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군인정신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나는 하나님을 믿으며 또한 미국을 믿는다.>
작은 동네 카스트로 밸리의 전몰장병 추모비에 새겨진 글이다.
우리 동네에는 ‘전몰장병 추모비’가 있다.
이곳 추모비는 ‘카스트로 밸리’라는 도시도 아닌 작은 마을 출신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위한 추모비다.
국가에서 경비를 지원해 준 것이 아니고 이곳 주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되었다.
기금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바닥 벽돌 한 장 한 장에 새겨있다.
비석의 명단에는 1950년 한국전에서 전사한 병사가 자그마치 9명이나 된다.
이웃 도시 샌리안드로 재향군인회 건물 옆 공원에도 작은 비석이 서 있는데
한국전에서 전사한 군인 이름이 5명 적혀있는가 하면 버클리 재향군인회 건물 입구
왼편에도 큼직한 비석이 있는데 한국전에서 전사한 군인 3명의 이름이 쓰여있다.
나는 미국인들이 군인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을 도처에서 보아왔다.
이것은 미국인들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는 애국심의 발로이지 그냥 하루
아침에 튀어나온 추모 아이디어가 아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선에서 행방불명된 시신을 찾아서 적지의
옛 전투지역을 샅샅이 뒤지는 걸 보면서 미국 군인은 세계 어디서 죽더라도 반듯이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기념사에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글로벌 리더 국가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은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며
”자유의 가치를 믿는 180만 명의 젊은이들이 공산화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직 자유를 지킨다는 사명 하나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셨다“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셉 맥 크리스천 주니어와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남희 씨도 오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맥 크리스천 주니어와 악수하며 “외조부가 북한의 남침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때 미 8군 사령관을 맡았던 밴플리트 장군은 퇴역 이후에도 미국에
‘코리아 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를 만드는 등 평생을 한미 관계 발전에
헌신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한국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를
비롯해 한국전 참전 미국 용사들과 유가족, 하원의원 등도 참석했다.
미군의 한국전 참전을 헐뜯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모처럼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환대하는 한국 대통령을 보면서 흐뭇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