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일찌감치 병원 드라이빙 스루엘 갔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이번이 7번째 백신 맞는 날이다.
나는 8번째로 알고 있는데 아내가 7번째라니까 그런가 보다.
가까운 샌리안드로 카이져 병원은 사람이 많아서 조금 멀지만, 유니온 시의 병원으로 갔다.
지난 8월 14일에 코로나 백신을 맞았는데 이번 백신은 새로운 것이어서 누구나 맞아야
한다기에 또 맞으러 갔다. 막상 백신 맞으러 갔더니 백신 맞은 지 아직 2달이 못 돼서
부스터 샷을 맞아도 될지 알아봐야 한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아내와 나는 차에 앉아서 회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2달이 조금 안 되었으나 맞아도 된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여러 차례 별별 백신을 다 맞았다.
하지만 지난 3년처럼 일 년에 몇 차례씩 연거푸 맞기는 처음이다.
아무리 백신을 맞아야 한다지만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맞아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백신 맞고 나면 몸살감기처럼 하루 내지는 이틀간 으스스했다.
3차 백신 맞았을 때다. 12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이 으스스 춥고 몸살 기운이 돈다.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서 유튜브로 탈북 여자들 수다 떠는 소리나 듣는데 그 소리에 그 소리가
끝이 없다. 모두 남한은 천국이라고 말한다. 배불리 먹고, 고기에 계란 먹고, 여행도 가고
천국이 따로 없단다.
몸살 기운은 다음날도 계속됐다. 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도 아니다.
1차, 2차 맞았을 때도 그랬으니까 경험에 의해서 겁은 나지 않았지만 온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게 시간 낭비 같아서 아까웠다.
아내는 멀쩡한데 나만 으스스해서 나는 몸이 약해서 그러나 보다 넘겨짚었다.
요까짓 미약한 백신 바이러스에 맥을 못 쓰니 진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내 몸에 침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일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야”라고 아내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 신문을 읽고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부작용이 없었던 사람들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항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오한과 두통 등 증상이 강력한 면역 반응의 징후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증상들이 불쾌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백신 효과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길
바란다”는 기사다. 기사가 구세주 같기도 하고 통쾌하다.
아마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건강하게 사는 것은 백신 덕분이 아닌가 싶다.
옛날 백신이 발명되기 전에는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으니.
미처 살아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더냐.
나의 외할머니는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염병으로 잃었다.
염병은 장티푸스를 말하는데 복통과 열이 나면서 설사하는 전염병이다.
외할머니는 막내아들을 도립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열을 내리겠다며 차가운 얼음찜질을
연상해대니 어찌 살겠느냐고 했다.
외할머니는 매일같이 상원사 절에 가서 무릎이 닳도록 기도했건만 염병은 낫지 않았다.
아들을 잃고 난 할머니는 부처님도 다 소용없다면서 천주교로 개종했다.
나는 백신이 기도보다 낫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의 외가 아저씨는 둔덕집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누라가 있었다.
둔덕집은 외가 아저씨가 작은 마누라를 위해서 둔덕에 있는 집을 사서 살림을 차려주었다.
친척들은 그녀를 둔덕집이라고 불렀다.
6.25 전쟁이 터지면서 온 식구가 춘천에서 둔내 시골로 피난 가면서 작은 마누라도 같이
갔다. 싫든 좋든 외가 아주머니와 둔덕집이 피난지의 한 집에서 함께 살았다.
전쟁통에 염병이 돌았다. 피난통에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도 부족한 상태에서 전염병은
죽으라는 병이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7명이나 되는 외가의 온 식구가 모두 염병에 걸려서 누워있는데 오로지 작은댁만 전염병에
안 걸렸다.
옛말에 전염병이 돌아도 집식구 중의 한 명은 병 뒷바라지하라고 안 걸린다고 했다.
작은댁이 딱 그랬다. 결국 온 가족이 작은댁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었다.
멸시가 은혜로 뒤바뀌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2020년대에 태어나는 아이들 절반의 평균 예상수명은 105살이 된다고 한다.
또 50+ 세대의 대다수는 별일 없으면 90살 이상을 살아가게 되고. 이런 전망과 함께
‘100세 시대’란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건강하게 살고 여유롭게 늙어가다가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자’- ‘100세 시대’의 표어다.
무엇이 이런 삶을 가능케 하나. 레저, 명상, 고급사우나, 요가, 피트니스클럽.
그리고 유기농 농산물…. 물론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면 생활 습관의 혜택이다.
이런 장수의 비결들을 실천하게 하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미신이 아니고 과학이다.
과학은 백신을 발명했고 백신이야말로 인류를 죽음에서 구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 백신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게 나돌다 보니 50세 이후 꼭 필요한 백신
8가지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나는 독감백신과 코로나19 부스터 백신은 맞았다.
고령자는 누구나 독감백신을 매년 거르면 안 된다.
그것도 플루존 고용량4가(Fluzone High-Dose Quadrivalent)를 맞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무료인데 한국에서는 3가까지는 무료이지만 4가는 돈을 내면 별도로 놔준다.
독감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이유는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중에 65세 이상이
70%이고 그중에 70~85%는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RSV 백신(Respiratory syncytial virus vaccine)은 아직 안 맞았다.
RSV 백신은 화이자의 새로운 ‘20가 폐렴구균 접합 백신’을 말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어린이와 75세 이상 고령자는 새로운 폐렴구균 결합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했다.
폐렴은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한 번 걸리면 살아남기 어렵다.
일반 폐렴 예방 백신과 파상풍 백신은 맞은 거로 알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맞았고, B형 간염 백신은 내겐 필요 없는 백신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B형 간염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고로 B형 간염에 자연 면역이 형성되었다고 의사한테서 들었다.
A형 간염 백신은 안 맞았다.
RSV 백신과 A형 간염 백신을 맞아야 할 것 같은데 주치의와 상의해 보란다.
나의 주치의는 중국계통 미국인인데 휴가 중이다.
지난봄에 휴가 간다고 했는데 또 갔나 보다.
휴가 자주 가는 것도 질병 같은데 주치의가 휴가병에 걸린 것 같다.
휴가병 백신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