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엘보라는 병 같지 않은 병이 있다.
알고 봤더니 테니스 엘보로 고생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테니스 엘보의 주요 증상은 팔꿈치 외측의 통증과 압통이다. 팔꿈치 및 손목 움직임에 따라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건을 들거나, 문을 열 때, 열쇠를 돌리거나 악수를 할 때, 가방을
들고 다닐 때 등 일상에서 통증을 느낀다.
한 번은 테니스 엘보에 걸려서 몹시 고생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본인은 팔꿈치를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죽을 지경이다.
병원에도 가 보고 신신파스도 붙여보고 별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낫지 않았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꾀병을 앓는다는 식으로 건성 들어넘기는 바람에 더욱 속상했다.
내 사정을 듣던 친구 와이프가 우리 교회 사모님이 병 낫게 하는 은사가 있는 분인데
한번 만나 보시겠느냔다. 그거야 병만 낫는다면 만나보고 말고다.
다음 주일 날 친구네 교회에 나갔다. 예배 후에 점심까지 얻어먹었다.
사모님은 삼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나더러 누우라고 하더니 오른팔을 쭉 뻗게 하고는 사모님 손바닥으로 나의 팔꿈치 바닥을
탁탁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게 때리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살 때리는 것도 아니었다.
중간 정도의 힘으로 내려치기를 반복했다.
기도도 하는지 어떤지 나는 눈을 감고 있어서 기억이 없다.
한참 내려쳤으니까 아마 5분 내지는 10분 정도는 되지 싶다.
팔꿈치 바닥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손목과 팔꿈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한창 일할 때여서 바쁘게 지냈다. 팔꿈치를 돌보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났다.
내 테니스 엘보? 어떻게 된 거지? 통증이 다 사라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내더러 팔꿈치가 멀쩡하다고 말했다.
사모님의 은사 약발이 듣는 것 같다고 했다.
아내는 피식 웃었다. 날 때가 돼서 나은 거란다.
글쎄요.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플 때와 안 아플 때의 기분을.
나는 사모님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기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젊은 목사 부부는 미국에서의 개척교회 사업을 접고 동두천 개척교회에서 오라고 했다면서
그리로 갔단다.
사실 나도 진가 민가 하지만 그래도 사모의 은사 약발이 들었다고 믿는다.
일전에 명동에 나간 김에 구두나 닦을 요량으로 장난감 같은 구두닦기 집에 들어섰다.
한 평이 될까 말까 한 조그마한 공간에 구두 닦는 사람과 손님 한 사람이 앉으면 꽉 찬다.
이 공간의 주인은 아저씨인데 그날은 웬 중년 아주머니가 앉아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일단 구두를 벗어주고 닦아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척 받아들고 닦는 품세가 전문가답다. 몇 마디 건네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자기는 주인아저씨 밑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란다.
사무실에 들락거리면서 단골손님들의 구두를 걷어오고 닦은 구두는 배달해 준단다.
주인아저씨가 잠시 자리를 비면 자기가 주인 대신 구두를 닦는다고 했다.
말 억양이 다르기에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연변에서 왔단다.
탈북녀들이 주로 써먹는 수법으로 연변에서 왔다던데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구두 닦는 기술을 익혀서 독립해 나갈 거라고 했다.
문제는 아주머니의 하소연이었다.
팔꿈치가 아파서 죽겠단다. 그게 바로 테니스 엘보라고 가르쳐 주었다.
팔꿈치를 너무 과다하게 사용하다 보면 과부하가 걸려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주머니에게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초기에 적절히 관리해 주면 환자의 약 90%는
1년 안에 증상이 좋아지지만,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직업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참으로 딱해 보였다.
아주머니는 옳다구나 하는 심정으로 내게 달라붙어 묻는다. 어떻게 하면 낫느냔다.
글쎄요. 낫는 방법을 알기는 아는데 추천할 만한 방법이 못돼서 잠시 망설였다.
아주머니에게 주소도 없는 동두천 개척교회를 찾아가 사모를 만나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해준다고 믿을 것 같지도 않고.
망설이다가 정~ 참을 수 없으면 동네 의원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나 맞으라고
말해주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