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어느맑은날

오늘은

며칠만인가창밖의햇빛에눈이따갑다

쏟아지는빛을따라먼산가까운산위의하늘을본다

저멀리빛에바란뿌연운무속에시야가가려진다

아침창열어

여기저기바쁜몸놀림으로먼지닦아내고여름커튼바꾼다

참저걸언제봤더라아

낡은인형이구석자리에버티고있다

바로몇번이나버리려다도루집어넣고하던

눈깜빡이인형

딸아이가인형을좋아해서

라라~토니로부터새롭게나온인형마다이름붙여사줬던인형들

초등학교6학년어린이날에갖고싶은선물을말하라할때

눈치를보면서인형사달라는것을

나이가몇살인데내년이면중학교갈것이아직도인형타령이냐며

야단을치고나서

돌아서자마자그렇지~~~

저것이인형을사달라하면얼마나더사달라할까해서

어린이날로는마지막이니선심썼다하고사줬던인형

아이가대학을가도그인형을끌어안고있던눈깜빡이인형이다

언젠가그인형을보여주며가져가라했더니

눈길조차주지않던인형

난왜그것을버리지못하고있었을까

그때,,그당시를아이와함께기억속에넣고싶어서일까

아이가외면하는소꿉장난과인형들을아직도버리지못하고있으니

아마

끊임없이흐르는시간속에서멈추는공간속으로

들어가그때를기억하고싶은모양이다

오늘도

오늘도쓰레기봉지에넣었다가

다시꺼내오면서언젠가

피천득씨가외국에사는딸의인형을가지고

평생인형놀이를했다는이야기에

깊은부성애와그의따뜻한감성을느낀적이있다

다시쓰레기봉지에서꺼내오는데

옷이삭아서찢어져있다

이왕데리고있기로마음먹었으니

옷이라도한벌해입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