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판기

 

한국에서 지하철역이나 웬만한 공공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커피 자판기가 있다.

동전을 넣으면 종이컵이 떨어지고 컵에 커피가 담긴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 즉석커피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따끈한 커피는 맛과 향이

어느 커피점에서 파는 커피에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도 서민에게 맞춰서 저렴하다.

다만 한 가지 커피양이 적어서 작은 종이컵에 반이 조금 넘을까 하는 분량이다.

미국 종이컵에 비해서 한국 종이컵 자체가 작고 작은 종이컵에 담다 말았으니!

컵을 반만 채운 커피를 처음 보았을 때는 기계를 의심했다.

기계가 고장 났나? 왜 채우다가 말았지?”

그러다가 몇 번 경험한 다음에야 기계에서 뽑아내는 커피는 2/3 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늘 2/3 컵짜리 커피를 마셔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으나

미국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은 커피 컵을 받아 들고 컵도 작고 커피도 조금이어서

요게 뭐야하면서 참 치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로 식품점 시식 코너에서 맛보라고 거저 따라주는 주스가 종이컵 반 컵 정도이다.

돈 주고 사 마시는 커피가 맛이나 보라는 식으로 작은 컵에다가 2/3 컵 정도

따라 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커피의 원가가 비싸서 그러냐 하면 그렇지 않다. 같은 자판기에서 따라주는 코코아도

같은 분량이니까.

한국은 인심 좋은 나라로 알고 있는데 커피 자판기만큼은 그게 아니다.

작은 종이컵에 2/3 컵만 담긴 커피를 마셔야 하나 주저하면서 치사한 느낌도 들고

초라한 느낌도 든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치사, 초라한 기분이다.

 

이런 치사하고 초라한 커피는 주로 돈 없는 노인들이 마신다.

종로 3가 탑골공원 뒤에 가면 할 일 없는 노인들이 모여 있는데 그곳에는

커피 자판기가 하나도 모자라서 3개가 나란히 있다. 노인들이 수시로 사서 마신다.

점심 식사 후에는 커피 판매기 앞에 줄을 설 정도다.

 

미국에도 커피 벤딩 미신이 있다.

하지만 종이컵이 한국의 커피 종이컵보다 크고 양이 곱절은 많이 담긴다.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여서 같은 커피 자판기 커피지만 초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은 에티오피아라고 한다.

아라비아 상인이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커피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Kaff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아라비아로 건너가 ‘Qahwa 카화, 다시 터키로 건너가 ‘Kahve 카붸

그다음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는 Cafe, 이탈리아에서는 Caffe, 독일에서는 Kaffee,

네덜란드에서는 Koffie, 영국으로 전해진 다음에 1650년 브랜트 경이 ‘Coffee’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커피가 아랍권에 있는 이슬람교도들의 음료라고 해서 기독교계인 유럽에서는

이교도의 음료를 금지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교도의 음료인 커피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의 첨병이었던 예술가들이 커피를 애호하면서 유행에 불을 지폈다.

그야말로 커피는 시인에게 영감을, 음악인에게 악상을, 철학가에게 진리를 그리고

정치인에게 평화를 전한다면서 극찬해 마지않았다.

드디어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요청에 시달렸다.

그러나 교황이 직접 커피 맛을 보고 감복하여 커피에 세례를 내렸다고 한다.

이것은 커피가 전 유럽으로 퍼지는 데 큰 영향을 발휘하고 말았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약 100년 전 1896년 고종황제가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음용했다고 전해진다.

그 뒤에 러시아계 손탁이라는 미인이 러시아 공사관 근처에 정동구락부라는 커피점을

열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이며 경양식점이다.

개화 초기 서울 나무 시장에서 우리나라 나무장수와 경쟁을 벌리던 프랑스인이 선심용으로

커피를 한 사발씩 주었는데 처음 맛보는 이상한 국물을 서양의 탕국이라 하여 양탕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26년 일본인 나가무라가 나가무라다방을 연 것이 최초의 근대식 다방이었다.

1927년 이경손이 카카듀라는 다방을 열었고 시인 이상은 제비라는 다방을 열기도 했다.

그 후 6.25를 겪으면서 미군 PX를 통해서 커피가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원두커피를 기술적으로 잘 로스팅해서 뽑아내야

커피의 진정한 맛을 우려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시달리면서 지내는 서민들로서는 싸고 맛있는 커피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다만 좋은 물에 끓인 커피에 온도가 섭씨 80도 정도면 블랙으로서는 적당하고 크림을 탈

경우에는 섭씨 60도가 가장 적절한 온도라고 한다.

커피가 식기 전에 천천히 30분 이내에 마시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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