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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새벽의 불청객 - 심장 위를 걷다
새벽의 불청객

어제 새벽 6시,
곤히 자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이 새벽에 누굴까, 잘못 들은 거겠지, 꿈일 거야..

무시하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쓴 채 계속 잠을 청했는데
끈질기게도 초인종이 울립니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인터폰을 집어들었습니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헉, 경찰이, 이 시간에, 우리집에, 왜???
순식간에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인터폰 화면으로 보이는 인물은 분명히 경찰이 맞습니다.
그것도 두 명.
경찰 옷을 빼앗아 입은 2인조 강도가 아닐까,
잠시 의심하였으나
강도씩이나 되어서 수고스럽게 훔칠 것도 없는 초라한 원룸에
침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물어보았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좀 나와보세요. 집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사람, 뭘까, 죽었나?

잠옷 바람에 머리는 산발을 한 채
문을 열었습니다.

현관문 앞 복도에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건장한 젊은 남자가
만취한 채 의식불명으로 나동그라져 있더군요.

“아는 사람인가요?”
경찰이 물었습니다.
“아니오.(설, 설마.. 그럴리가요. 절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순간 퍼뜩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열흘쯤 전인가
새벽 세시에
누군가 옆집 벨을 집요하게 눌러대고
문을 쿵쿵 두들겨대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깼거든요.
젊은 남자가 술에 취한 채 여자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옆집에는 아리따운 모 항공사 승무원이 살고 계시는데
남자가 아무리 불러도 그 분은 나오지 않더군요.
도대체 너무나 시끄럽고
나중엔 무섭기까지 해서
경찰에 신고할까 하다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정이란 생각에 그만두었는데..

아, 그 남자분,
한 시간 넘게 문 두드리고, 벨 눌러대고, 이름 불러대고,
찰칵거려대고, 바스락대고…
아마도 비행중이신 듯 했던 그의 그녀 대신
저, 그날 밤 밤 꼴딱 새면서 무지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참다 못해 인터폰 집어들고 “시끄러우니 그만하세요”라고 말했는데도
끈질기게 시끄럽게 구시던 그 분,
새벽에 잠시 잠들었다가 아침 출근길에 나와보니 사라지고 없더군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는지라
저는 경찰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며칠 전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사람인 것 같다고요.

그런데 경찰 왈,
“옆집에 사시는 분 스튜어디스 아닌가요? 좀 전에 모른 척 하고 나가버리던데요?”
….그럼 대체,
저 남자는 왜 이 새벽에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요?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신고는 누가 했나요?”
“윗집 아저씨가 하셨어요.”
“아, 네.”
“그러니까 모르는 분이란 말씀이시죠. 지난번 그 분 맞아요?”
“저, 그 때 얼굴을 못 봤어요.”
“아가씨 혼자 사세요?”
(그 와중에도 ‘아가씨’라는 말에 솔깃. ‘아주머니’라고 했다면
가만 두지 않았을 겁니다.)
“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들어가세요.”

전날 잠이 안 와서
새벽 3시에야 겨우 잠들었었습니다…
출근해서 일하려면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하는데…
아, 그 성실한 경찰관들은
저희집 말고 다른 집(제가 사는 원룸은 한 층에 네 가구가 산답니다)도
초인종을 눌러가며 사람을 불러내서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동시에 남자를 흔들고 두들겨가며 깨우느라… 계속 시끄러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결국,
3시간도 채 못 자고서는…
눈이 새빨갛게 되어 출근했다는…

출근길에 보니

남자도, 경찰도 깨끗이 사라지고 없더군요.

경찰관 명함이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습니다.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한데.

정말 이건,
저처럼 잠귀 밝고 수면부족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테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서워졌습니다.
술취한 사람이기에 다행이지
만일 칼 가진 사람이었다면….-_-;

생각해 보니
이 건물에 살기 시작한 이래
아침에 경찰의 방문을 받고 잠을 깬 게 벌써 두번쨉니다.
재작년쯤에도 경찰이 한 번 찾아왔었는데요
그 땐 “강도 사건 용의자가 이 건물로 숨어들었다”며
조사중이라고 하더군요.

…….월세 내는 것도 버거운 차에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안 그래도 용하다는 점쟁이가 저더러
올해 10~11월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서북이나 동북쪽으로 이사가면
운이 트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전세값은 폭등………..ㅠㅠ

이 건물에 7년을 살았습니다.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내년에는 결혼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사,
참,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이젠 정말 이 동네를 뜰 때가 된 모양입니다.

옆 골목에 연쇄살인범이 살지 않나,

강도 살인 용의자가 숨어들지 않나,

만취해 의식 잃은 남자가 문앞에 나동그라져있지 않나..

심지어 작년 언젠가는 뒷골목에서 한낮에 ‘바바리맨’과도 마주쳤다는.. -_-;

이탈리아 화가 Ignace Spiridon의
‘불청객’을 보너스로 올립니다.

불청객, 사절…………ㅠㅠ

uninvited_guest,_Ignace_Spiridon[2].JPG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9 Comments

  1. 김진아

    2009년 8월 25일 at 6:17 오후

    올핸 꼭 이사하시길요,
    좋은 곳에, 마음두터운 인연들과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밤의 불청객? 날 더우니,
    바바리맨도 조심해야 하고 ㅎㅎ
    계속 쏘아보니까, 무안해서 알아서 도망가대요, 전 아줌마라서 ^^   

  2. 곽아람

    2009년 8월 25일 at 7:37 오후

    그러게 말입니다. 이사를 해야하는데… 마포의 서북쪽이나 동북쪽이면 어디일까요? 회사와도 너무 멀지도 않고 집값 싼 곳을 찾으려니 머리가 복잡하네요.
    월세와 원룸에서 벗어나고 싶답니다.

    바바리맨은… ㅠㅠ
    쏘아볼 자신은 없어서
    경찰에 신고했었다는…    

  3. wonhee

    2009년 8월 26일 at 12:56 오전

    그 남자분,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안됬군요…
    혹시 옆집 승무원분하고 사귀다가 실연을 한건가요…?
    궁금 궁금 – 혹시 알게 되면 여기 올려주세요 ㅋ

    점쟁이 말은 강건너 남쪽으로 가지 말라는 뜻인가요? ㅎ

    저는 요즘 미미 덕분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ㅎ
    그런데 밤에 아무리 늦게 자도 일찍 깨우니 수면부족인 날이 많아요 -_-   

  4. 곽아람

    2009년 8월 26일 at 1:56 오전

    저도 그 남자분의 사연이 너무나 궁금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이 다시 밤에 찾아오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_-;

    글쎄 점쟁이 말은
    좀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기운이 제대로 흐를 거라는 이야긴데
    다행히도 제 주머니 사정을 알고
    강남으로 가란 이야기는 안 하더군요 ㅎㅎ

    저는 여전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납니다.
    야행성인 버릇은 고치기가 힘들군요. ^^   

  5. 참나무.

    2009년 8월 26일 at 8:24 오전

    저도 그 남자분께 맘이 가는군요…무슨 사연이길래…;;

    그나저나 곽 기자님 앞에 올개 안으로
    그림 속 씩씩한 분 같은 분이 짜안 나타나길 바랍니다아~~

    – 이 그림 속에도 개가 나오는군요…^^   

  6. 김희정

    2009년 8월 26일 at 9:03 오전

    그래도 기자님의 수면에’만’ 방해가 되어서 다행이예요.
    정말로, 칼이라도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큰일날뻔하셨어요 ㅠㅠ

    곽기자님께 좋은 분 나타나길 바랍니다!! ♥
    오늘 아침먹으면서 기자님 기사 읽었어요 !
    기자님 기사 보이면 괜시리 반가워요 ^^;    

  7. 풀트로틀

    2009년 8월 26일 at 11:38 오전

    쯧쯧쯧…

    괜히 떠나버린 ‘남의 사랑 이야기’에 곽기자님만 마음/몸 고생이시네요.

    아마도 어딘가에서 술을 실컷 드시고, 옆집 승무원 분 나가실 때까지 기다리려던 생각이었던 듯. 옆집 분이 그 상황을 보고도 그냥 가셨다면 털끝만큼도 엮이기 싫다는 표현일텐데, 남자분만 안타깝게 되었네요.

    아마 경찰이 데려갔다면 유치장에서 재웠을 테고, 아침에 옆집 사람이 보고도 나갔다는 말까지 해줬을 껍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도 마음을 정리하고 다신 안오겠지만, 또 술이 취해서 온다면 알코올 남용으로 이성 제어가 안되는 상황이므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_-;;;

    그나저나 새벽 6시에 꽃단장을 하고 나오지도 않으셨을텐데, 대번에 ‘아가씨’라는 말을 들으신 것으로 봐서는.. 이건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하셔도 좋겠네요. 축하드려요. ㅎ

    이사를 가시는 것보다는, 소를 쫓아내려는 저 용감한 남자 분이 빨리 생기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저리 붉은 옷을 입고 일어나 있으면 소가 더 흥분하지 않을.. ㅎ)   

  8. 곽아람

    2009년 8월 26일 at 3:43 오후

    참나무님// 전 첨엔 동정했다가 두 번 당하고 나니까 이젠 무섭다는.. -_-; 스토커 아닐까요?/
    김희정님// 감사합니다^^; 저도 누가 칼들고 나타날까봐 너무 무서워요. 다세대주택은 위험하다는 거..
    풀트로틀님// 제가 눈이 나쁜가봐요. 그림의 소를 알아채지 못하고 제 눈엔 저 남자가 괜히 얌전한 여자들을 습격한 불청객처럼 보였어요. 경험 오버랩인가?
    그리고요… 제가…. 아무리 맨얼굴로 나와도…. 아가씨 소리를 못들을 나이는 아직 아니랍니다. 네??????   

  9. 高火力

    2009년 9월 15일 at 5:43 오후

    제가 아는 아주 따끈따끈한 30대 초반 총각이 하나 있는데…
    중매 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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