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옛날에는 가난해도 외롭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풍요 속에 외로움이 넘친다.
옛날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고독해 보려고 남들 다 잠자는 틈을 타서 혼자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도 듣고 편지도 썼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라도 외롭지 않으려고 쇼핑센터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일망정 얼굴이라도
쳐다보고 혹시 말이라도 걸어오지 않을까 기웃거린다.
외로움이 유행병처럼 만연해 있는 세상이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싱글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만성 질환으로 소외된 사람, 실직으로 친지를 피하는 사람, 파트너의 죽음으로 혼자된 사람,
본의 아니게 40이 넘도록 결혼 길이 막힌 사람 등 외로워지는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문제는 나만 외로우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개인의 외로움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면서 국민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의료 비용이 급증하고 기업 생산성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준다.
연방 의무총감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20년 사이 17년간 미국인들이 혼자 지내는 시간은
한 달에 24시간 늘어났다.
2003년에는 미국인들이 하루 평균 285분 혼자 있었지만,
2020년에는 홀로 남은 시간이 하루 333분으로 늘었다.
친구와 대면하는 시간은 2003년 하루 60분이었지만, 2020년에는 20분으로 줄었다.
친구가 3명 이하라는 응답은 1990년에는 27%였는데, 2021년에는 49%다.
친구 적은 사람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요즘 미국 젊은이들이 연애나 결혼도 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30세 미만 성인 중
47%는 결혼이나 동거를 하지 않은 상태이고, 진지한 연애 상대도 없다.
갈수록 인기를 끄는 데이팅 앱은 ‘연애 종말 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성인의 약 절반이 데이팅 앱을 사용해본 적이 있을 정도이지만,
이용자 중 12%만 데이팅 앱을 통해 진지한 연애 관계를 맺었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에서 쓱쓱 화면을 넘기며 이성을 찾다 보니 만남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얘기다.
1960년 미국 전체의 13%를 차지했던 1인 가구는 2022년 29%로 증가했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3명은 혼자 산다는 이야기이다.
미 인구조사국은 혼자 사는 65세 이상 미국인이 1,40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사람을 대면하기보다 소셜미디어에서 교류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도 외롭다는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는 미국 성인 비율은 2005년 5%에서 2019년 80%로 높아졌다.
의료 전문가들은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미국심장협회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답한 심부전 환자의 입원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68% 높고, 응급실 방문 위험은 57% 높다고 보고했다.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팀의 마크 슐츠 박사는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인간관계 대부분이
직장이나 자녀 위주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많다”며 “다른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라”고 조언한다.
미국 사회생활·건강·노화에 관한 국가 연구 프로젝트(NSHAP)는 50세 이상인 사람의
고혈압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사회적 관계 회복이 다른 요인을 개선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연방 의무총감은 고용주는 원격 근무를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의사는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은 친구들과 만날 때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라고 조언했다.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 도중에 전화 받는 친구를 심심치 않게 본다.
물론 실례한다고 하면서 받는 전화이지만 들리는 대화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것 같다. 때로는 대화만 들어도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받는다.
한참 들어오지 않고 있으면 나 홀로 앉아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무시당하는 기분도 정비례한다.
외로움을 이야기하다가 옆길로 샜는데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를 앞에 앉혀놓고 전화 받는 친구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