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月

가을달밤(秋夜月)

삼의당김씨(三宜堂金氏)

一月兩地照한대二人千里隔이라

달하나가두곳을비추는데두사람은천리를떨어져있네

願隨此月影하여夜夜照君側이라

원컨대이달그림자따라밤마다임의곁을비추었으면

조선시대大학자10인의공부노하우

김건우민족문화추진위국역위원

교육,조상에게배운다

공부에미친,그러나공부만하지않은조화로운知性

[정암조광조]마음속의도둑과싸운극기공부

조선의정치철학방향은정암(靜庵)조광조(趙光祖)라는인물에의해확고히설정되었다.

조광조는오늘날검찰총장에해당하는대사헌에올라이상정치의실현을위해여러정책을시행했다.

그렇지만중종반정으로권력과부를누리던공신들이기묘사화를일으켜결국조광조는능주에유배되었다

죽음을맞는다.벼슬살이란시퍼런칼날위를걷는것과같다는주위의염려스러운조언에도불구하고

보신(保身)을택하지않고자신의이념과이상을현실정치에서펼치다죽은것이다.

조광조는같이공부하던친구들을두손들게할정도로치열하게공부했다.

개성근처에있는천마산과성거산등한적한곳을찾아다니며불철주야학문에정진했다.

밥을먹거나변소에가는것외에는절대로할일없이시간을보내지않고,

불도에정진하는승려조차흉내낼수없을정도로공부에정진했다.

이때산사에서어렵다는‘맹자’의‘호연지기장’을1개월을읽고통달했다는일화는유명하다.

조광조는극기공부를강조하면서집에도둑이들어와물건을모두훔쳐가도모를정도로

마음속의도둑과싸우라고강조하기도했다.마음속의도둑이란바로사욕을가리킨다.

[화담서경덕]사색과관찰통한自得의공부

화담(花潭)서경덕(徐敬德)은황진이·박연폭포와함께개성을대표하는‘송도삼절’로불릴정도로

풍취있는선비다.서경덕공부법의특징은끝없는사고를통해자득(自得)하는것이었다.

서경덕은어릴때부터남다른관찰력을보였다.어린새가차츰차츰날개짓하는모습을보고

‘어떻게새가날수있지’하고그이치를사색했다고한다.

성장한후서경덕은천지만물의이름을벽에모조리써놓고널빤지위에앉아글자들을바라보며

사색에빠졌다.그렇게해서한사물의이치를깨우면다시다른사물의이치를사색하였다.

만일깨우치지못하면음식을먹어도그맛을모르고,길을나서도어디로가야할지알지못했다.

더러는며칠동안이나잠을이루지못하기도했다.

화장실에가서도계속사색에빠졌다.어떤때는꿈속에서깨닫기도했다고한다.

병이될정도로심각하게사색에빠진것이다.책에있는내용을수동적으로받아들이지않고

사색을통해자신의것으로만들었다.

서경덕의공부자세에서오늘날우리가배울수있는것은자신만의공부방법을터득하라는메시지일것이다.

[퇴계이황]정밀한독서법중시

퇴계(退溪)이황(李滉)의출현은조선성리학의본격적인시작을알리는것이었다.

서울에서유학하던이황은‘주자전서’라는책을처음구해읽게되었다.

이황은방문을걸어닫고들어앉아밥먹는시간이외에는일절밖으로나가지않고

수없이되풀이해읽고또읽었다.

그해여름이특히무더워어떤친구가건강을걱정하자,퇴계는조용히웃으며이렇게대답했다.

“이책을읽고있노라면가슴속에시원한기운이감도는듯깨달음이느껴져더위를모르는데무슨병이생기겠는가.이책을읽어보면학문을어떻게해야하는지알수있고,그방법을알고나면더욱흥이일어난다네.”

공부를통해참즐거움을찾았던이황의모습이느껴지는말이다.

이황은책을읽을때정밀한독서법을중요시했다.어느제자가글을올바르게읽는법을물었을때도

퇴계는정독해서책을읽어야한다고강조했다.정독할때에만그뜻을체득할수있다는것이다.

이황은아무리피곤해도책을누워서읽거나흐트러진자세로읽은적이한번도없었다.

이황과고봉(高峰)기대승(奇大升)두학자간의편지를통한학문토론문화는오늘날우리에게큰감명을준다.일명사단칠정(四端七情)토론당시퇴계의나이는58세였다.반면고봉기대승은32세의신진학자였다.

기대승의문제제기로시작된두사람의편지내왕은13년동안계속되었다.

아집에사로잡혀남의견해를아랑곳하지않는우리의모습을반성하게한다.

[남명조식]지식의실천,敬과義를강조한수행

“자전(문정왕후)은깊숙한궁중의한과부에지나지않고,전하는선왕의한낱외로운후사에불과합니다.

전하의국사는잘못되었고,인심은이미떠나갔습니다”라며죽음을무릅쓰고단성현감을사직하며올린

남명(南冥)조식(曺植)의상소는유명하다.이러한과감한언행은공부하는방법과자세에서도잘나타난다.

조식은자신이차고다니던칼에‘안에서밝히는것은경이요,밖에서결단하는것은

의’(內明者敬,外斷者義)라는글귀를새겼다.

뒷날산천재(山川齋)라는건물을짓고는왼쪽창문에경(敬)자를써붙이고,

오른쪽창문에의(義)자를써붙였다.또한경의상징으로성성자(惺惺子)라는쇠방울을늘몸에차고다녔다.

이는정신이혼미하지않고늘깨어있는상태로유지하기위한방도인상성성법(常惺惺法)이다.

조식은공부의범위를유교경전에만한정하지않고제자백가·천문·지리·의학·수학·병법등을두루공부해

안목을넓혔다.조식은나아가배움을통해얻은지식을실천속에옮겨야한다고

제자들에게가르치기도하였다.

[명재윤증]사슴구경놓친학동의공부욕

명재(明齋)윤증(尹拯)은아마도조선역사상사직상소를가장많이올린인물중한명일것이다.

임금에게얼굴을제대로한번보여주지도않고우의정같은최고위관직을제수받았다.

끝까지벼슬길에나서지않고학자로일생을마친윤증은어린시절부터심지가굳었다.

윤증이어릴적어느날사슴이나타났다며동네아이들이구경하느라마구시끄럽게떠들었다.

그렇지만윤증은혼자방안에서글을읽으면서나오지않았다.정해진횟수를다읽고나서

할머니에게사슴이어디에있느냐고묻자,할머니가“사슴이네가책을다읽을때까지기다려주겠니”하였다.

단편적일화이지만한번뜻을세우면그일에열중하는성품을잘알수있다.

윤증의교수법은반드시스스로의심이생겨질문할때를기다린뒤가르쳐주고,

학생이이해하기어려운말을굳이어렵게설명하지않았다.제자들각자의수준에맞게가르친것이다.

제자들에게는“명색은책을읽는다고하면서실제로몸소행하지못하면문장을아름답게꾸미게하고

입만번지르르하게하는도구일뿐이니진정한학문이아니다”라고충고했다.

[율곡이이]“냇가를거닐때도이치를탐구하라”

율곡(栗谷)이이(李珥)는퇴계이황과더불어조선성리학의큰봉우리다.

율곡은아홉번연속과거시험에서장원해구도장원(九度壯元)이라고불릴정도로뛰어난자질을지닌학자였다.이이가젊었을때지은자경문(自警文)은스스로참된학자의길을가기위해좌우명으로삼았던글귀다.

이자경문에는공부하는자세와과정이자세히기술돼있다.

그중책을읽는이유는옳고그름을분간해일을행할때적용하기위한것이다.

만약일을살피지아니하고꼿꼿이앉아글만읽는다면아무짝에도쓸모없는학문이라고하였다.

또한공부는평생해야하는것이기에공부에대한노력은늦춰서도안되지만,

조급하게해서도안된다고했다.

율곡선생은43세때황해도해주에은병정사를세우고이곳에은거하며후진을양성했다.

은병정사의학규(學規)는오늘날학교교훈과비슷한점이많다.

일상생활측면에서습관의중요성,절제의가치를강조했다.

[청장관이덕무]병이된공부향한열정

청장관(靑莊館)이덕무(李德懋)는뛰어난자질로정조의특별대우를받아국립학술기관인규장각에

들어가여러편찬사업에참여했다.

그렇지만서자라는신분적제약,허약한몸등불우한환경이늘자신을둘러싸고있었다.

그러나이덕무의공부에대한열정은일종의병이될정도로심했다.

공부에서인생의참맛을느끼며살아간것이다.그스스로병적으로책을보는자신을주인공삼아

희화화해쓴자화상에서이를잘보여준다.원제는‘간서치전’(看書痴傳,책만보는바보)이다.

그는남들의비난이나칭찬따위는들은체하지않고,춥거나덥거나배고프거나전혀느끼지못할정도로

책에만온힘을쏟았다.

[다산정약용]“핵심파악이중요하다”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은먼유배지에서도아들들에게편지를보내공부를염려했다.

그내용중에는‘방대한책을볼때는요약해핵심을파악하라’는가르침도있다.

그책의핵심을끝까지연구해야하며끝까지도달하지못한다면아무런이익이없다고했다.

또한정약용은아동교육에큰관심을가졌다.당시아동교육의대표적교재였던

‘천자문’‘십팔사략’‘통감절요’를모두근본적으로반성했다.

예를들면‘천자문’의경우비슷한부류로구성되지않아처음배우는아동이이해하기어렵다는것을설명했다.

사실‘천자문’은해설을보지않고서는알수없는대목이많다.

정약용은아동이처음한자를배울때는한자가만들어진원리와운용에대해깨우쳐야한다면서

직접아동교재를만들기도했다.

[혜강최한기]“고담준론보다이용후생의학문이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가장많은저술을남긴사람은누구일까.이른바실학을집대성했다는

다산정약용은500여권을남겼다.

그렇지만혜강(惠崗)최한기(崔漢綺)라는인물은무려1,000여권을저술했다고한다.

실제로남아있는것은80여권정도다.

그렇지만그의저술은자연과학,철학및사회제도에이르기까지다양성을보여준다.

최남선은최한기의원본이산실되어사라지는것을탄식해마지않았다고한다.

학문에대한그의많은발언중‘사무가참된학문’이라는명제는깊이생각해볼필요가있는구절이다.

‘사무야말로모두참되고절실한학문이고,사무를버리고학문을구하는것은허공에매달아놓은

학문’이라는것이다.

사무란무엇인가.농사·공업·상업같은것이모두학문의실제모습이라는것이다.

고담준론의겉치레를배격한것이다.

사무를무시하는이런형태의공부자세는필시명색은학문을한다고하나다른사람을제대로가르칠수없고,사무를처리하는것역시어두워세상에아무런보탬이없다고주장했다.

최한기의이러한신선한발언은오늘날에도그의미가충분히있다.

[식우김수온]책장찢어외우고다녔던奇行의소유자

마지막으로식우(拭渡)김수온(金守溫)의‘독서기행’(讀書奇行)을소개하려고한다.

이러한기이한행위는본받을만한바른방법은아니지만신선한자극과그이면에숨어있는

본지를살펴보아야할것이다.

세조때의문신인김수온은늘책을가까이했다.

그런데그는책을빌려오면한장씩뜯어소매속에넣고다니면서외우다막히는곳이있으면꺼내보고,

다외웠다고생각하면아무데나버리는버릇이있었다.

당시영의정이었던신숙주는매우아끼는진기한책을가지고있었다.

이소문을들은김수온이어느날찾아가그책을빌려달라고떼를썼다.

신숙주는차마거절하지못하고책을빌려주었다.그런데몇달이되어도돌려주지않는것이었다

.

기다리다못한신숙주가김수온의집으로찾아갔다.그런데이것이웬일인가.방에들어가보니

빌려준책을모두뜯어벽에바른것아닌가.

신숙주가깜짝놀라어찌된일인지묻자“앉아서읽느니이게더편할것같아그랬소이다”하고

태연하게대답했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