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내가 좋아하는 그림, 당신이 싫어하는 그림 - 심장 위를 걷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당신이 싫어하는 그림

주말이라 친구들과 셋이서 이태원에서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보세 옷가게를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세련되고 도도한 스타일의 친구 한 명이

대담한 라인의 원피스를 집어들며

"이거 괜찮지 않니?" 라고 말합니다.

……조용…………

친구 왈,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군. 역시 우리는 취향이 너무 달라."

귀엽고 사랑스러운 또다른 친구가 스커트를 사야겠다며 입어봅니다.

갈색빛이 도는 모직 스커트를 입고는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제 눈엔 좋아보여서 "응. 예뻐"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세련되고 도도한 친구가

"너 그거랑 비슷한 스커트 있잖아. 내 기억에 있어"라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스커트를 입어보던 친구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응.. 근데 자세히 보면 좀 달라"라고 합니다.

세련되고 도도한 친구는 자잘하게 기계주름이 잡힌 검정 스커트를 내밀며,

"이게 더 예쁘다"고 말합니다.

나머지 둘이 일제히 소리칩니다.

"안돼. 이건 너무 퍼져보여. 깡마른 애들이나 입는 거야."

결국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는 단순한 스타일에 리본이 달린 검정 벨벳 스커트를 사기로 결정합니다.

악세사리 상가를 누비던 찰나,

제 눈길을 잡아끄는 귀걸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P091108003.jpg

어머, 딱 내 스타일이야!

원래 5000원인데,

마침 세일해서 3000원이랍니다.

가격도 착합니다.

당장 사기로 결정하고 돈을 지불하는 절 보고

나머지 친구 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저걸 어디 하고 다녀?"

"정말 쟤 취향도 알아줘야해."

사람의 취향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몹시나 흥미로운 요즘입니다.

그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이맘때’그림이 그녀에게’를 내고 난 이후에

심심할 때면 포털사이트 블로그 검색창에 책 제목을 쳐 넣고는

누가 어떤 서평을 써놓았나… 를 보는

그다지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은 버릇이 생겼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 책에 실린 서른 점의 그림 중

다음의 그림이 제일 좋았다고 꼽는 걸 보고 몹시나 의아했습니다.

sargent2.jpg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1885-86, 런던 테이트 갤러리

그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 그림의 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저는 이 그림이 아주 좋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피어있는 백합에서는 향기가 날 것만 같고,

분홍의 장미들은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흰 옷을 입은 고수머리의 귀여운 소녀들은 마치 아기 천사처럼 보이고,

소녀들이 들고 있는 동양식 등의 붉은 불빛이 마음을 다사롭게 만들어주지요.

이 평화롭고 아늑한 저녁빛,

거기에 묻어오는 상쾌한 여름밤의 공기,

그리고 화사한 그림의 제목.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그림이지요.

그러나 사실,

저는 저 그림보다는 이 그림이 더 좋습니다.

크리스티나.jpg

앤드류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1948, MoMA

여자의 뒷모습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그림이 우울해보여서 싫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하여 궁금해집니다.

사람들은 왜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동시에 사랑받는 그림의 특색은 무엇일까요?

무엇이한 인간이 어떤 그림을 좋아하게 될 때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까요?

최근에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된 그림이 한 점 있습니다.

interior-with-piano-and-woman-in-black-strandgade-30.jpg

Vilhelm Hammershøi, ‘Interior with piano and woman in black’, oil on canvas, 63*52cm, Ordrupgaard, Copenhagen,1901.

덴마크 화가인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입니다.

이 화가는 베르메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주로 아내를 모델로 해 여인의 뒷모습이 있는 실내 풍경을 많이 그렸습니다.

저는 이 그림이 좋습니다.

우아하고고요하면서 서정적인 분위기가 좋고,

특히나 빛의 입자들이 먼지처럼 공기중을 부유하고 있는 것 처럼 그려낸 표면의 느낌이 좋습니다.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북유럽의 햇살은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아노 옆에 서 있는 여인은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어쩌면 책이나 편지를읽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는 방금 전까지 피아노를 쳤던 것일까요?

아니면 피아노를 치던 누군가가 방금 떠나 버린 것일까요?

하얀 목덜미와 단정하게 틀어올린 머리가 정갈한 서글픔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보이는군요.

그러나……

이 그림을 본 제 친구들 대부분이

입을 모아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친구 A: 별로야. 수녀같아.

친구 B: 저 검은 옷 입은 여자 너무 칙칙해. 완전 깐깐한 노처녀일거야. 제인에어같잖아.

친구 C: 난 나란히 걸려있는 저 액자들이 너무 눈에 거슬려. 피아노도 맘에 안들어.

친구 D: 노땅같아.

친구 E: 너무 우울하고 답답해보여서 싫어.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친구들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하였답니다.

친구 F: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한다고 하자 흥분하며) 누가?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냐?

친구 G: 너무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이야.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저 그림을 이해할만한 수준이 안 되겠지.

…….뭐 이런 식입니다.

대체

사람들 마음 속의 그 어떤 무엇이

그림에 대한 ‘취향’을 결정짓는 것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떠한가요?

사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와

하메르스회의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에 대한

여러분들의 느낌과 호오(好惡)가 궁금해집니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28 Comments

  1. 참나무.

    2009년 11월 9일 at 1:37 오전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는 보통이고

    와이어스의 가녀린 팔을 보면 가슴에 쏴아 파도소리가 나도록 슬프고 -스토리를 아니깐

    마지막이 제일 맘에 와닿습니다…그 이유도 베르메르를 좋아하는 탓이겠지요.

    근데 아스크림 이어링 하신 적있나요…^^
       

  2. 곽아람

    2009년 11월 9일 at 1:54 오전

    아스크림 이어링, 오늘 샀다니까요 ㅎㅎ 이제 해야지요
    베르메르를 좋아하는 분들도,
    마지막 그림을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ㅎㅎ
    저로선 참..
    이해불가.   

  3. 동쪽끝

    2009년 11월 9일 at 5:18 오전

    그렇습니다. 첫번 째 그림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그림’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비록 인터넷 상의 사진이지만) 행복지수가 온몸에 퍼지는군요.

    많은 경우, 사람의 뒷모습을 표현함에는(사진, 그림, 글, 영화…) 무언가 ‘심각’모드가 아닌가요?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자체가 일단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닫게 만들지요.

    두번 째 그림에선 한 많은 여인 – 언덕의 집에 대해…
    세번 째 그림에선 예기치 않았던 사실 확인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일순 얼어버린 – 빛의 입자마저 – 여인의 공간이 느껴집니다.

    두 여인에게 차마 이쪽을 보라고 말 할 용기가 없네요.   

  4. dhleemd

    2009년 11월 9일 at 6:05 오전

    저의 경우, 첫 번째 그림은 자연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고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도심에서 바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지요. 마치 비갠 후에 로즈 민트 향이나 포인세티어의 은은함이 묻어나올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그림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추구하는 분에겐 매우 절절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에 힘들어 하고 있지요.
    세 번째 그림은 극도의 절제와 정갈함이 느껴집니다. 단지 그 곳에 사시는 분이 느긋한 여유가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구의 햇살은 음울한 느낌이 많답니다. 우리들이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시점은 지금 여기 이지만 그 판단의 배경은 대개 수천 년 간 이어져 오고 있답니다.
       

  5. 파이

    2009년 11월 9일 at 7:46 오전

    안녕하세요? 파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바로 저네요. 그 많은 사람 중의 한 명.. ^^
    전 밝은 그림이 좋아요.
    아람님 덕에 탓에! (장난인데, 이정도는 이해하시리라 믿어요. ^^)
    접하게 되는 그림도 좋아요.

    살아갈수록 타인의 취향에 관심이 더 가요.

    저도 늘 궁금해하는 부분이예요.
    왜 어떤 특정한 그림에 끌리는걸까,
    왜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끌리는걸까.. ^^

    제가 아람님의 글을 읽고 쓴 리뷰예요.

    [그림을 한 점 보여주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 혹은 화가의 인생을 들려주며
    ‘나’를 적절하게 드러내 준 세련된 분홍색 책은, 즐거웠다.
    먼나라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같았다.

    표지의 색과는 상반된 저자가 선택한 그림들을 보면서
    타인의 취향에 접하는 느낌도 풋풋했다.
    그림들은 너무나 단정했다. 그리고 고독했다.
    생동감이 없고 정적이었다.

    30점의 그림 중에 비교적 내 취향이었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의
    꼬마들 조차도 너무 얌전했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들과 ‘일편단심 유전자’의 일맥상통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기차를 좋아한다.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고
    출발할 시간에 맞추어 어김없이 움직이는 기차가 좋다.
    누구에게나 변화는 힘겹다.

    책 속의 그림들은 그런 규칙적인 움직임도 없다.
    그 자리에 놓인 것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고독한 나무가 있는 풍경]의 나무 모델은 이미 그 자리에
    뿌리를 내려서 움직일 수도 없다.
    그 나무에게 움직임은 생존의 위협이기도 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있어야 한다.
    왜 나무는 꽃을 피워 나비를 부르고
    열매를 맺어서 새가 가지에 앉을 틈을 주지 않는걸까?

    하지만 문득 내 안에도 나무가 한 그루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견뎌내야 하고 살아야 하는,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나무가 있다.
    최선을 다해서 해의 양분을 받아내고
    물길을 찾아서 뿌리를 내려야한다.

    그림을 떠올리면 황량한 나무만 떠오르지만,
    저자의 글을 같이 떠올리면
    내년 봄에는 더 무성한 잎을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이 솟는다.]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요~
    아람님이 자주 글을 써주셔서 얼마나 좋은지요! ^^
       

  6. shlee

    2009년 11월 9일 at 7:47 오전

    존 싱어 사전트의 그림은 몽환적…
    앤드류 와이어스 그림은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
    가느다란 팔과 병든 다리로
    하루 하루 저 집을 향해 다가가야 하는….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그림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생각나는 그림
    알리사의 뒷모습~
    직사각형 소설책의 표지로 어울릴것 같은 그림..

    이와 비슷한 아이스크림 귀걸이
    우리 딸에게도 있음~
    귀여운 소품
    기분전환용으로 딱~
    전 …
    파울 끌레의 그림들이 좋아요.
    사람도 없고
    풍경도 없고
    그냥 긁적거린 그림이~

       

  7. 김진아

    2009년 11월 9일 at 9:54 오전

    첫번째 그림은 그저 좋은 느낌, 기분좋은 내용을 담은 엽서같은 느낌이지만..
    맨 아래 그림은 일기같아요.
    뒷모습이 있는 그림이나, 저도 아이들 뒷모습을 잘 담지만..
    그 느낌을 딱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요 ㅎ

    덮어 놓아도,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을 일기같은 맨아래 그림이..
    참 좋군요. (제인에어가 떠올랐습니다. )   

  8. 곽아람

    2009년 11월 9일 at 11:23 오전

    동쪽끝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 상대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전 뒷모습이 오히려 앞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자기를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표정(?)의 굳건한 뒷모습도 있지만요… 그러면 사람들이 사전트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설명이 되네요. 아이의 천진함은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켜버리니까요.

    파이님/ 안녕하세요!! ㅎㅎㅎㅎㅎㅎ 아, 제가 고른 그림 서른 점이.. 돌이켜보니 모두 다 정적이었네요. 저도 그걸 생각 못했어요.. 제 취향이 그렇답니다. 음… 좀 시끄러운 그림을 좋아해볼까요? 앞으로는 ㅎㅎ 그 많은 분 들 중의 한 분이 바로 여기 계셨군요!

    shlee님/하메르스회의 그림이 알리사의 뒷모습… 제가 생각하는 알리사는 좀 더 아름다운데.. 소녀 시절의 알리사를 생각해서 그럴까요? ㅎㅎ 전 뭐랄까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주부라든가 뭐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누군가는 ‘제인에어’라는데… 사람들마다 상상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

    김진아님/ 일기같은 그림. 그런 생각을 못해보았어요. 전 끌레는 좀 난해하다 그래야 하나 정신없다고 해야하나.. 근데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앞으로 끌레의 세계를 탐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9. 구윤아

    2009년 11월 9일 at 11:54 오전

    첫번째 그림은 동쪽끝님 말씀처럼 "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그림" 이군요.
    두번째 그림은… 계속 생각날것 같은 그림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이라고 말하게 되지는 않을거 같구요…
    세번째 그림은…전 처음 보는 그림이지만,
    저도 이 그림 좋은걸요.
    곽기자님 말씀처럼 우아함이 느껴져서 좋네요.
    제 뒷모습도 저러했으면 합니다만…^^;;

    "감기" 조심하세요
       

  10. noonoo

    2009년 11월 9일 at 5:44 오후

    맨 위에 그림은 까페나 레스토랑에 액자 해서 걸어두면 좋을 거 같고,
    두번째 그림은 제 침대맡 스탠드 옆에 세워두면 좋을 거 같고…
    세 번째 그림은 엽서로 코팅해서 일기장 가운데에 꽂아 놓고 한번씩 보고 싶어지네요. ^^

    머, 그림 다 좋아 합니다.
    ^^
       

  11. 곽아람

    2009년 11월 9일 at 8:48 오후

    dhleemd님/ 비갠 후 로즈민트나 포인세티아… 어떤 향인지 상상은 가는군요. 저는 포인세티아는 본 적이 있어도, 로즈민트는 본 적이 없지만.. 왠지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향일 것 같아요. 자연과 어린 시절의 향수,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밤늦게까지 토끼풀밭에서 뛰놀았던 어린 시절의 여름날밤이 생각나거든요…

    두번째와 세번째 그림에 대한 느낌도 흥미롭습니다.

    북구의 햇살을 맛보신 모양이군요… 저는 북구의 햇살, 이라고 할 때마다 ‘토니오 크뢰거’가 생각이 납니다.

    구윤아님// 전 두번째 그림이 첫번째 그림보다 좋은데.. 음음 성정이 음울한가요? 세번째 그림을 좋아하시다니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기쁩니다. 윤아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누누님// 역시 실용적이세요!! ㅎㅎㅎ 근데 두번째 그림 침대맡 스탠드 옆에 세워놓으면 불빛 받아서 좀 무서울 것 같은데.. ㅎㅎㅎㅎ 전 첫번째 그림 침실에 걸어놓고 싶어요. 첫번째 그림은 침실에, 세번째 그림은 서재에 두번째 그림은……. 미술관에!   

  12. wonhee

    2009년 11월 10일 at 12:44 오전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가 예쁘고 귀엽기는 하지만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가 묘사하는
    잘 정돈된 집안의 모습과 여인의 우아한 뒷모습이 좋습니다.
    피아노를 치다가 일어서서 무언가를 읽고 있는듯…
    아니면 기도하고 있나요?
    아무튼 음미할수록 마음에 드는 그림입니다.

    2년전 덴마크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코펜하겐 분위기가 이 그림과 비슷하더군요.
    선이 굵지만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건축양식과 색채들 –
    아름답다기 보다는 은은한 멋이 풍겨지는 도시였습니다.   

  13. 이상욱

    2009년 11월 10일 at 1:30 오전

    혹시 그때 선물로 나눠준 마우스판이 카네이션 릴리,릴리 로즈라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그때 선물을 노트북과 함께 잘 사용합니다. 책마다 다르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와이어스의 그림은 참 아픕니다. 옆에서 그런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보통은 피하고 말죠.
    전부터 아람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카페가 있었습니다. 홍대에서 청기와 주유소 지나서 조그만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300미터쯤 가면 오른쪽에 미카야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티라미슈케익이 일품입니다. 아람님의 책을 비롯해 음악과 미술에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른케익도 맛있는데 티라미슈가 정말 권하고 싶은 케익입니다.
    제가 좀 기분이 딸릴때면 단것을 먹어야 하거든요. 거기에 갈때마다 언젠가 한번 아람님에게 권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14. 곽아람

    2009년 11월 10일 at 1:56 오전

    원희님/ 저도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가 좋습니다. 무언가를 읽고 있는지, 기도하고 있는지, 아니면 울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더욱 좋아요.
    이 화가의 화집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뉴욕에서 나온 책입니다만, 원희님은 런던에 계시니까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Harry N. Abrams에서 나온 <Vilhelm Hammershøi 1864-1916 Danish Painter of Solitude and Light>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코펜하겐의 분위기가 그림과 비슷하군요. 제겐 코펜하겐이란 안델센의 도시. 그래서 언젠가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이젠 더불어 하메르스회의 도시로도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상욱님// 책이 나오고 초기에 이벤트로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마우스패드를 나누어줬었죠. 그 그림을 쓴 건 출판사의 아이디어였는데 출판사에서도 그 그림이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요? 아니면 님의 말씀대로 마우스 패드 덕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일까요? 노트북과 함께 잘 사용하고 계시다니 제가 다 고맙네요. 저도 하나 받았는데 고이 모셔두고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정작 제 데스크탑의 마우스패드는 클림트 그림이에요.
    말씀하신 카페는 꼭 한 번 가볼게요. 홍대앞은 종종 가는데 즐겨가는 카페는 없거든요. 한가로운 일요일에 가서 티라미슈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15. dhleemd

    2009년 11월 10일 at 5:33 오전

    제가 표기를 잘못 했습니다. ‘로즈, 애플민트’로 쓴다는 게.

    애플민트는 지금은 조그만 열매만 가득한데 뜰에 서면 그 달콤한 사과향이 가득하고 포인트세티아는 조그만 하얀 꽃인데 지금 만개해 있지요. 특히 달빛 아래서 옆에 지날 때마다 독특한 은은함이 매력적이지요.

    사실 여름의 코펜하겐은 그래도 밝은 분위기이지만 스웨덴 쪽으로 이동하면 음울한 느낌이 진해지지요.
       

  16. 곽아람

    2009년 11월 10일 at 11:34 오전

    아.. 애플민트군요.. 근데, 로즈민트라는 말도 참 멋져요. 이런 이름의 차(tea)가 있다면 마셔보고 싶을 것 같아요. 애플민트는 어떤 걸까요? 어떤 건지 보고싶어요. ㅎㅎ전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 때 주는 잎사귀 빨간 화분인 줄 알았는데 그게 꽃이 피나 보죠? 꽃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17. dhleemd

    2009년 11월 10일 at 4:27 오후

    포인세티어가 아니고 호랑가시나무였습니다. Sorry.
    저는 같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제 연구실 옆에 있고 나머지는 집 뜰에 있습니다.
    모과는 아실거고 그리고 애플민트입니다.
    셋이서 향내 자랑을 하면 막상막하입니다.

    http://www.dcmedicine.net/
    에서 Photoalbum 에 있습니다.
       

  18. 곽아람

    2009년 11월 11일 at 12:51 오전

    호랑가시나무. 잎사귀가 톱날처럼 삐죽삐죽한 호랑가시나무이군요. 호랑가시나무도 크리스마스 리스 용으로 많이 쓰이지요. 향내가 궁금합니다. ^^   

  19. dhleemd

    2009년 11월 11일 at 5:43 오전

    가장 어려운 숙제이군요. 꽃을 보지 못하고 지나나
    어느덧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향내입니다. 오래전 제가 쓴 다른 글의 일부입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옛 강의동 옆의 비탈길을 지나노라면 밤 공기 속

    에 은은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느끼게 되는데 그곳에 아

    주 조그맣고 귀여운 하얀 꽃이 소담스러운 호랑가시나무

    가 한그루 있다. 성탄절 카드의 귀퉁이를 종종 장식하는

    잎 모양이 독특하게 아름다운, 이 꽃 향기가 코 끝을 스

    칠 때면 크리스머스 트리를 만들어야 하는 겨울의 초입

    이 된다.“
       

  20. 김주형

    2009년 11월 23일 at 5:33 오후

    아람작가님의 글을 보니 재작년 오르세 전시회때 함메르스회(함메르쇼이? 암튼..)의 여인의 뒷모습 시리즈 그림 한 점이 전시되어 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휴식’이라고 의자에 앉은 여인의 뒷모습을 클로즈업한 그림이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걸려있던 구스타프 모로의 오르페우스와 마지막에 돌아나오는 벽면의 밀레의 만종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지요.

    왜 기억에 남았냐구요?

    뭐…오르페우스는 보시면 아실거고 만종은…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기억에 남았지요. 그림은 좋았습니다.

    ‘휴식’은 덩그라니 뒷모습만 보이며 의자에 앉아잇는 여인의 등이 그제나 이제나의 여인들의 회한섞인 삶을 물밀듯이 쏟아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저며 와서였습니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인상이 깊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군요.

    휴식에 비하면 위의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는 확실이 더 우아하고 밝은 분위기라 좋아할만하군요.

    아람작가님이 휴식을 보면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합니다.

       

  21. 곽아람

    2009년 11월 24일 at 9:27 오전

    오르세전에 나왔던 ‘휴식’은 알고 있는 그림입니다.. 근데 저 역시 저 위의 그림에 비해 임팩트가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그 자체로 좋은 그림이긴 하지만요. 때로는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22. 김주형

    2009년 11월 24일 at 10:52 오전

    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지요. 아마도 아람님의 시냅스 연결이 남들보다 아주 많이 풍부하기 때문에 남보다 더 넓게, 더 깊게, 더 멀리 보기 때문이고, 그래서 미완성에서 완성을 더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23. bahan

    2009년 11월 25일 at 3:02 오전

    사전트, 와이어스 그림은 좋아하는 친숙한 그림이고, 마지막 그림은 생소한데도 왜 좋아하시는지 알겠네요. 대학때는 사전트 그림을 엽서로 간직했고, 얼마전 와이어스의 부고를 읽고는 크리스나의 세계와 창문으로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그려진 스잔한 느낌이 나는 그림을 바탕화면에 깔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그를 추모하는 차원에서. (참고로 와이어스가 살던 펜실베니아 농가근처에 살던 저로서는 풍경이 무척 익숙해서 그림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의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같은 그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반갑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제가 좋아하는 렘브란트나 클림트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마냥 . . . 기쁨니다. 공유해서.   

  24. 곽아람

    2009년 11월 26일 at 2:49 오전

    와이어스가 올초에 작고했지요… 저도 그걸 얼마 전에 알고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크리스티나 시리즈도 좋지만 헬가 시리즈도 좋아요, 와이어스는. 저는 클림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 장식성이 와닿지 않더라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은 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25. bahan

    2009년 11월 28일 at 6:37 오전

    답글에 사진을 올릴 수는 없고, 대신 제 블로그에 올려놓은 클림트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660895.blogspot.com (저는 덜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 . . 아닐런지도.)   

  26. 곽아람

    2009년 11월 28일 at 1:31 오후

    블로그에 가서 클림트 그림을 보았어요. 클림트 하면 대개 ‘키스’나 ‘유디트’를 떠올리는지라… 많이 알려진 그림은 아니지요. 저는 알고 있는 그림이랍니다. 친구가 예전에 이메일로 보내준 적이 있거든요. 클림트를 좋아하는 친구가요. ^^    

  27. 아용이

    2012년 6월 5일 at 5:22 오후

    우와, 저는 곽아람님의 책 [그림이 그녀에게]를 읽고서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가 너무 좋아서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이렇게 우연히 블로그도 알게 되었네요.^^ 저 역시 존 싱어 사전트의 그림 보다는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이 더 좋았어요!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크리스티나가 바라보는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세계가 그려지는 것 같아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뭔가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머릿속으로는 더 상상하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그리고 ‘피아노와 검은 옷의 여인이 있는 실내’ 또한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저 여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게 되어서 재미있는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이 그녀에게]를 읽고, 그림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블로그도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좋네요 .^^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28. 곽아람

    2012년 6월 8일 at 10:26 오후

    아용이님> 요즘 블로그 업데이트를 통 안 하고 있는데,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