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마이신’이라는 약은 이식된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차단하는 면역억제제이지만
최근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받는다.
라파마이신(rapamycin)이 쥐의 수명을 최대 60%까지 연장시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 대학 병리학 교수 매트 케벌라인 박사 연구팀이 늙은 쥐들에게 단기간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결과 이 같은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연구팀은 사람 60세에 해당하는 20개월 된 늙은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라파마이신과
위약을 90일 동안 투여하고 중단한 뒤 수명을 지켜봤다.
그 결과 라파마이신 그룹은 대조군 쥐들보다 최대 60%나 더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140세에 해당한다.
라파마이신이 고용량 투여된 쥐들은 숫쥐가 암쥐보다 오래 살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저용량이 투여된 쥐들은 암수 모두 대조군 쥐들보다 오래 살았다.
라파마이신은 mTOR라고 불리는 대사경로에 개입해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금까지 쥐, 초파리, 선충 등 여러 동물모델 실험에서 수명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에 거주하는 데이빗 샌들러는 라파마이신 1년치 분량을 200달러에
주문했다. 다행인 것은 인도에는 어떤 약이든 싼 가격에 공급하는 업체가 많다.
은퇴한 77세의 회계사인 그는 “더 젊었다면 망설였겠지만, 이 나이에는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라파마이신을 노화방지 치료제로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20곳이 넘고,
원격의료 회사들은 수천 명에게 라파마이신을 판매 중이다.
뉴욕주 리틀넥의 의사 앨런 그린은 라파마이신이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약물”이라면서
2017년부터 이 약으로 거의 1,500명을 치료했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와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을 간헐적으로 저용량 복용하면 동물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또 다른 의사들은 인간에게 바람직한 용량이 얼마인지 모르고, 잘못 복용하면
생식 능력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가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LA의 의사 브래드 로젠은 라파마이신의 잠재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약 250명에게 이 약을 처방했다는 로젠은 “60세인 나로서는 더 늙기 전에 장수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가 끝나기를 기대할 여유가 없다”라면서 라파마이신의 오랜 역사를 보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는 약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FDA가 1999년 장기 이식 환자가 새로운 장기를 잘 견디도록 돕는 라파마이신 약을
승인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2009년의 연구 결과는 마치 폭탄과도 같았다.
라파마이신이 포유류의 수명을 14%까지 연장함으로써 처음으로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2014년 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라파마이신과 유사한 약물을 복용한 노인은
독감 백신에 대해 더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라파마이신이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2014년 연구에서 사용된 저용량 간헐적 복용법(주당 5밀리그램)은
장수를 위해 라파마이신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닥터 로젠만이 아니라 나도 60세라면 더 늙기 전에 복용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약을 복용 후에 장수했다고 치자.
장수가 약의 효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타고난 수명 때문이었는지 어떻게 분별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