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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박승희 선수 어머니의 ‘어릴적 그 책’은? - 심장 위를 걷다
박승희 선수 어머니의 ‘어릴적 그 책’은?

안녕하세요.

주말섹션 Why로 옮겨 즐겁게 지내고 있는 곽아람입니다.

이번주에 정말 애정을 가지고 취재한 기사는 이 기사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8/2014022802781.html

지난 주말에 TV로

동계올림픽 폐막식을 보는데

스케이트 여자 선수들 나와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박승희 엄마가 만화책을 보고 자녀들을 스케이트를 시켰다는데,

박승희는 왜 피겨를 안 하고 쇼트트랙을 했지?’

‘그리고 그 만화는 대체 뭐지?’

제가 알기로 그 시절에 나온 피겨 스케이팅 만화는 ‘사랑의 아랑훼스’밖에 없었거든요.

검색을 해 보니 ‘사랑의 아랑훼스’를 봤다는 이야기가 우리 신문도 그렇고

다른 신문에도 한 줄씩 나왔더군요.

그래서 월요일에 발제하고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박승희 선수 어머니와 통화한 건 월요일 오전.

폐막식직후에,딸 성적 좋아서 어머니 기분이 좋으시더군요.

둘이서 즐겁게 대화하고, 서울문화사에 전화걸어 취재하고 나니 사진이 문제…

2005년 절판된 만화라
서울문화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그림은 4권 표지뿐이었어요.

4권 표지는 아쉽게도 스케이팅 느낌이 크게 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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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u Makimura / SHUEISHA Inc.

인터넷에 도는 해적판 표지들이 있었습니다만,

정식 출간이 됐는데 해적판 표지를 쓰는 건 좀 내키지 않았고,

게다가 지면 효과가 크게 나진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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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나온 해적판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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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일본판 표지..

그래서 인터넷 헌책방을 뒤져 당장 절판된 서울문화사판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하는 김에 만화책 뿐 아니라 옛날에 나 읽었던 파름문고판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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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밖에없었어요… ㅠㅜ)

그리고 만화책 해적판 낸 성정출판사에서

오스트리아 유명 소설가인 슈테판츠바이크 이름 빌려서 낸 소설까지 있길래
몽땅 주문했습니다.. (책 구입 그만해야 하는데.. ㅜㅜ)

화요일, 늦게까지 회사에 앉아 만화책을 읽었습니다.
피겨 프로그램에 컴퍼설리가 있던 시절이고,
피겨의 맹주가 소련이던 시절이라
일본이 소련을 강력한 경쟁자로 여기며 맹연습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탈아입구’에의 일본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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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u Makimura / SHUEISHA Inc.
(만화의 도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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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u Makimura / SHUEISHA Inc.

만화 초반에 나오는 문제의 ‘7회전’ 장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모두 ‘7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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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u Makimura / SHUEISHA Inc.

그리고 둘이 페어가 되어 로드리고의 ‘아랑훼스 협주곡’에 맞춰 선보이는 연기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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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ru Makimura / SHUEISHA Inc.

요건 기사에 들어간 2권 표지구요.

원래 5매 정도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심취해서 결과물은 12매..
결과적으론

8.5매 정도 들어간 듯 해요.
문화면이었다면 톱 기사 분량이네요.

저는 중학교 때 사촌언니에게 물려받은 파름문고 시리즈로
‘사랑의 아랑훼스’를 처음 접했습니다.
소설로 읽었기 때문에, 만화인 줄은 몰랐어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이라 배경을 프랑스로 바꿨고,

주인공 이름도 ‘마리안느’와 ‘잔비앙’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소설인 줄로만 알았답니다.

저는 이 만화를 통해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로드리고의 ‘아랑훼스 협주곡’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같은 동네 살았던 Y언니가, 클래식 기타를 하고 있었는데,
제게 이 책을 빌려읽은 Y언니도 ‘아랑훼스 협주곡’을 굉장히 궁금해 했어요.

어느날 집에 쌓여있던 LP판을 뒤졌는데,
글쎄 로드리고 기타곡집이 있더군요.
부모님이 안 계신 날,
Y언니를 불러 둘이서 ‘아랑훼스 협주곡’을 들었습니다.
눈을 감고 손가락을 움직여 가상의 코드를 짚어보던 Y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그런데 그 연주의 마지막에 "치지직!"하고 엄청난 소리가 났으니…
알고 보니 다른 LP판이 이미 턴테이블에 놓여있는데 실수로 그걸 안 치우고
‘아랑훼스 협주곡’ LP를 얹어서 난 사고….. ㅠㅜ
다행히 고장은 안 났다는.

어쨌든 그 ‘사랑의 아랑훼스’에 대해
20년 후 기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책이 가진 힘,

책으로 맺게 되는 인연이란 대단한 것 같아요.

이 만화를 그린 마키무라 사토루는 스케이팅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으로,

아이스 댄싱을 소재로 한 ‘하얀 폴카’라는 만화도 그렸어요.

저는 이 작가의 다른 만화 ‘두다 댄싱’ ‘빌리브’ ‘이매진’ 등을 읽었는데,

사실 ‘사랑의 아랑훼스’ 작가인 줄은 몰랐습니다.

짐작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가 이 기사에 붙여주고 싶은 제목은
<박승희 엄마의 ‘어릴 적 그 책’은?> 입니다.
어릴 때 읽은 책 한 권이 평생을 좌우하다는 제 지론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 책은 묵직한 고전이 아니라 동화나 만화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답니다.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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