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먹은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엄마의 이야기이다.
아이 엄마는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교사가 매우 무례한 말투로 ‘역겹고(disgusting)’
‘부적절한(inappropriate)’ 도시락을 싸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더란다.
전화를 받은 아이 엄마는 당황했다.
아이를 위해서 담당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는데…….
피뜩 아이 도시락에 김치, 치즈를 싸서 준 게 떠올랐다.
학교 측은 “도시락의 불쾌한 냄새가 주변 학생에게 방해가 된다”라는 주장이다.
내가 아들에게 싸주는 도시락이 다른 학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고?
아이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싸준 것이 잘못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학교 측에서 아이 엄마에게 도시락 문제와 관련해 이메일을 보내왔다.
학교 측은 이메일에서 “학부모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냄새나는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통보했다.
한인 학부모는 학교의 처사가 부당한 것 같은데, 교사와 좋은 관계는 유지하고 싶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궁리 끝에 자신(아이디:flowergardens0)이 즐겨 찾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사연을 올렸다.
댓글이 5,600개가 넘게 달렸다.
‘당장 학교 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교사는 인종차별주의자로 학교에서 가르치기에
부적합하다(아이디·thatshygal717)’
‘교사에게는 특정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Wall2846)’
‘교사는 불편함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이번 도시락 이슈를 아이들이 다양성에 대해
배울 기회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ambien)’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레딧(Reddit)애서는 현재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 기능을 차단했고,
글을 쓴 한인 학부모의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이 글은 이미 구글이나 다른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건을 유추해 보건대 학교 측에서 레딧에 항의 내지는 다툼의 여지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의 발단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충돌에서 빚어진 일이기도 하고
예의범절에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 피자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점잖게 피자를 먹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기자가 물었다.
“나이프와 포크로 피자를 먹는 건 이탈리아 방식이 아닌가?”
줄리아니는 즉석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손으로 피자 조각을 집어 들었다.
미국인들은 피자를 손으로 집어서 먹는다.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풍습과 경우에 맞는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이다.
피자를 어떻게 먹든 그거야 내 맘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거부감이 없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적절한 방식일 것이다.
아이가 스테이크를 좋아한다고 해서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싸 들고 가지는 않는다.
점심은 점심때 어울리는 샌드위치나 김밥 같은 음식이라야 적절하다.
좋은 향수 향이건 구수한 커피 냄새이건 냄새도 때와 장소를 가린다.
방귀가 마려워도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는 참는 계 예의이다.
예나 지금이나, 하물며 한국인 중에서도 김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아무리 아이가 김치를 좋아한다손 치더라도 5살 먹은 유치원 아이 점심으로 김치를
싸서 보내는 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