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75>
이번 설날 <플랜75>라는 새 영화가 개봉되는데 내용이
‘75세 되셨다고요? 국가가 죽여드립니다,’란다.
일본인 감독 하야카와 지에(48)가 각본을 쓰고 연출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와 생산성을 앞세우는 참혹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장수(長壽)는 좋은 일이었고, 삶은 고귀한 걸로 여겨졌어요.
이제는 장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죠. 생산성을 근거로 사람을 제거의
대상으로 본다면, 그 누가 예외가 될 수 있겠어요.” 감독의 말이다.
나이 75세가 되면 국가에서 죽음을 도와주는 제도가 실시된다. 이름하여 ‘플랜 75′.
태어날 땐 맘대로 못 하지만 죽을 땐 계획해서 할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정책 아니냐고
홍보한다. 죽음을 서약하면 10만엔을 일시불 지급하며,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장도
무료 제공한다. 세입자라면 집 열쇠 반환까지 맡아준다. 죽음을 ‘선택’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토털케어 시스템이다. 3년 시행 결과, 관련 민간 서비스가 동반 성장하며
1조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플랜 65로 확대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다.
영화는 실제 사회를 반영하듯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진행된다. 죽음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상냥하며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면의 무관심과 비인간성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다.
신청 노인을 전화로 돌봐주는 콜센터 직원은 잘 자라며 다정한 인사까지 건네지만 사실은
“노인들이 변심하지 않도록 죽을 용기를 계속 주라”는 근무 지침을 따를 뿐이다.
하야카와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노인 1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예상 외로 많은 노인이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다’
라고 답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나는 영화 내용을 읽고 하야카와 지에 감독의 작가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죽으랬다고 죽을 노인이 어디에 있겠나? 더군다나 65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영화로 만들다니.
내가 나이 80이 돼 봐서 아는 건데 죽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살고 싶은 마음만 들게 설계했지, 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게 하셨다.
영화 글을 읽고 내가 2019. 3. 25. posting 했던 글이 생각난다.
사실은 ‘죽고 싶어지는 약 1’이 있는데 찾지 못했고 ‘죽고 싶어지는 약 2’가 있기에
간추려 본다.
<죽고 싶어지는 약 2>
노인인구는 어느 나라에서나 급속히 늘어난다.
골골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젊은이 뺨치는 노익장도 많다.
장수하는 약을 개발하지 못해 안달 복걸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오래 사는데 이골이 난 시대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지겨운 시대다.
자율운전 차를 노인들이 타고 다닌다. 1번 딸 집, 2번 경로복지원, 3번 노인 교회 …….
간단하게 번호를 입력해 놓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모셔다드린다.
번호대로 방문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20년째 똑같은 집을 드나드니까
이제는 지겹다면서 오지 말란다.
고령화에 의해서 건강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들이 평화롭게 죽어갈 수 없을까 연구하는 시대가 왔다.
안락사법이 통과 된지는 오래다. 그러나 안락사에 자진해서 지원하는 노인도 없고
그정도 가지고는 노인인구 조절이 안 된다.
노인인구가 일 년이면 4백만 명씩 늘어나는데 비해서 죽어가는 노인은 그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 세기만에 노인인구 폭발로 국가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인구를 조정하는 정책이 성공해야만 국가가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 공단 연구소에서 제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죽고 싶어지는 약’을 개발하는 일이다.
안락사를 하라고 해도 죽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죽으려 들지 않고 살아서들 떠들기만 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죽고 싶어지는 약은 이미 만들었다. 개에게 임상실험 해 보았더니 약효가 분명했다.
약을 먹은 개는 죽고 싶어서 갈팡질팡 뛰면서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나중에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엎드려 기면서 죽여달라고 사정한다.
약의 효과가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만 남았는데 누가 자원해서 나설 것이냐가 문제다.
누군가 지원자가 나타나서 약을 먹고 죽고 싶어서 몸을 비튼다면 어떻게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실습 대상더러 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에서는 정책상 많은 노인이 자발적으로 이 약을 먹게 권장해야 한다.
많은 노인이 죽고 싶어 하는 약을 먹고 죽고 싶어 한다면 자연스럽게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고 인구 조절 역시 이루어 질 것이다.
약 복용 노인을 늘리기 위하여 약을 먹는 노인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좋을 것이다.
죽기 전에 실컷 돈이라도 써보라고 돈을 충분히 주면 되지 않을까?
죽고 싶어지는 약도 도수가 있어서 100cc 약을 먹으면 일주일 있다가 죽고 싶어지고,
50cc 약을 먹으면 한 달 후에 죽고 싶어진다. 100cc 먹는 노인에게는 천만 원 보너스를
주고, 50cc 먹는 노인에게는 삼백만 원 보너스를 주면서 빨리 죽게끔 유도한다.
자동판매기를 만들어 며칠 후에 죽을 것인지 숫자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약을 떨어뜨려
준다.
뭐 이런 식으로 노인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지, 그냥 죽는 약을 주면 그게 살인이지 뭐냐.
젊은 영화감독이다 보니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렇겠지만 노인도 죽기 싫기는 젊은이나
마찬가지다. 죽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죽나?
<플랜75>인지 뭔지 하는 영화 히트 치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