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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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처럼 많이 마시는 차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 나쁘다 하는 말도 있다.

영국에서 연구 결과 하루에 커피 3잔씩 마시는 사람은 평균 수명이 8년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침 뉴스에 한국에서 연구한 결과 커피를 하루에 2잔 마시는 사람은

안 마시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2% 낮다고 발표했다.

커피의 각성 효과가 신경을 자극해서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다.

그러지 않아도 커피를 마실까 말까 망설였는데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도 커피 마실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아내는 대답이 없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은 이디오피아라고 한다. 아라비아상인이 이디오피아에 갔다가

커피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Kaff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아라비아로 건너가 ‘Qahwa 카화로 다시 터키로 건너가 ‘Kahve 카붸로 그다음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는 Cafe, 이탈리아에서는 Caffe, 독일에서는 Kaffee,

네델란드에서는 Koffie, 영국으로 전해진 다음에 1650년 브런트경이 ‘Coffee’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커피가 아랍권에 있는 이스람 교도들의 음료라고 해서 기독교계인 유럽에서는 이교도의

음료를 금지했었다. 르네상스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교도의 음료인 커피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의 첨병이었던 예술가들이 커피를 애호하면서 유행에 불을 지폈다.

그야말로 커피는 시인에게 영감을, 음악인에게 악상을, 철학가에게 진리를 그리고 정치인에게

평화를 전한다면서 극찬해 마지않았다.

드디어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요청에 시달렸다.

그러나 교황이 직접 커피 맛을 보고 감복하여 커피에게 세례를 내렸다고 한다.

이것은 커피가 전 유럽으로 퍼지는 데 큰 영향을 발휘하고 말았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약 120여 년 전 1896년 고종황제가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음용했다고 전해진다. 그 뒤에 러시아계 손탁이라는 미인이 러시아 공사관 근처에

정동구락부라는 커피점을 열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이며 경양식점이다.

개화초기에 서울 나무시장에서 우리나라 나무장수와 경쟁을 벌리던 프랑스인이 선심용으로

커피를 한 사발씩 주었는데 처음 맛보는 이상한 국물을 서양의 탕국이라 하여

양탕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26년 일본인 나까무라가 나까무라다방을 연 것이 최초의 근대식 다방이었다.

1927년 이경손이 카카듀라는 다방을 열었고 시인 이상은 제비라는 다방을 열기도 했다.

 

그 후 6.25를 겪으면서 미군 PX를 통해서 커피가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원두커피를 기술적으로 잘 로스팅 해서 뽑아내야 커피의 진정한 맛을

우려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시달리면서 지내는 서민들로서는 싸고 맛있는 커피이상 바랄게 뭐가

있겠는가. 다만 좋은 물에 끓인 커피에 온도가 섭씨80도 정도면 불랙으로서는 적당하고

크림을 탈 경우에는 섭씨60도가 가장 적절한 온도라고 한다.

커피가 식기 전에 천천히 30분 이내에 마시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커피 시대다.

커피가 대중화를 넘어 중독되다시피 해서 커피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이다.

신도시 일산 백석동 사거리의 노폭은 엄청 넓다. 사방이 다 6차선 도로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대형 스타박스 커피숍이 3군데나 있다.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가 하면,

교차로 건너 터미널 쪽에 또 한군데 생겼다.

사거리 코너에 있는 던킨 도너츠에서도 커피를 판다. 길 건너 코너에 버거킹에서도,

이쪽 코너 빠리버켓트 빵집에서도 커피는 인기 종목이다.

빵집 옆에 전용 커피숍, 두 집 건너 커피숍, 조금 걷다 보면 또 커피숍. 길 건너 걸어가다

보면 빵집, 커피숍, 일산로 떡집 옆에 커피숍, ! 커피숍이 너무 많다. 누가 다 마시는가?

 

커피숍이 많다고 해서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내 눈높이로는 매우 비싸다. 나는 일 년에

커피 한두 잔 마시는 게 고작이다. 어쩌다가 손님이라도 만나면 할 수 없이 커피를 마신다.

젊어서부터 안 마셨나 하면 그렇지는 않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분위기가 달라서 술 담배를 끊게 된다. 담배와 커피는 붙어 다니는

기호품이어서 커피를 끊지 않으면 담배도 끊을 수 없었다. 커피부터 마시지 않게 된 동기이다.

술 담배를 끊는 건 이해가 되지만 커피를 끊었다는 건 좀 과한 게 아닌가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커피를 끊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코카콜라 회사에서 생산하는 닥터페퍼라는 청량음료 때문이다.

더운 날 시원한 닥터페퍼(Dr Pepper) 한모금은 활력소가 되고도 남는다.

텍사스에서 지낼 때다. 텍사스는 아침부터 더운 지방이다. 당연히 뜨거운 커피는 피하게 된다.

대신 시원한 음료수를 찾게 되는데 텍사스에서는 닥터페퍼가 코카콜라보다 인기가 높다.

그때 내게 걸려든 게 닥터페퍼다. 닥터페퍼도 플라스틱 병에 든 건 싫고 캔에 든 것만

선호했다. 얼음에 잠겨있는 닥터페퍼 캔을 꺼내 들고 고리로 된 깡통따개에 검지손가락

한마디만 넣고 살짝 어기면 소리가 나면서 가스가 음료와 함께 뽀로록 분출된다.

얼른 한 모금 마시면 시원한 탄산음료가 달콤한 맛과 함께 입안을 접수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짜릿한 맛이라니…….

 

커피 안 마시는지 30년이 넘었다. 이제는 거저 주겠다고 해도 관심 없다.

내게는 맛도 없고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호품이라니

내가 별종이 되고 말았다.

커피도 유행을 타서 뚜껑이 달린 크고 견고한 종이컵에 담아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그 커피가 그 커피겠지만 커피 전용 종이컵에 담아 마시면 맛이 더 좋다고도 한다.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고 가는 여자는 현대 감각이 살아있는 것 같아 멋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침 뉴스에 하루에 커피 3~5잔 마시면 수명이 5~7년 길어진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커피 소비량이 치솟고 있는데 불에 기름을 붓는 소리로 들렸다.

왜 이렇게 커피숍이 늘어만 가는지도 알 것 같다.

사실 커피숍의 원조는 다방이 맞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원조인 다방은 다 망해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에 스타박스가 치고 들어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사업이라는 게 살아있는 생물체가 돼서 어떻게 변해갈지 아무도 모른다.

 

커피는 마실 때 분위기를 탄다. 분위기가 그럴듯한 곳에서는 맛이 더 난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함께 마시면 맛이 오래 지속된다.

맛과 멋과 분위기와 향이 어우러지는 커피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커피가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한 업적은 칸트나 세익스피어 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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