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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불청객의 정체 - 심장 위를 걷다
불청객의 정체

새벽 5시에,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누군가 ‘또’

제 옆집 문을 두들기며

벨을 누르고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불청객’의 방문은 언제쯤 끝날까요?

며칠 전에도 새벽에 문 두들기는 소리에 깼다가

애써 잠을 청했거든요.

이번엔 끈질깁니다.

무서워서 나가진 못하겠고,

경찰에 신고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윗집 아주머니가 나와서 "제발 조용히 좀 하라"며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도 용기를 얻어 나가보았습니다.

……….계단에 앉아있는 폼이

물들인 머리 하며…

며칠 전의 그 ‘불청객’

맞습니다.

저도 덩달아 말했습니다.

"맞아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놓고 혹 째려볼까 겁이 나서,

윗집 아주머니와 동시에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아… 복도를 가득 채운 술 냄새.

지독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계속되는 겁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 벨 눌리는 소리…

그가 한 번 문을 두드릴 때마다

저희집 문까지 웅웅 울리고….

참다 참다 견딜 수 없어서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인터폰으로 내다보니 경찰 두 명이 보여서

문을 열고 나가보았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죽겠어요.

대체 왜 남의 집에 와서 이러는지…

제발 앞으로 이런 일 좀 없도록 부탁드립니다"

했더니,

경찰관 한 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가 두들기고 있던 옆집

(참고로 제가 사는 다세대 주택은 한 층에 네 가구씩이 ㄷ자 형태로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저희 집에서 오른쪽으로 옆의 옆집)

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 여기 사는 분 아닌가요?"

합니다.

아니오, 그럴 리가, 그 집은 빈집일텐데…

한 번도 사람 드나드는 걸 본적이 없는데…

전기 끊겼다는 통지서 꽂혀있는 건 본 적이 있어도…

그럴 리가…

"어머, 그럴 리가요. 거기 사람 안 살아요"

했더니

경찰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돼 있는

(그새 웃통까지 다 벗어버렸더군요)

그 ‘불청객’의 신분증을 가리키며

"조회해 보니 이 집 맞아요. **구 **동 **번지 **호" 합니다.

털… 썩….

"아니, 그럼 왜 자기 집에 안 들어가고 문을 두들기고 있대요?"

했더니

왈,

"너무 취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주머니에 들어있는 열쇠도 이 집 열쇠가 맞아요."

…………ㅠㅠ

전 들어가고,

둘이서 ‘불청객’을 두들겨 깨워서 집 안으로 집어넣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

뭘까요?

저 사람은 그 언젠가 울면서 여자 이름을 부르면서 스튜디어스네 집을 두들기던 그 사람과

동일인물일까요?

얼마 전 술에 취해 나동그라져있던 그 인물과는 동일인물인 것 같은데…

왜 술만 마시면 저렇게 난동을 부리며 주변 사람들을 시끄럽게 하는 걸까요?

"낮에 다시 한 번 와서 주의를 줄게요.

지금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네요. 주무세요" 하더니

경찰은 가 버렸습니다.

5시에 잠이 깨서

1시간 가량 그 난리를 쳤더니

잠이 올 리가!

또다시 수면에 잔뜩 방해를 받고….

낮에 작심을 하고 집 주인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몇 번째다..

난 너무 무섭다……

했더니

주인 아저씨 왈,

"아람씨. 기자가 그런 걸 무서워하면 되나.

아람씨보다 한참 어린 애야.

당차게 경찰에 신고하고 야단도 치고 해야지."

……..기자는…..

여자도 아닙니까?

저는 다시 한 번 호소했습니다.

"아저씨… 아무리 상대가 저보다 어려도..

성인 남자잖아요…

저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데…

복도에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술버릇도 저렇게 나쁜데…

그리고 저는 이 건물 사는 사람 아닌줄 알고…

지난 한달간 너무 무서웠다고요…."

그러나 아저씨의 반응은 그다지…… -_-;;

좀 있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가 경찰서 가서 확실히 단속해달라고 이야기했어."

"어…. 제가 신고한 거 알고 걔가 해코지하면 어떡해요?"

"걔, 그런 애 아니야. 언론사 있는 사람이.. 뭘 그러나…

이건 경범죈데 잘못하면 구류도 살게 하고 그래야지.

그걸 왜 신고도 안 하고 참았어?"

오히려 야단만 잔뜩 맞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혼자 사는 주제에

술이 취하면

집에 안 들어가고

자기 집 문을 끊임없이 두들기며 벨을 누르고 있는

건장한 청년이 옆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무서운지, 안 무서운지.

….기자도,

여자란 말입니다.

하긴 며칠 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어떤 분이

지나치게 수위를 넘는 이야기를 하길래

참다 못해 화를 냈더니

상대가 사과를 하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명랑하게 받아넘겨서 그런 걸로 상처받을 줄 몰랐어" 하더군요.

….뭡니까?

아니.. 전 분위기 땜에 참고 있었던 거라고요….

명랑했던 게 아니라…… ㅠㅠ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기자를 ‘여전사(戰士)’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amazon.jpg

문득 떠오르는 조각상 하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상처 입은 아마존’이랍니다.

‘상처 입은 아마존’에 싱크로 99.9%….

물론 제 상처는

마음의 상처이지만 말입니다… ㅠㅠ

덧붙여 말하자면,이 작품은

‘아마존’이라는 소재를

여성의 인체를 섹슈얼하게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하여

논쟁이 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Statue of a wounded Amazon, 1st–2nd century a.d.
Roman copy of a Greek bronze statue, ca. 450–425 b.c.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0 Comments

  1. 동쪽끝

    2009년 9월 24일 at 6:54 오후

    아직도 한국은 술에 대해 관대한 선진국형(?) 사회로군요. 자기집 앞 술주정이니까 그냥 재워주고 다음날 주의를 주겠다고요? 이곳 캐나다에서 똑같은 상황이라면 그 즉시 구류됨은 물론, 또다시 그 GR을 반복한다면 사회와 격리되는(재활원 수용)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2. shlee

    2009년 9월 24일 at 6:55 오후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무섭기도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를 즐기는 걸까…
    주인에게 그 집 문 앞에는
    커다란 스트로폼을 붙여 달라고 하면…
    머라 하겠죠.
    오른손이 복구 불능인 여전사
    상처가 만만치 않네요.
    잠을 설치는 바람에
    이런 에피소드를 읽게 되네요.
       

  3. 김진아

    2009년 9월 24일 at 8:30 오후

    또 그러면,
    자기집 문고리에다 묶어놓아버리세요 으이그,
    하여튼 술마시고 그러는 사람들 남편왈,
    처음 술을 배울때 막 배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안 고쳐진다는 말이죠 ㅜㅜ

    신고자주 해서 이번엔 집에 들이지 말고
    파출소에 데려다 재운후 일어나면 단디 알려달라 경찰관에게 그리 청하세요.

    자꾸 집안에 넣어주니,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미안스러움도 부끄러움도 없는가봐요..   

  4. 참나무.

    2009년 9월 24일 at 10:20 오후

    불청객 정체를 알아서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진짜 신경쓰이겠어요…예민하신 분이…

    오늘 달 보셨나요…
    귀찮은 일을 얼른 잊으시고

    결말을 작품이야기로 끌어내시다니..과연~~~ 입니다…^^   

  5. 곽아람

    2009년 9월 25일 at 12:41 오전

    동쪽끝님/ 확실히 캐나다는 엄격하군요. 전 그 사람이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집에 집어넣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음.. 캐나다는 총기 소지가 가능한가요? 우리 나라는 총기 소지가 불가능해서 그냥 봐주는 게 아닐까요?

    shlee님// 사실.. 저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왜 집을 앞에 놓아두고 안 들어가는 걸까… 왜 두들기는 걸까..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대학생이 말이죠… 그리고 옆집에 산다는 게 더 무서워요.

    김진아님/ ㅎㅎ 저도 문고리에 묶어놓고 싶습니다만… 그 건장한 체구를 어찌 감당할지가… 담에 또 그러면 파출소로 데리고 가라고 경찰한테 얘기할려구요…
    근데 술버릇이라는데 미안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있을까요?

    참나무님/ 정체를 알아서 다행인데 옆집에 산다는 게… ㅠㅠ
    오늘 달은 못 보고 어제 달은 보았는데 초승달이더라고요…
    아.. 정말 저는 상처입은 아마존에 공감 100%…    

  6. 현우

    2009년 9월 25일 at 3:58 오후

    자기집 대문 두들겨대던 대학생과 스튜어디스네 대문 두들겨대던 남자랑,복도에 나동그

    라져 있던 반바지랑, 작년 한낮 골목길의 바바리는 동일인이 아닐까요?   

  7. noonoo

    2009년 9월 26일 at 12:43 오전

    음…지금 외톨이..아웃 싸이더 듣고 있써염…
    진짜 랩 빠르네…ㅋ

       

  8. noonoo

    2009년 9월 26일 at 12:47 오전

    저런 이웃 있음 진짜 신경 쓰이겠져만…
    그래도 저런 잉간은 적어도 연쇄 살인범은 아닐 것 같은데염…
    ㅠ,ㅠ

    머, 주유소나 까스 충전소 근처에 산다 치쇼.

       

  9. 곽아람

    2009년 9월 27일 at 10:13 오전

    현우님/ 바바리맨과는 동일인 아니고, 반바지와는 동일인. 스튜어디스네 대문 두들겨대던 남자랑은 동일인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_-;
    noonoo님// 연쇄살인범은 아니겠지요. 전 제발 저 회식 있어서 늦게 퇴근하는 날 저 이웃이 계단에 웃통 벗고 널브러져 있는 일이 없기만을 바래요.   

  10. 풀트로틀

    2009년 9월 28일 at 1:13 오후

    쯧.
    지난번까지만해도 나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로 포장해 아름답게 끝내고 싶었는데요.
    단순한 술주정뱅이군요. 그것도 어린 나이에 버릇이 한참 잘못든.
    우선은 경찰에 신고를 계속 하는 것이 좋겠네요.
    단순 취객이 아니라 난동으로요. ‘고발’ 수준으로 가서 맨정신에 합의를 보던가,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던가 단단히 가르쳐야겠군요.
    아마도 피해보상 관련해 ‘민사’나 ‘돈’이 연관되면 정신 번쩍 들껍니다.

    아마도 집주인은, 자기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이야기여서 그렇게 답을 했을겁니다.
    저 사람이 한번 더 그러면 나가겠다고 하세요. 아님 저 사람을 내보내던가요.
    같이 사는 분들하고 연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아마도 본인의 ‘수입’에 저 불청객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할듯.
    세게 이야기 하세요. 정말 나갈 수도 있다는 각오로.

    결국은 술이 문제고, 그거에 지나치에 관대한 사회가 문제군요.
    불청객인 그 총각이나, 그걸 대충 용서하는 경찰관 아저씨나,
    그걸 싫다고 말하는 곽기자님을 이상한 사람 만드는 주인 아저씨나…

    다 공범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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