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토니 베넷의 1963년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로 더욱 유명해졌다.
히피 문화를 등에 업고 낭만에 흠뻑 빠지던 도시가 불과 1세기도 가기 전에 노숙자들로
들끓는다. 노래 가사며 음률이 샌프란시스코는 사랑에 빠지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범죄와 마약의 온상으로 변해버렸다.
도심 상점에선 좀도둑이 대낮에 보안요원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훔쳐 당당하게 문을 나설
정도로 치안이 나빠졌다.
범죄자들은 1,000달러 미만 절도는 기소하지 않는 법을 역이용하는 바람에 좀도둑이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약국 체인 매장은 상품을 진열한 선반에 자물쇠를 달고 음료수가
담긴 냉장고 문은 직원의 도움 없이는 열지 못하게 쇠사슬까지 묶어뒀다.
미국 대도시 중 필라델피아 다음으로 마약 관련 사망률도 높다.
샌프란시스코는 민주당이 시장을 독식해온 ‘진보 도시’다.
히피 문화의 발상지이자 소수인종, 동성애 등을 포용하는 진보와 관용의 도시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범죄와 마약에 대한 지나친 관용, 주택 공급 부족 등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범죄와 경제는 상극이다.
미 서부의 금융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일본 도쿄 다음으로 백만장자가 많다.
범죄가 무서워 상점과 백화점이 문을 닫고 부자와 중산층이 차례로 떠나면 도시엔 갈 곳
없는 가난한 자만 남는다. 부동산이 폭락하고 세수가 줄어 경찰 소방 등 도시 핵심 기능도
무너진다.
디트로이트와 뉴욕의 할렘 등 슬럼화된 도시들이 겪은 이 ‘파멸적 고리(doom loop)’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중산층과 젊은이들이 찾는 슈퍼인 홀푸드마켓은 샌프란시스코 거점 매장을 닫았다.
중심가인 유니언스퀘어의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도 30여 년 만에 문을 닫는다.
상점이 사라지면 거리는 더 위험해진다.
진보 정치인이 오랫동안 장악해온 샌프란시스코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가 멸망 직전으로 달린다.
진보 정치의 이상도 치안, 주거 등 시민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생활 정치’에
실패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떼강도가 출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미 지난겨울에 콩코드에서 네이먼 말커스 고급 백화점이 거덜 난 경험이 있다.
떼강도란 주요 대도시에서 수십 명이 무리를 지어 명품매장을 습격하는 절도 행위를 말한다.
남가주에선 유행병처럼 난무한다. 떼강도가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소셜미디어에 한 목격자가 올린 영상에는 범인들이 주변 상품 진열장을 망가트리며
닥치는 대로 옷, 가방 등을 집어들고 급하게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새로운 강도, 절도 수법이다.
한국에서 진보 정치를 내세우는 정당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를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을 지금의 발전된 나라로 만든 사람들은 진보 정객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 정치가 잘못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좀 더 기다려라. 언제까지 기다려? 다 죽을 때까지?
맞다. 더 기다렸다가 후손들이 공평하게 나눠 먹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