있는 곳에 위탁한다.
한국은 화장장 허가가 나지 않는다.
경기도 북부에는 벽제 화장장 하나뿐이어서 양주나 의정부시가 자기네 시민을 위한
화장장을 열려고 해도 주민들의 반대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도시이건 비즈니스가 된다면 화장장 비즈니스를 연다.
내가 오늘 들른 화장장도 시내에 있는 단층 건물이다.
지름이 30cm 정도의 굴뚝 두 개가 조금 높게 올라갔을 뿐 여느 건물과 다를 게 없다.
굴뚝에서는 아지랑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화장장을 혐오의 시설로 여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화장이 생로병사 사이클의 하나로 치부하기 때문에 혐오 대상이 아니다.
화장하고 남은 재를 항아리에 담아 납골당에 모실 것이냐.
아니면 집에 가져다가 집 어느 곳에 모셔둘 것이냐.
아니면 배를 타고 연안에서 3마일 밖에 나가 바다에 뿌릴 것이냐.
아니면 소형 비행기로 태평양 바다에 나가 하늘에 뿌릴 것이냐 하는 선택이 있다.
화장한 재를 담는 항아리도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다.
유골 항아리의 화려함과 크기도 다양했고 모형도 여러 가지였다.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들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는데
아내의 유골을 많이 담은 큰 항아리는 남편이 간직하고 아내의 유골을 조금씩 나눠 담은
작은 항아리는 자식들이 골고루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어떤 사람은 유골을 목걸이나 반지에 넣어서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반지에 유골을 담고 다니는 사람은 망자와 24시간 같이 한다고 믿는다.
한국인들은 유골을 신성시하는데 미국인들은 유골은 죽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정도로
여긴다. 하나의 사물일 뿐 그다지 신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장장에서 유골을 어떻게 취급하는가를 보면서 성형외과 의사 싱클레어의 소송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아무리 아내의 부모가 생존해 있다손 치더라도 아내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남편인데,
장례비며 화장비까지 남편이 모두 지불했는데 큰 유골 항아리는 부모가 가져가고
작은 유골 항아리를 남편에게 주었다면 남편으로서는 억울해할 만도 하다.
사실 유골 전부를 남편이 소유해야 옳았을 것이다.
죽은 자의 마음이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유골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망자를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나 유골을 나눠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