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팔순을 축하해 주겠다고 해서 친구네 집엘 갔다.
Foster City는 ‘라군’ 도시다.
‘라군(lagoon)’이라고 해서 갯벌을 개발해서 집을 지으면 호수 같은 바닷물과 집이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주택단지가 된다.
바닷물과 땅이 맞닿는 자투리땅을 운동길로 만들었다.
길고도 먼 길을 따라 꽃이 만발해서 사람을 홀리게 할 지경이다.
호수는 아니지만, 호수 같은 물을 따라 걷는 것만도 상쾌한데 길옆으로 오만가지 꽃이
만발하니 기분이 들뜨지 않을 수 없다.
‘라군’ 경관이 내다보이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길옆의 자투리 시(市) 부지에 꽃을 심었다.
시에서 보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름이면 자비로 수돗물을 주면서 꽃밭을 가꾼다니
동네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엿보인다.
자기네 동네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협동 정신이 돋보였다.
살다가 가끔 이웃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오늘 내가 본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비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남들에게 비춰진 시선을 계속 유지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인데, 이웃들이 합심해서 아름다운 일상을 가꿔나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내 아내도 그렇지만 친구 부인도 많이 늙었다.
젊어서 한창때는 팽팽하던 소매 피부가 오늘 보니 주름살이 촘촘하다.
우리는 운동길을 걸으면서 젊었을 때 알던 사람 중에 누가 죽었느니, 누가 중풍으로
고생한다느니, 누가 한국으로 역이민 갔다느니 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아이들이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를 회상하면서 지금은 손자가 몇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친구 부인이 말했다. 성당에서 여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 과부들인데
자기만 남편이 살아있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듣고 보니 별게 다 사람을 죄송하게 만든다.
걷다가 길섶 검은색 화초가 아름다워서 모종해 갔으면 했다.
마침 그 집 주인이 한국인이란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
좁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이 이 넓은 지역에 끼어 살다니 화초 줄기들을 꺾어주어서
들고 왔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나간다.
좀 더 살기 좋은 방향으로,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손쉽게 변해 간다.
그중에 한 가지 두드러지게 변하는 것은 아름다운 삶으로 바뀌어 간다는 사실이다.
텍사스 ‘총기참사’로 숨진 한인 일가족 3인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조 씨 부부와 3세 작은아들이 숨졌고 5세 큰아들만 살아남았다.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개설된 창구에는 사흘간 3만 6천여 명이
동참했고 187만 1,290달러(한화 25억 원)가 모금됐다.
유족 측은 모금액을 생존한 큰아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히면서 모금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