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29%가 노인인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5~20년 앞서간다.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노인은 자택에서 죽기를 원한다가
37.7%로 가장 많고 병원(19.3%), 호스피스(17.4%) 순이다.
차트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환자는 집으로 가고 싶어 하고, 가족은 시설로
보내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고령화가 지속하면서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들이 아프기는 해도 죽지는 않는다.
돌봄이나 요양 수요로 이어질 뿐이다.
일본은 머지않아 국민 5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인 노인 대국이 된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올해 3,627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울 전망이다.
75세 이상 노인은 1,937만 명으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뚫었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80세를 노인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해법은 매우 명확해 보인다. 결국 고령층이 집단 자살, 또는 할복하는 것 아닐까.
이런 과격한 주장을 펼친 사람은 일본 도쿄대 출신의 미국 예일대 교수인
나리타 유스케(成田悠輔·37)다. 그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방송 등에서 해 온 주장을
최근 뉴욕타임스가 집중 조명하면서 나리타 교수는 ‘학계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선 나리타 교수의 이번 발언이 충격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소 다로(麻生太郞·82) 자민당 부총재는 7년 전, 자신도 75세였던 때
이런 말을 했다. “90세가 넘어서도 ‘노후가 걱정된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까지 살아 있을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일본 영화 ‘플랜75’는 국가가 75세 이상의 일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일본어판 칼럼니스트인 후지사키 마사토(藤崎剛人)는 일본 사회에
이런 ‘노인 차별’이 만연해 있음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노인 차별이 나이·성별·민족 등에 따른 차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 도대체 일본인들은 무엇 때문에 ‘노인 혐오’를 대놓고 거론하는
것일까? 이는 과연 일본만의 문제일까?
“일본의 미래를 위해 노인들은 사라져야 한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고령자를 향한 혐오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민심이 흉흉해진다.
일본 정부가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자발적 안락사를 권유하는 ‘플랜 75’를 공표하기로 했다.
처음엔 반발이 거세지만, 초고령화 해결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국민은 수용 모드로 변해간다.
‘플랜 75’에 참여한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위로금은 10만엔(약 95만 원) 풀러스
무료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무원들은 무료해 보이는 노인들에게 다가가 ‘플랜 75’ 가입을 독려한다.
이렇게라도 멀지 않은 일본의 미래를 그려본다.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면서 살고 싶어 하는 애절한 마음을 부여하면서
죽고 싶은 마음은 특별한 경우에만(극한 시련, 절망, 자살) 생겨나게 만들었다.
죽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겁부터 나게 만들었다.
종교라는 것도 애초에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토대로 생겨났다.
“착하게 살아야 천당 간다”라며 인간을 선하게 살도록 추동하는 것이 종교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창조주의 미스테이크로 인한 부작용에 직면한 인간은 창조주를 대신해서
죽고 싶어지는 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고 말았다.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졸업하는 것이다.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죽고 싶은 마음도 있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죽고 싶어지는 약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화이자 제약회사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해서 떼돈을 번 후
전 세계 유수 제약회사들이 노화 방지약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의 유니티 바이오텍 사는 가장 흔한 노인질환인 골관절염 약을 기초로
시제품 ‘UBX0101’을 개발했다.
유니티 사는 이 약이 노화 세포를 제거할 잠재력을 갖춘 약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인 인구는 어느 나라에서나 급속하게 늘어난다.
골골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젊은이 뺨치는 노익장도 많다.
지난 12개월간 일한 경험이 있는 85세 이상 미국 노인이 25만 5,000명이나 됐다.
미국 역사상 최다기록이다.
횡단로 안내원 같은 자원봉사자들도 있지만, 트럭 운전하는 노인도 1,000~3,000명이나 됐다.
농장과 목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가장 많았다.
장수하는 약을 개발하지 못해 안달 복걸하는 회사들과는 달리 아이록스2 회사는
‘죽고 싶어지는 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미 오래 사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 너무 오래 살아서 지겨운 사람들을 위한 약이다.
‘죽고 싶어지는 약’의 목표는 약을 복용한 첫날은 어떻고, 둘째 날은, 셋째 날은 그리고
마지막 날은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하도록 미치게 하는 약이다.
그런 약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이 매달렸다.
아이록스2 회사의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관으로 일하는 김창호 박사는 2년만 더 일하면
정년퇴직한다.
정년퇴직 논문으로 ‘노인들의 앞날’이란 글을 써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공단에는 젊은 친구들이 꽤 많이 근무한다. 이삼십 대 젊은 남녀 모두 결혼은 하기 싫어한다.
결혼을 거부하는 것도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설혹, 결혼을 했다손 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전에 농촌에는 어르신들만 살고 있어서 어쩌다가 아이가 나타나면 모두 신기해서 바라보고
귀여워해 주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아이를 보면 신기해하고 귀여워한다.
인구밀도도 점점 바뀌면서 65세 이상 인구가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고 말았다.
노인들은 오래 산다. 백 세를 넘기는 건 보통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병도 없이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오래 사는 것도 지겨워한다.
노인들은 자율운전차를 타고 다닌다. 1번 딸네 집, 2번 경로복지원, 3번 노인 교회 …….
간단하게 번호를 입력해 놓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모셔다드린다.
번호대로 방문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15년째 똑같은 집을 드나드니
이제는 지겹다면서 오지 말란다.
고령화에 의해서 건강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가가 감당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다.
죽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생겨난다는 소리를 듣고 국가가 정책을 바꿨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들이 평화롭게 죽어갈 것을 권장하는 시대가 왔다.
안락사법이 통과된 지는 오래다. 그러나 안락사 정도 가지고는 노인 인구 조절이 안 된다.
노인 인구가 일 년이면 4백만 명씩 늘어나는 데 비해서 죽어가는 노인은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세기 만에 노인 인구 폭발로 국가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 인구를 조절하는 정책이 성공해야만 국가가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건강 공단에서 제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죽고 싶어지는 약’을 누가 먼저 빨리
개발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안락사를 하라고 해도 죽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죽으려 들지 않고 살아서들 떠들기만 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도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아이록스2 회사 연구소의 감창호 박사는 이미 약을 만들어 놓고 실험 중이다.
개에게 임상실험 해 보았더니 약효가 분명히 발휘했다.
약을 먹은 개는 죽고 싶어서 갈팡질팡 뛰면서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나중에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엎드려 기면서 사정한다.
약의 효과가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직접 사람에게 임상실험만 남았는데 누가 자원해서 나설 것이냐가 문제다.
누군가 지원자가 나타나서 약을 먹고 죽고 싶어서 몸을 비튼다면 어떻게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실습 대상 더러 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에서는 정책상 많은 노인이 이 약을 복용 하기를 권한다.
많은 노인이 죽고 싶어 하는 약을 먹고 죽어간다면 자연적으로 인구 조절이 이루어
질 것이다.
약을 먹는 노인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좋을 것이다.
죽기 전에 돈이라도 실컷 써 보라고 충분히 주는 거다.
약을 먹고 일주일 있다가 죽겠다면 천만 원 보너스를 주고, 한 달 후에 죽겠다면 삼백만 원
보너스를 줌으로써 빨리 죽게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자동판매기를 만들어 며칠 후에 죽을 것인지 숫자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약을 떨어뜨려
준다.
김창호 박사는 이런저런 고민 끝에 논문의 기초를 잡았다.
“죽고 싶어지는 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문이다.
논문이 국가 정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김창호 박사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죽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되고 말았다.
노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80 고령인 김창호 박사는 100세를 넘겨 살면서
계속해서 ‘죽고 싶어지는 약’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김창호 박사야말로 아이러니한 인생을 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