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은 3명 중 1명뿐이란다.
결혼을 피하는 청년 중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곱절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자금이 없어서, 출산 후 양육비 부담, 고용 상태 불안정을 꼽았다.
그러면서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늘어난다.
그보다 한발 앞서서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나마 부모를 모시고 사는 청년은 결혼 후 아이를 낳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녀를 가질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한때는 신여성을 우러러보던 시대도 있었다.
양장을 입고 핸드백을 들고 걸어가는 신여성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곤 했다.
지금은 비혼여성이 뭐 신여성인 것처럼 치켜세우는 언론 보도를 흔히 볼 수 있다.
“젊어도 늙어도 나 혼자 산다” “결혼보다 비혼” “1인 가구 늘어나니,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수박’ 잘 팔린다” 이런 타이틀을 내세운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아내의 사촌이지만 나이가 서로 같은 또래여서 친구처럼 지내는 사촌이 있다.
명문대에 알아주는 직장을 거치면서 강남에서 여유롭게 잘 살아서 행복해 보이지만,
그 집에도 혹은 있다.
딸이 공부를 잘해서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높은 학위도 받았고 이제 신랑만 잘 만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처럼 보였다.
딸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같이 점심도 먹었는데 인물도 괜찮고 늘씬한 게 짭짤한
신부깜이 분명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훌륭한 직장에 다닌다만, 나이가 49이 되도록 결혼을 못 하고 있다.
친구같은 사촌의 말로는 딸이 너무 나무랄 데가 없다 보니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혼의 신문화를 동조한다.
결혼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수익분기점을 따지고 자시고가 필요 없다.
나는 아내의 사촌 이야기를 들으면서 딸의 장래를 망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년한 딸을 집에 묶어둔 부모의 잘못이 크다. 딸이 직장에 다니면서 자립할 수 있다면
내 보냈어야 한다. 나가서 혼자 살도록 내버려뒀어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네 인생은 네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어야 한다.
그랬다면 죽밥일망정 끓여놓았을 것이다.
붙들어 놓고 있다가 딸만 남겨두고 부모가 죽으면 딸은 어쩌란 말인가?
나이 먹은 친구 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겠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혼 상대를 놓고 이것저것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사랑과 열정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키우고 교육시키느라 아등바등 살아가는 동안,
생각 다르고 성격 다른 두 사람이 수없이 부딪치고 삐걱거리며 당장이라도 갈라설 듯
갈라설 듯 이어가는 세월 동안, 젊은 날의 뜨거웠던 열정과 사랑, 그만큼 날카로웠던
미움과 분노는 곰삭고 발효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인들을 믿고 의지하며 산다고 본다.
타인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이다.
노년에 꼭 필요한 것으로 건강, 돈, 할 일 그리고 자식을 꼽는다.
그 네 가지가 없어서 겪는 고통을 노년의 4고(苦)라고 한다.
돈 없어 힘든 빈고(貧苦), 건강 잃어 생긴 병고(病苦), 할 일이 없는 무위고(無爲苦),
주변에 자식이 없어 겪는 고독고(孤獨苦)이다.
청년들은 모른다. 자식이 있으면 고독을 면하고 할 일이 생기며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