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사고 화선지 사러 가는 인사동은…

거리에크리스마스트리와구세군냄비가등장한것을보니

일년또훌쩍갔다.

캐럴이거리에흘러도설레는마음은예전만못하다.

붓사고화선지사러가는인사동나들이는

보고또보는풍경들은여전한모습으로반갑고

거리엔낯선관광객일색이라도

낯익은거리는내가주인인양빠른걸음으로설치게한다.

재료구입하러두어달에한번씩가야만하는인사동

우선은인사동사거리초입에있는

한국미술관부터꼭들려보는곳이다.

작품이걸려있는것을보니

어느협회의공모전쯤되는가보다.

많은사람이오랫동안공들여

갈고닦은흔적들이다.

작품중엔넘치는것모자란것각양각색이다.

물론얼마나많은시간과노력이있어야하는지

작품마다그흔적이나타나는것은잘알고있지만

일부작품은아직은아닌데..하는생각이미치는작품도많다.

요즘말로펙트쌓겠다고

일부사람중무분별쫓아다니며

여기저기이면저면나도는사람도많은곳도

또한이계통인듯하다.

아직은사바사바많은곳이라는둥..진흙탕같은곳이라는둥

신문에오르내리는소문이많은곳또한…..

깔끔하기론철저한것이지나쳐깍쟁이라는별명까지

붙이고싶은선생님께서는함부로여기저기들이대는걸못하게하시고

이런곳넘볼까아주무시하시던선생의교육을받아서인지

뭐어~~~하긴십여년쓴글을어디에내놓으랴만

펙트소용없다..라는것에무게싣고

글쓰면서나의인내…끈기…성찰의시간이나

갖자는쪽으로핑계만들어놓고

끊지만말고묵묵히쓰기나하자는생각이다.

커피한잔대접해드리기도힘들게하시던

먼길가신선생님이요즘들어

글쓰면서더아쉽고생각난다.

선생님께서하던말씀만이아직도정석인듯.

요즘본드라마의한귀절이생각난다.

"알에서깨어난후에나한테는네가어미새였다."라고

먹을철저하게갈아쓰는교육을받아서인지

아직도급한일없으면먹갈아쓰고있다.

요즘사서쓰는먹물타령하는대세에밀려

글쓰는사람들에게는말빨세우지못한다.

은은한먹향기에먹물스며든다는말이

점점없어질듯…

그래라~~~먹물갈면좋은점을알고있으니

나나갈자…

먹을갈때의팔목손목회전이글쓰는데도움이되면됐지

독이될리는없는데

고급먹물사서쓰는타령하는사람앞에뭐라우길수있으랴.

"니맘대로하셔요"할따름이다.

깨끗한먹을갈기위해벼루도말끔히닦고

구김없는화선지앞에놓기위해돌돌말아놓은화선지펼칠때의

청청함의즐거움도글잘쓰는맛못지않은것을

알리없는이들에게우겨낼수없으니

요즘글좀쓰겠다고하는이들앞에입(?)닫는다…

늘찾아가는필방에들어설때

지하의퀘퀘한냄새와어우러진종이붓냄새여전하다.

필요한물품택배로부치게하곤밖으로나왔다.

아직동문회갈시간은2시간이나남았다.

인사동에서의2시간.

우선전시장두어곳을둘러보기엔여유있는시간이다.

차한잔도생각나고찻집문열고혼자들어가는

배짱도두둑해졌다.

둘보다혼자일때가더편하기도하니까…

노화랑에서…

노화랑에선얼마전에작고하신남천송수남님의사군자가전시중이었다.

일이층에같은크기의작품90여점이전시되어있었다.

남천송수남님의

단순함과간결함이특징이너무나도잘들어낸작품앞에숨조차낮게쉬게한다.

서양화를전공으로시작하셨다가우리것을하고싶은마음중에

한하운시인의"가도가도황토"’라는시를읽고

동양화로전공을바꾸신송수남작가님께서는

운보(雲甫)김기창선생,천경자선생,청전(靑田)이상범선생등

기라성같은선생들을모시고그분들의영향을받아그림에매진하셨다니

시대를잘타고나셨다고해야하나…..

삶을살짝들여다보니참부러운점이많으신어른이심에틀림없다

한국의정신과닮았다는단순과간결에더해깊이에맞다고생각하신사군자

마음을안정시키거나여유로운마음으로그리셨다는

그사군자가전시된노화랑.

같은사이즈의사군자"매,란,국,죽"의파트별로볼수있는고급스러운볼거리인듯

작은액자앞에서시선이고정될수밖에없었다.

여기사군자야말로그림을그리는사람들에겐교과서와같고

음악의바하와같다는나만의생각!!!

사군자란네식물-매,란,국,죽-을인격화한명칭이다.

이들식물이갖는성정을이상적선비의덕목으로적용한데서유래되었다.

매운계절에홀로피어그향기를밖으로까지보낸다는매화,

심산유곡에숨어속진을벗어나고결함을지킨다는난초,

길어가는가을날백화가지고없을때차가운서리를받으며당당히그모습을드러낸다는국화,

휘어지나꺾이지않는사철푸름을유지하는저당당한자태와운치의대나무,

감히세속을벗어나고결한삶과정신세계를지향하려는선비의이념표상체계이기에

족하다하지않을수없다.

그런연유로해서사군자가문인화의대표적인화목으로인식되어왔다.

오광수(미술평론가,한솔뮤지엄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