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잊어가고 있다. 마스크 쓴 사람은 식료품점에나 가야 드문드문 눈에 띈다.
코로나보다 아픈 호흡기 질환이 급증한다며 조심하라지만 마스크는 안 한다.
고열과 근육통에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는데도 죽지는 않으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03년 중국에서 심각한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이라는 사촌 바이러스가 경고 없이
나타나 800명 가까이 사망했다.
사스에 걸린 사람들은 너무 아파서 즉시 응급실을 찾았거나 치료를 받으러 갔고,
그 아픈 증상이 확산을 제한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2020년 3월 10일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했다는 뉴스는 TV 화면을 뜨겁게 달구었다.
주로 태평양 연안 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 속출했다.
미국 전역에서 91명 확진자가 나왔다면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5명이 발생했단다.
워싱턴 주에서는 사망자가 4명에 이른다. 양로원에 입원한 환자 50여 명이 집단으로 걸렸다는
뉴스도 있다. 드디어 미국에도 올 것이 왔다.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6개 카운티지역은 3월 17일 0시를 기해서 시민들은 집에 머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버클리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을 포함해 7백만 시민이 이에 포함 된다.
명령은 4월 7일까지이지만 기간이 바뀔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월요일 시와 카운티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모든 주민들에게 자택 격리를 요구하는 공중 보건 명령을 발표했다.
주민들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란 병원, 식품점, 주유소 등 열거된 지역을 의미한다.
3월 16일 오후 2시 현재 캘리포니아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540 명인데
그중의 301명이 샌프란시스코 지역 거주민이기 때문에 취해진 조처다.
이러한 조치들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말했다.
집 밖에 나가야 할 경우 가족 외의 사람과 접촉은 6피트 공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점, 약국, 은행, 주유소와 같은 필수 상점들은 문을 연다.
식당은 테이크아웃과 배달로만 제한되고 체육관, 술집, 그리고 다른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들은 문을 닫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나 의료 시스템이 없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료약 개발을 서두를 뿐 다른 대책은 못 내놓고,
뉴섬 주지사는 자가 격리를 강조하면서 전염병에 걸리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했다.
어느 누구의 스피치를 들어봐도 딱히 석연한 답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전염병에 대해서 정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관한 한 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한국에서 전염병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1.5%에 불과한데, 이탈리아에서 걸리면 죽을 확률이
8.5%로 증가한다.
앞으로 미국에서 전염병에 걸리면 이탈리아와 맞먹는 비율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쿠모스 주지사가 연방정부에 인공호흡기 지원을 요청했는데 연방 재해 관리국에서
인공호흡기 400개를 보내겠다고 회신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뉴욕시에 위급환자가 2만 9천 명인데 뉴욕에 위치한 병원 전체에 호흡기는 7천 개에
불과해서 지원을 요청했는데 겨우 400개를 보내겠다니?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까칠한 질문에 3만 개까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부랴부랴 GM과 포드 자동차 회사에 인공호흡기 십만 개를 빨리 만들라고 전시 비상권까지
발동하여 명령했다.
환자는 넘쳐나고 병상 부족에 의료 장비까지 부족한 현실 속에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릴 것‘ 인가하는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살릴 사람과 죽일 사람을 가르는 지침서는 아직 없다.
비상사태에서 적용되어온 치료 우선순위의 기준은 선착순이 아니다.
중환자나 노약자 우선도 아니다. 회복 가능성, 높은 생존 확률 순이다.
이러한 지침이 하달된 이탈리아 COVID19 일선에서는 의사들이 인공호흡기 치료를
젊고 건강한 환자들 우선으로 치료해 왔다. 고령자들은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도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누가 이 문제의 신속한 판단을 내릴 것이냐? 하는 문제가
대두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령자들의 앞날이 두렵고 어둡다. 고령이라고 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젊은이보다 덜한 것도 아니다. 실리적 계산으로 젊은이는 고령자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니 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도 더 오래일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양보와 배려를 요구하겠으나 양보도 양보 나름이지 생명을 양보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노인이나 젊은이 차별 없이 살려내는 한국이 그립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터득한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대한민국 때문에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빛날 때마다 나는 더욱 행복을 느껴왔다.
나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보기 위해서라도 삶의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
글을 다 써놓고 뉴스를 들어보니 자택 격리를 4월 30일까지 연장하겠다는 발표와 동시에
자택 격리를 하지 않는다면 12만 명이 COVID19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겁을 주는 건지, 정말 그런 건지…….
그렇게 무섭던 코로나19도 한물갔다. 지내놓고서야 알겠는데 전쟁보다도 무서운 건
전염병이다. 무서운 전염병의 발원지로 늘 중국이 의심받는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이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