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비가 오다 말다 하면서 하늘이 찌뿌드드하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끼어있다. 은근히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막내딸네 막내아들 에이든의 생일을 우리 집에서 차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염치가 없는 막내딸은 자기네 집에서 아이 생일을 차리면 일이 많으니까
제 엄마에게 떠넘겼다.
하는 수 없이 3살이 되는 손자 생일을 차려 주기로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거워할까? 생각하다가 뒷마당에 텐트를 쳐주기로 했다.
작은 캠핑 텐트를 쳐주면 아이들은 텐트가 별것인 줄 알고 좋아서 들락거린다.
이미 캠핑 텐트를 사다 놓고 기다리는데, 영! 하늘이 협조해 줄 생각을 안 한다.
예전에 친손주 애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 집 뒷마당에 물이 무릎까지 차는 둥근 플라스틱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물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어디에 있더냐. 아이들이 온종일 물속에서 신나게 놀았다.
이번에는 텐트를 쳐주려는데, 캠핑을 즐기라는 놀이인데, 해가 반짝 났으면 좋으련만,
영! 하늘이 협조해 줄 생각이 없나 보다.
벌써 며칠째 하늘이 찌뿌듯하다가 비를 뿌리곤 했다.
나는 하늘을 걱정하고 아내는 바비큐 할 갈비를 걱정하고.
다른 거는 다 어떻게 되겠지만 하늘이야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제발 해가 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기다렸다.
토요일 오후에 하늘은 여전히 흐린데 덜렁 사위가 둘째 딸만 데리고 왔다.
웬일인가 했다.
큰딸하고 오늘의 주인공 에이든이 병이 나서 먹은 것 다 토하고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단다. 저녁 늦게 와서 생일 케이크나 자르겠단다.
사위는 뒷마당에서 바비큐를 굽는 일이며 음식 만드는 일은 다 해냈다.
저녁 늦게 온 주인공 에이든은 리빙룸에 앉아서 조카들이 노는 걸 보고만 있었다.
나는 아이한테서 감기, 몸살 세균이 전염될까 봐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19를 겪고 났더니 마스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믿게 되었다.
에이든은 아파도 생일 선물은 일일이 챙기며 좋아했다.
석연치 못한 생일 파티를 보내면서 노인이나 아이나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면 말짱 헛거다.
하늘이 괜히 흐리고 빗방울을 날려 보냈던 게 아니었다.
뒷마당에서 캠핑 놀이를 즐기려던 꿈을 접어두라는 뜻이었나 보다.
날씨 화창한 여름날 하루 잡아,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소꿉장난하듯 아이들이 들락거리는
꿈을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