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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좁은 문’의 제롬은 어떤 모습일까요? - 심장 위를 걷다
‘좁은 문’의 제롬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동안의 포스트를 훑어보니, 올들어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왜 좋아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취향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취향이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더불어 개개인의 인간이 참 많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도요.

이번에 책을 내고 나서

다시 취향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사람들의 그림 취향이 아니라

책의취향에 대해서요.

나이, 성별, 자신의 경험에 따라

그 취향은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제 맏아버지, 그러니까 아버지의 큰형께서

책을읽고 난 소감을이메일로 보내주셨는데

그 이메일에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너의 책을 읽고 좋아하는 부분이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변신의 글과 그림이 마음에 들더군.

‘변신’이 마음에 들다니

저로서는 무척이나 의외라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서른 개의 원고 중에서

‘변신’을 다룬 원고는제 마음에 가장 드는 원고가 아니었고,

‘변신’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었거든요.

그 원고로 말할 것 같으면

글이 안 풀려서 원고를 두세 번 새로 쓰고,

편집자 반응도 별로 좋지 않아서

피드백 받고 또 다시 쓰고,

기껏해서 떠오르는 그림 찾아놓았더니..

책 나올 즈음해서 그 그림 도판을 찾을 수 없어서….

같은 화가의 비슷한 맥락의 다른 그림으로 바꿨던….

그런 아픔이 있는 원고였거든요….

그래서 제겐 솔직히,

내용에도 별로 자신이 없고,

너무 고생해서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서른 개의 손가락 중 깨물어도 별로 안 아플 것 같은

손가락이었던 것입니다……. -_-;

그런데 60대 중반의 맏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고,

저희 아버지도 ‘변신’이 좋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형제의 취향은 비슷한가요?)

참고로

올 초 회갑을 맞았던 저희 아버지는

‘데미안’이 제일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도 제게 또한 의외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데미안’ 원고도 처음에 출판사로 보냈더니

편집자가 도무지 어려워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온통 빨간 줄을 그어 돌려보낸 원고라서

고쳐 쓰느라 정말 머리를 쥐어뜯었고…

그림도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해서

중간에 한 번 바꾸기도 하고…

그 난리를 치면서 써놓고

결과물을 보니..

저로서는 그다지 독창적이지도 않고

딱히 와닿지도 않는….

그래서 정말 다시 보기 두려운 그런 원고였거든요.

아마도 60대 남성의 취향은

‘변신’과 ‘데미안’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 또래인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의 취향도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오만과 편견’이나 ‘제인 에어’가 인기 있을 것이라는 제 예상을 뒤엎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공감했다고 찍어준 작품이…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었습니다.

이 원고도 역시,

출판사에서 처음에 원고를 보고

작품 자체가너무 어렵고 지루한 것 같다.

원고도 너무 어려우니 다시 쓰라고 요구해서..

저로서는 정말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한 원고.

근데 제 또래들은 이 원고가 좋다네요.

아마도,

제 또래들 대부분이

중학교 1~2학년쯤에 ‘좁은문’을 필독서로 여기며 읽었던 경험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래 아래 포스팅에 ‘산성’님이 댓글 달아주신 것처럼

제가 ‘좁은 문’의 알리사같다고 했던 프란츠 아이블의 ‘책 읽는 소녀’와

나란히 걸려있다는 제롬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궁금하다는

문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오더라고요.

3350527831_d25d20e8cf_o.jpg

(프란츠 아이블, ‘책 읽는 소녀’)

사실 출판사에서도

그 제롬 그림이 궁금하다며

이례적으로 이 원고에만

그림을 두 장 넣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었는데….

빠진 이유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는 도무지 도판을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엔나 출장 갔을 때

도록이라도 사오는 건데….

막상 뒤늦게 찾으려니까 도무지 구할 길이 없더군요.

그래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곳에나마 A/S를 해 드리려 합니다.

‘좁은문’의 제롬은

어릴 때 마음에 두었던 외사촌 누이 알리사에게

평생을 걸쳐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정말 천연기념물 같은 남자입니다.

제롬이 알리사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불륜을 눈치채고 비탄에 잠겨 있는 알리사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지요.

여러분들 마음 속에는

각각 다른 제롬의 이미지가 있겠지만,

제 마음 속의 어린 제롬은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Johann

Johann Baptist Reiter, Lesender Knabe, 1861

요한 라이터라는 오스트리아 화가의

‘책 읽는 소년’입니다.

왜 이 그림이 제롬을 연상시켰냐고요?

IMG_0255.JPG

지난해 6월

비엔나 출장을 갔을 때

벨베데레 미술관에 들렀다가 찍어 온 사진입니다.

액자의 유리가 반사되어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요.

2000년 같은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발견하고

정말마음에 들어 여러 번 들여다보았던’책 읽는 소녀’와 ‘책 읽는 소녀’의 그림이

여전히 그 자리에 함께 있더군요.

처음엔 ‘같은 화가의 그림이라서 같은 곳에 있는 걸까?’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다른 화가의 그림이더라고요.

미술관측에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저렇게 걸어놓은 것이 아닐까요?

(더 거창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는 바가 없으므로…멋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_-;;)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의 소녀는

독서에 몰두해 그 어디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데 반해,

소년은 책을 읽다 말고 책에서 고개를 들어

소녀를 훔쳐보고 있네요.

소년은 저 순간

소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저는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자, 여기서 질문.

여러분 마음 속의 제롬은 어떤 모습인가요?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7 Comments

  1. 파이

    2009년 11월 30일 at 9:12 오전

    월요일 아침을!
    아람님의 글로 열게 되어서 좋아요.

    음.. 좁은문을 읽기는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벨베데레 미술관의 큐레이터, 센스장이 !
    저렇게 전시하니까 바로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재미도 있구요.
    저 녀석.. 하얀 옷을 조금만 더 내렸으면.. 하는건 아니겠죠?
    (워워워..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

    이번 주도 신나고 활기차기 시작해요~
       

  2. 참나무.

    2009년 11월 30일 at 9:32 오전

    http://blog.chosun.com/web_file/blog/9/11009/25/20091130092914_1_7915.jpg

    이걸로 바꾸시는 게 좋은 듯 한데요…가가람기자 님
    지금 좀 바바서 급히…허러럭~~~
       

  3. 참나무.

    2009년 11월 30일 at 9:44 오전

    아유~~이거 올리고 수영가방 들고나가다 다시 들왔어요
    제가 넘 건방진 것 같아서말이지요

    제가 올린 이미지랑 비교해보셔요
    병약해보이는 창백한 얼굴이 더 제롬같다는 방자한 생각이 들어 그랬으니 용서바랍니다

    사실은 지우고 나갈까하고 들왔는데 …

    그냥 두 그림을 나란히 만난 건 곽기자님의 필연 같고
    제가 나가야하는 시간에 급히 가자님 글을 본 것 또한 필연같아 부끄럼을 참기로합니다

    제가 떡대애 안어울리게 좀 많이 소심한 편이거든요
    이럴 어쩌나..이 거 올리고도 많이 후회할 듯…;;
    아니구 골치야 나두몰르겠쩌요… 그냥…팍!
       

  4. 곽아람

    2009년 11월 30일 at 9:58 오전

    파이님// ㅎㅎㅎㅎ 그러게.. 옷을 좀 더 내렸으면.. ㅎㅎㅎ 아이고 저도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참나무님// 댓글의 URL 보니까 제가 올린 그림이랑 같은 그림인데요?? 아닌가? 얼굴이 더 하얗긴 한데.. 아니 뭘 후회하시는지.. ^^;    

  5. 산성

    2009년 11월 30일 at 4:05 오후

    음…제 마음 속의 제롬은 저 소년에다가
    적어도 다섯살은 더 얹어줘야 할 것 같은데요…^^

    나란히 걸려 있는
    두 그림의 위치가 더욱 시선을 끌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핏 느껴지는 기분은
    소녀의 시선은 내면 아주 깊은 곳으로
    소년의 시선은 바깥,그 현실을…
    뭐 이런 짐작을 해봅니다^^

    60대 남성들이 고른 카프카의 변신은
    김훈의 이야기처럼,
    밥벌이의 고단함이 읽혀진 때문 아닐까요…
    역시 제맘대로 추측입니다만…

    아무튼 궁금했던 그림을
    이렇게 보게되다니…감사해요.

    야금야금
    아껴서 읽고 있답니다^^
       

  6. 곽아람

    2009년 11월 30일 at 6:24 오후

    제가 생각하는 제롬은.. 언제나 어릴 때의 제롬.. 소년의 이미지라서 ^^;
    아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7. 2009년 11월 30일 at 8:02 오후

    저도 ‘변신’이 제일 좋았어요…전 30대초반인데ㅎㅎㅎ

    아마 그 문구 ‘인간은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지 않는다’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고,, ‘르네 마그리트’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사랑(인정)받을려면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한다’라고 생각했거든요.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와 닿았다고 할까나요..
       

  8. 곽아람

    2009년 11월 30일 at 8:12 오후

    전 사랑스러워야 사랑받을만하다는 걸 알면서도, 저 스스로는 계속 잊어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응석과 어리광과 투정이 늘어간다는.. ^^; 지행합일이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대개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초현실주의 화가가 어르신들께도 감흥을 줄 줄 몰랐는데… 저희 아버지도, 큰아버지도 좋아하셔서 그것도 의외였어요. 어쩌면 제가 너무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9. wonhee

    2009년 12월 1일 at 3:23 오전

    나란히 걸려있는 두 그림이 정말 한 세트인 것 처럼 잘 어울립니다.
    ‘제롬’의 모습이 이 책읽는 소년과 비슷할지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책에서 서술하신 ‘제롬’의 이미지와 유사한 것 같아요.

    책 한 권 출판하는게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저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피를 말리는’ 고통스런 작업인 것 같군요.

    그 책을 오늘 아침 출근길에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ㅎ
    이번엔 좀더 차분히, 생각하며 읽으려고 합니다.   

  10. 곽아람

    2009년 12월 1일 at 11:17 오전

    두 번씩이나 읽으시다니 어째 좀 부담스러운데요 ^^; 출근길에 읽는 책.. 지하철을 타고 다니거나 출근시간이 길면 출근길에 책 읽기가 좋을텐데.. 전 집이 가까운데다가 그나마 요즘 늦잠 자서 맨날 택시 탄다는.. ㅎㅎ 호젓하게 책 읽을 기회가 별로 없어요.   

  11. eyrie

    2009년 12월 4일 at 9:51 오후

    각자~~개인적으로 와닿는 구절이 다 다르겠지요^^ 그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전 그림은 마그리트의’생존의 기술’이 확 땡기던데요? 해석이야 어떻든~~눈길이 계속 가던데~ㅋㅋ (아마도 어디에서도 볼수 없었던 그림이라 그랬는지도~ㅎㅎ)

    글로는 ‘부엌의 마리아님’이 인상적이었어요…그리고 ‘고향’도 좋았고~^^*
    글내용에도 나오지만 오싹 소름이 돋는^^;(현실적인건지…영화롭던 과거는 말그대로 추억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
    좁은문은~~제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서 그런지~~별 감흥없이 지나갔는데요…???
       

  12. 곽아람

    2009년 12월 5일 at 2:43 오전

    생존의 기술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잘 몰랐다고 하시고 좋아하시더라고요. ㅎㅎ 전 마그리트 그림은 대개 다 좋아하는 편이고, 비슷한 맥락의 그림들이 많아서 특별히 새롭게 여겨지지는 않았거든요. ‘부엌의 마리아님’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고향’도 참 좋아요. 루쉰 작품중에서 드물게 좋아하는, 그리고 많이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13. 2009년 12월 19일 at 5:42 오후

    이제 막 책을 끝냈습니다.
    저도 큰아버지취향인가봐요 ‘변신’이 꽤 맘에 들거든요. 그리고 ‘가면고’도.
    사실 여기있는 책의 태반이 제가 안 읽은것들이라 이번기회에 읽어보려구요. 그리고 포스팅 좋습니다. 늘 기대하고 있어요. 한참만에 들어왔는데, 많이 있어서 좋네요.    

  14. 곽아람

    2009년 12월 19일 at 9:09 오후

    구님/ ‘변신’은 가장 힘들게 썼던 원고고, ‘가면고’는 가장 즐겁게 써내려간 원고였어요. 편집자 반응도 가장 좋았고요. ‘변신’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니 정말 저는 의외랍니다^^’   

  15. 김주형

    2009년 12월 27일 at 2:43 오전

    저도 이제 막 둘째를 다 봤습니다.

    어제밤부터 글에 빨려들어가듯이 읽다가 웃다가 그림에 폭 빠졌다가 또 읽다가 먼 옛일을 생각하며 멍청해지다가를 반복했지요, 중간중간 먹다가 자다가 누웠다가 엎드렸다가도…^^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단연 ‘글머리에’입니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이 어떤 밝은 설레임과 기대의 순간일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어둡게 견디며 이 또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버거운 삶의 순간들’이었다니! 책 표지의 사진도 조금은 달리 보게 되었지요…

    본문들의 꼭지들은 다 좋았어요. 특히 토지, 나목, 소나기, 위대한 개츠비, 죽은자들, 좁은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만과 편견, 주홍글씨, 이반데니소비치, 토니오 크뢰거, 금각사, 사양, 그리고 교황의 노새…등등^^ 너무 많나요, 그런데 다들 주옥같고 사연이 있는 것들인데 하나를 고르라는 일은 너무 어렵고 잔인한 일인 것 같군요.

    다만 가장 먼저 읽었던 것은 위대한 개츠비, 가장 많이 웃었던 것은 교황의노새, 가장 많이 엿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오만과 편견과 토니오 크뢰거, 갑자기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은 소나기…뭐 이런 식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소나기를 읽다가는 장진감독의 ‘소나기는 그쳤나요’가 생각나서 한동안 먹먹해졌더랬지요. 지난 여름 어둠의 경로를 통해 무심코 다운받아 보다가 삼십분 동안 계속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웃다가 했었다는…)

    음 그리고 책과 그림의 매치가 좋았던 것은 위대한 개츠비였습니다. 제가 남자라서 ‘창가의 남자’에 가장 감정이입이 되고 얼굴없는 뒷모습에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서였겠지요. 바다를 바라보는 나그네보다는 더 마음이 와닿고 많은 사연이 생각났지요.

    보는 순간 임팩트가 있었던 그림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나는 그림은 ‘책읽는 소녀’와 뭉크의 ‘봄’입니다.

    첫째는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겠습니다. 둘째가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서 아쉽거든요.
    오랜만의 즐거운 책읽기 고맙습니다.   

  16. 곽아람

    2009년 12월 27일 at 3:26 오전

    글머리에… 자그마치 4번 고쳐쓴 서문입니다.. ㅠㅠ 어렵다고, 인사를 빼먹었다고…

    꼭지들을 좋아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자기 자식 이쁘다는 소리 들은 엄마 마음이 아마도 이럴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하죠. ‘위대한 개츠비’의 그림이 좋으셨다니요. ㅎㅎ 많은 사람들이 ‘빨강머리앤’과 ‘변신’이 좋다던데.. 음 여기 또 새로운 의견 등장인데요.

    저야말로
    이렇게 긴 댓글,
    고맙습니다.

    연말 즐겁게 보내세요.    

  17. 김주형

    2009년 12월 30일 at 1:27 오후

    첫째는 천천히 아껴가며 읽으려 했는데…눈 때문에 전철 타고 다니다가 그만 -.-
    아껴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는 바람에 다 먹었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요^^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왜 이런 그림으로 하셨을까… 싶었는데(남자가 전철에서 보려니 건너편 아주머님이 흘끔흘끔 쳐다보셨다는…^^) 책장을 덮고 나니까 이 책에 딱 맞는 그림이구나 하고 보기가 편해졌습니다.

    서른 즈음의 여자독자들은 마치 자기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곳은 남자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서, 저의 경우도 상당부분은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추락한 이카루스의 그림 같은거. 그리고 절반은 여염집 처자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었다는…^^

    지금 떠오르는 그림은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우수, 프리드리히의 고독한 나무입니다. 키리코의 그림은 그림 자체의 끌어들이는 느낌도 강했고 또 예전 헤르메스의 기둥에서 친숙해진 탓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리코에서 불안보다는 편안함과 기대를 느꼈는데 제 감성이 좀 무뎌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둘째"의 안개 낀 바다의 나그네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말없는 나무가 말없는 웅변을 내뿜고 있는 듯한 포스가 좋았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첫째에게서는 출산의 고통과 두려움이 좀더 생생했다고나 할까요. 보는 사람은 그래서 더 좋았던 것도 있지만 아람님은 이제와서 보시면 속살을 드러내서 좀 불편한 부분도 있을것 같습니다^^ 둘째는 청바지의 조용한 책읽는 그림이 보는 사람도 아람님도 편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셋째 그림의 표지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한데 아람님이 기획의 ‘헤게모니’를 잡고 커튼을 열어 ‘그림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커튼을 쥔 손등만 살짝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첫째의 리뷰는 여기까지인데… 뒷부분은 => “크리스마스에 생각나는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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