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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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눌러 책상의 키를 낮췄다.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바라본다.

편안하고 안락하다.

왜 진작에 앉아서 글을 쓰지, 서서 쓰느라고 고생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몇 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섰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기지개를 켜고 물 한 컵 마셨다.

 

다음날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에 불안하다.

나는 일찍이 허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면 겁부터 난다.

오래전에 허리통증 때문에 별별 짓을 다 해보았다.

한 십여 년 고생하다가 내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는데 이것은 내 경우이지

남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말은 아니다.

 

집에 설치해 놓았던 운동 기구를 모두 버렸다.

러닝 미신은 집 청소하는 멕시칸 아주머니에게 주었고, 복싱 샌드백은 아들이 가져갔고

운동 기구 자전거는 길에 내놨더니 누군가가 집어갔다.

가능하면 밖에 나가 자연을 즐기면서 걷는 운동으로 대처했다.

허리통증은 걷는 자세가 중요하다. 올바른 자세로 걸으면 허리 아픈 게 낫고

잘못된 자세로 걸으면 허리가 더 아프다.

올바른 자세는 어깨를 쭉 펴서 가슴을 열고 꼿꼿이 선 자세다.

이 자세를 걷는 내내 유지하려면 가벼운 배낭을 메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펴진다.

나는 배낭에 캐논 카메라를 넣고 물병도 넣고 메고 다녔다.

가볍지만 어깨를 펴기 위해서였다.

 

허리 아픈 사람은 의자에 앉으면 안 된다. 서 있는 자세라야 허리에 부담을 덜 준다.

나는 코스트코에서 40만 원 주고 책상을 샀다.

책상 상판은 검은 유리로 되어 있고 서랍과 책상다리는 철로 되어 있다.

무겁기가 천근이어서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책상 옆에 버튼이 있어서 누르면 내 키 가슴까지 올라와서 서 있는 자세로 글을 쓸 수 있고

버튼을 누르면 내려가서 앉은 자세로도 사용한다.

책상은 그런대로 넓어서 컴퓨터 세 대를 올려놓고도 자리가 남는다.

이 책상을 사용한 지가 벌써 10년은 됐는데 나는 대만족이다.

늘 서서 작업하니까 건강에 좋다. 특히 이 책상을 쓰고 나서 허리통증은 사라졌다.

 

오랜 시간 앉아만 있는 생활은 왜 건강에 해로울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집에서 TV만 보거나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노인, 아이패드나 셀폰에 빠져 침대에 눕거나

앉아서 장시간 보는 경우, 직업상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경우 등등

현대인은 대체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미국인은 하루에 평균 8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오래 앉아만 있는 생활은 비만과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며,

나아가 심장질환과 암으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장시간 앉아만 있는 생활은 허리통증의 원인이며 치명적이기도 하다.

 

복부에 힘주지 않고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결국 척추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등이 굽게 되고 허리통증이나 허리 디스크 위험도 커진다.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허리의 신축성이 떨어지고, 자연적인 허리 곡선이 무너져

디스크가 파열되거나 충격흡수율은 떨어지게 된다.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목은 스크린 앞으로 향하고, 어깨와 목 뒤로는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경추(목뼈)는 옆에서 봤을 때 C자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오랜 잘못된 자세와 스트레스로 일자형으로 앞으로 기울어지게 돼 일명 일자목

거북목증후군을 부른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을 하다 보면 뇌 기능을 포함해서 신체 기능은 느려지고 만다.

전문가들은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치매 발병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했다.

나는 일찍부터 앉아 있는 자세가 허리뿐만 아니라 건강 여러 군데를 괴롭히기에

앉은 자세를 거부하다가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어찌나 반가운지 책상 두 개를 샀다.

하나는 미국에 하나는 한국에 놓고 사용한다.

어떤 때는 온종일 서서 일해도 끄떡없다.

 

서서 일하면 소화도 잘되고 운동도 된다.

나는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서서 생활하면 근육을 자꾸 움직이면서 신선한 산소와 혈액 공급이 뇌와 심장으로

원활해지고, 뇌에서는 각종 화학물질 분비가 활성화된다.

서서 일하는 책상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서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유튜브를 보느라고 책상을 앉은 자세로

내려놓았다. 재미있는 유튜브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가고, 흐르는 시간은 늘 망각을

불러오고, 나는 막연히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썼다.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편하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앉아서 글 쓰는 게 이렇게 편한데 하물며 누워서 TV를 보면 이거야 거저먹기가 아니더냐.

편하고 좋은 것만 찾다 보면 끝이 없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허리가 뻐근하고 아프다.

하던 운동은 모두 중단하고 며칠을 쉬어야만 했다. 닷새를 쉬었더니 허리통증이 사라졌다.

하루 조금 편해지려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온종일 서서 일한다.

 

자동차도 오랜 세월 함께하다 보면 어디가 고장 났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몸도 그렇다.

내 몸은 어디가 나약하고 어디가 잘 고장 나는지 고장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내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내가 똑똑해서 알아낸 게 아니라 세월이 가르쳐주었다.

내 몸에 관해서는 내가 의사지 병원의사는 조언자에 불과하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사는데 그 이유는 여자들은 알게 모르게 장시간 주방에서

서서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서 일하는 게, 하다못해 TV를 봐도 서서 보는 게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지만 실천은 그리 쉽지 않다. 마치 공부 잘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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