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시는 2027년부터 천연가스 사용하는 난방시설을 단계적으로 퇴출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베이 지역은 신규 설치되는 온수기와 보일러에 가스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질소산화물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채택했다.
이로써 천연가스로 집안을 덥힌다거나 보일러나 온수기에 천연가스 사용이 금지된다.
샌프란시스코보다 앞서 지난해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가 2030년까지 새 건물의 모든
온수기와 난방기구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캘리포니아주는
탄소 배출량 절감에 앞장서 왔다.
샌프란시스코의 새 규정은 천연가스 이용 난방을 없애고 히트펌프와 같은 전기 구동
장비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며, 가스레인지 같은 조리기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스레인지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스는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당국은 이번 규정으로 매년 조기 사망의 85%가 예방되고 의료비, 업무 손실 비용이
연간 8억9천만 달러나 절약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에서 분출되는 질소산화물이 폐암과 직접 연관이 있다는
가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은 유학 와서 공부를 마친 다음 샌프란시스코 한국영사관에서 근무했다.
부인은 은행에서 일했다. 둘 다 한국에서 최고의 학부를 졸업한 엘리트다.
그러나 학벌도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이민 오면서 영어 때문에 취직을 못 하니까
대신 장사에 뛰어들어 돈을 곧잘 버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엘리트 부부는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두 딸은 커가고 부부가 벌어오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아이들 교육도 감당하기
어려울 게 뻔했다. 드디어 큰맘 먹고 자기들도 비즈니스를 하기로 했다.
부인이 음식 솜씨가 좋은 것을 활용해서 식당업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생소한 중국 요리 집을 인수했다.
비즈니스라고 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합당하리만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버텨낼 만한 체력이 뒷바침 돼야 한다.
사업은 공부와는 달라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종업원도 쓰지 않고 부부가 밤낮으로 뛰었다. 1년 365일 쉬는 날도 없이 일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듯이 돈 번다는 게 그리 만만치 않았다.
중국 요리 집 부엌에 가스 불이 얼마나 세더냐.
가스 불 앞에서 일하는 사람은 화기에 노출되어 있다.
과로와 천연가스가 연소하면서 내는 유독 물질에 노출되면서 얼마 못 가서 부인이
폐암에 걸렸다.
내가 그녀를 3년 만에 만났을 때는 그녀는 관 속에 누워있었다.
나의 처제네 가족이 미국에 이민 와서 산지 한 10년쯤 되었을 때였다.
처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 선생을 했다. 형제 중에서 가장 이지적인 용모를 갖추었다.
반짝이는 두 눈에서는 열정과 야심이 넘쳐나 있었다. 오랜 사회생활에서 배어난 세련미와
반은 사무적인 태도가 나로 하여금 긴장을 풀어놓지 못하게 묶어놓는 매력이 있었다.
처제지만 맘 놓고 농담도 걸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처제가 폐암 진단을 받던 날, 우리 부부는 처제네로 달려갔다.
집에는 TV도 켜지 않은 채 온통 침울한 분위기였다.
“어쩌다가 암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처제는 말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을 찍어내기에 바빴다.
“왜 하필이면 나야, 내가 왜 가야 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하나님도 무심하지
죄 안 짓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을 오라고 하다니, 이건 아니야, 정말 억울해.”
지내놓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엌에서 쓰는 가스스토브에서 나오는 흄이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가스스토브에 불을 붙일 때는 환풍기 먼저 틀고 가스스토브를 틀어야 안전하다.
하지만 처제는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한 번도 환풍기를 틀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폐암에 걸린 처제가 겨우 2년을 버텼나?
천만다행인 것은 우리 집은 가스스토브가 아니라 전기스토브다.
처음에 이 집으로 이사 들어와서는 가스스토브가 아닌 것에 불만이 많았다.
30년이란 기간이 지난 지금은 가스스토브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쩌다가 일산 오피스텔에 가면 가스스토브를 쓴다.
가스스토브 위에 달려있는 환풍기라는 게 초라하기 짝이 없어서 공기를 빨아들이는지
어떤지 의심스럽다.
나는 가스스토브를 틀 때마다 조금 물러서서 쿡킹을 한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뒤로 물러서는 까닭은 그동안 내가 지켜본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다.
부엌 가스레인지에서 분출되는 질소산화물이 폐암과 직접 연관이 있다는
가정(假定)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