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향락으로 빠지는 중국인들 - China Inside
향락으로 빠지는 중국인들

향락으로 빠지는 중국인들/<이 글은 3년전인 2001년경 한 대기업 사보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지금의 중국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매춘알선에 사형>

지난 2000년 봄 중국신문에 놀라운 뉴스 하나가 실렸다. 북경 시내의 고급 아파트에 비밀요정을 차려놓고 불법 매춘을 하던 남녀일당 6~7명이 체포돼, 이중 주범인 20대 여성이 사형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이라면 벌금형 정도였을 범죄에 중국은 사형을 내렸다.

이들의 아지트는 북경 아시안 게임이 열렸던 야윈춘(亞運村) 경기장 건너편의 R아파트로, 부유한 중국인과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여주인은 술집 등을 경영해 모은 자금으로 이곳의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비밀요정을 차렸다. 그런 다음 과거 알고 지내던 손님들을 시작으로 비밀회원을 모집했다. 핸드폰이나 삐삐로만 연결된 비밀고객은 마치 친구의 아파트를 방문하듯이 이곳을 드나들며 젊은 여성들과 환락의 밤을 보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 매일 얼굴이 다른 사람들이 아파트를 들락거리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이웃주민들의 신고로 매춘조직 일당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주범인 여주인은 사형을, 다른 공범들은 무기징역에서 10여년의 유기징역을 각각 받았다.

중국 정부가 매춘 혐의자에게 사형판결을 내린 것은 매운 드문 일로, 퇴폐 향락풍조를 근절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강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확산되는 중국 ‘성(性) 산업’의 현주소도 함께 드러냈다.

<사진/상하이의 한 미인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모습. 신랑망에서 발췌. 이 사진은 본문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번창하는 섹스산업>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소비향락 산업이 함께 번창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른바 ‘색정복무(色情服務ㆍ성적서비스)’로 불리는 향락산업은 중국의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소도시와 심지어 산간벽지까지 퍼져가고 있다. 소비 향락산업은 어느정도 중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일반인들은 ‘돈 쓰기’를 싫어해서, 많지도 않은 월급을 꼬박꼬박 은행에 저축하거나, 집안 어디엔가 숨겨둔다. 백화점에 가도 구경만 할 뿐, 좀처럼 ‘소비’를 하지않는다. 하지만 부자들의 소비행태는 다르다. 음성적인 수입이나 부정부패로 돈을 번 부유층들은 돈 씀씀이의 규모가 한국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향락산업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것이 소비를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향락산업은 이제 단순한 ‘소비촉진’이나 고용증대의 단계를 뛰어넘어, 중국사회 전체를 사치향락의 풍조로 몰아간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중국의 향락산업은 농촌과 도시의 실업자 문제, 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간의 지역격차, 그리고 관료사회의 부패 등 구조적인 문제와 밀접한 관계속에 발전하고 있다. 바꿔말해 향락산업을 단순히 중국사회의 한 단면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향락산업이 번성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이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하나의 ‘산업’이란데 있다. 제조업처럼 큰 투자를 요하지도 않고, IT산업처럼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의 공간과 관료들과의 인맥만 있으면, 누구든지 ‘가라오케’ ‘사우나’ ‘퇴폐이발소’ ‘안마소’ 등을 차려, 돈을 벌 수 있다.
이러한 퇴폐업소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은 부패한 관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후진국으로 갈수록 관료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중국의 관료들도 마찬가지. 법이 있어도 그 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업가의 승패가 좌우된다. 그러니 관료에게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국의 한 세무관료의 집에서 수백병의 양주와 엄청난 달러, 현금다발이 나왔다지만, 중국의 관료 집을 수색하면 이보다 훨씬 더할 것이다. 뇌물을 받은 관료들은 법을 적당히 적용해, 안되는 술집도 열어주고, 뒤도 봐준다.

<여성의 공급과 수요>

향락산업에는 반드시 여성이 동원된다. 개혁 개방 20여년 사이에 중국의 경제는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지만,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엄청나다. 농촌에서는 1년 내내 뼈빠지게 일해봐야 도시 근로자의 한두달 월급에도 못미친다. 그러니 농촌의 젊은 여성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여기에 도시의 실업자군들도 향락산업에 ‘여성’을 공급하는 원천이 된다. 즉 지역간 격차는 돈과 사람을 도시와 해안으로 몰리게 하여 향락산업의 거대한 토양을 만들고, 농촌-내륙의 여성(기혼여성까지)들을 도시로 내몰아 ‘매춘여성’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사회구조 전체가 향락산업과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얽혀있다.

중국에서 향락산업이 이처럼 번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성적서비스’야말로 비전문직 여성이 가장 짧은 시간내에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라오케 접대여성이 대표적이다.

베이징의 켐핀스키 호텔과 쿤룬(昆崙)호텔 부근에는 조선족 동포들이 경영하는 가라오케가 여럿 있다. 이들 가라오케는 대부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저녁시간이면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가라오케에는 짙은 화장을 하고 야한 옷을 입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수십명씩 대기하고 있다. 고객이 룸에 들어오면 접대여성들은 마치 수퍼마켓의 상품처럼 손님들 앞에 죽 늘어선다. 그리고 손님들로부터 선택을 받게된다. 이 ‘성의 상품화’ 현장에서 접대여성의 학력이나 지식·사상·과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직 외모만이 최고의 선택기준이 된다.

<산페이 여성들>

조선족 동포들이 운영하는 가라오케의 접대여성은 대부분 연변(延邊) 길림(吉林) 흑룡강(黑龍江) 요녕(遼寧) 등 동북 3성에서 온 조선족 여성이 많고, 한족(漢族)-만주족-몽고족 여성들도 있다. 중졸이나 고졸, 혹은 전문직업학교 출신(간혹 대학생도 있음)이 대부분인 이들 접대 여성들은 매일 저녁 8시경부터 새벽 1~2시까지 이른바 ‘산페이(三陪ㆍ3가지 남성 고객과 함께 하는 서비스)’라고 불리는 성적서비스를 해야한다.
산페이란 함께 술을 마시고(陪酒) 함께 노래 부르며(陪唱), 함께 춤추는(陪舞) 복무(服務ㆍ서비스)를 말한다.

여성으로서 견디기 힘든 모욕을 당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하고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은 대략 2백~3백위안(약 2만5천원~4만원)이다. 걔중에는 기분좋은 나머지 5백위안을 주는 손님도 있다. 그런 고객을 만난 여성은 그날 횡재를 한 셈이다.
대다수 여성 접대원들은 한달에 20일 이상 출근해, 거의 매일 룸에 들어가 팁을 받는다. 이럴경우 한달 수입은 대략 5천~1만위안에 달한다. 조선족 동포들이 어렵게 한국으로 들어가 불법체류를 하면서 버는 돈과 큰 차이가 없다. 폭탄주를 마셔가며 이렇게 돈을 벌어도 몸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중국 가라오케 여성의 수입은 같은 연령층의 다른 직장여성들이 받는 월급의 5~10배에 해당한다. 중·고졸의 여성이 백화점이나 공장, 정부기관 등에 취직해 받는 월급은 대략 5백~8백위안 수준이다. 큰 직장일 경우 숙식을 해결해 주지만, 이 월급은 젊은 여성이 한달을 살아가는데는 부족한 돈이다.
중국에서 요즘 웬만한 옷 한벌 사는데도 2백~3백위안은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에서 한달에 5천위안 이상 번다는 것은, 외국기업에 취직한 고학력 전문여성에게나 가능한 일로, 상위 5%내에 드는 고소득층이다

<가라오케·퇴폐이발소·사우나 천국>

농촌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도 없이 단지 젊음과 외모만 가지고 도시로 나와 한달에 이런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현실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을 향락산업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매년 춘절(春節ㆍ설날)이나 중추절(仲秋節ㆍ추석) 연휴가 끝나면, 고향에 갔던 접대여성들이 마을 친구나 친척을 데리고 도시로 나와 유흥업계에 ‘새로운 얼굴’들을 공급하게 된다.

중국의 매 연령층에서 대학입학 정원이 5%에도 못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고학력자로서 번듯한 직장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된다. 나머지 95%는 생산직, 판매직, 서비스직 등 고달픈 일에 만족해야 한다. 상대적 저임금과 기대소비수준의 향상, 상품가격의 상승 등으로 갈등을 느낀 젊은 여성들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유흥업소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들 접대여성 가운데는 실직한 부모와 재학중인 동생들을 위해 희생하거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성들이 적지않다. 이들은 2~3년후 자신의 개인사업을 갖기위해 단기간의 고소득 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중에는 성적 수치심이나 윤리의식을 일찌감치 내팽개치고 돈만을 위해 젊음을 불사르는 여성도 있다. 이런 여성들 중에는 하루 2백~3백위안의 돈에 만족하지않고, 거액(1천위안 내외)을 만질 수 있는 외박을 마다않는 여성도 없지않다. 조선족 여성보다는 한족 여성들 가운데 이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북경주재 모 한국기업체 직원들은 수개월전 양쯔(楊子)강 상류의 대도시 중경(重慶)에 출장갔다가 현지 이발소의 퇴폐영업 행위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대로변에 그토록 많은 이발소가 일렬로 늘어선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모든 이발소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여성들이 업소앞에 다리를 꼬고앉아 지나가는 남성들을 호객하는 것은 동남아의 사창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얘기에 따르면, 이곳의 퇴폐 이발소는 머리를 깎는 것보다는 안마와 성적 서비스가 주업이 돼있다고 한다.

사우나 역시 최근 중국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향락산업중의 하나이다. 중국의 사우나는 남녀목욕탕이 분리된 것은 한국과 똑같지만, 목욕후 쉴 수 있는 휴게실은 남녀공용이란 점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다. 처음으로 중국의 사우나를 가는 한국인들은 휴게실 긴소파에 가운을 입은 채 누워있는 여자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심지어는 긴 2개의 소파에 남녀가 포옹한 채 나란히 누워있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사우나 업소는 또 목욕탕과 휴게실외에도 별도의 방을 만들어, 이를 고객들에게 빌려준다. 이를 ‘바오팡(包房)’이라고 부르는데, 애인이나 혼외정사를 즐기는 기혼남녀들이 대낮에 이런 방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중국의 성산업에는 마약이 동반한다는데 더욱 심각성이 있다. 중국에 공식 등록된 마약중독자는 50만명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 많은 중독자가 있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연변지역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라오케와 술집에서 준(准)마약인 요두환(搖頭丸ㆍ먹으면 밤새 머리를 흔든다는 약)이나 뚜렁띵(일종의 마취제)을 먹고, 밤새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여성들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요두환은 1~2년전부터 한국에도 대량으로 흘러들어가 강남의 술집에 퍼지고 있다.

<빈부격차가 만든 ‘쉽게 돈버는 길’>

중국에서 ‘색정(色情)복무’에 종사하는 인구는 한국인구의 4분의1인 1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 주목되는 것은 여고생-여대생 유흥업소 종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학교(대학)들이 과거 무료교육에서 유료교육으로 전환하고, 특히 대학학비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가난한 농촌출신 학생들은 대학 다니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되자 농촌출신의 여학생들은 몸을 파는 것 외에는 학비를 벌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더욱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실업자와 농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일부 청소년들을 ‘쉽게 돈버는 길’로 가도록 만든다.

중국은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래 약50여년을 제외하고는, 수천년간의 사치와 향락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은나라 주왕은 궁궐내에 술 못을 파 이른바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었으며, 진시황은 아방궁을 지어 사치의 극을 달렸다. 당대의 양귀비는 수도 장안에 자기만의 크고 화려한 목욕탕을 가지고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우나를 즐겼다. 중국 섹스소설의 대표격인 금병매는 서문경과 반금련이란 호색남녀를 통해 송대 말기의 퇴폐향락 풍조를 전하고 있으며, 장편소설 홍루몽은 청대 상류 귀족사회의 화려한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이같은 사치 향락의 역사가 되살아난 것일까. 개혁 개방 20년만에 중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중국을 병들게 했던 퇴폐향락 풍조도 널리 퍼지고 있다.
이것을 경제발전 과정의 일시적 부작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기강을 무너뜨리고 발전 잠재력을 좀먹는 병적 현상으로 볼 것인지, 좀더 깊은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 중국에 세계 어떤 나라 못지않은 ‘향락의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내세운 중국사회의 단면이다.중국 지도부는 ‘발전’과 ‘향락’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지해범 기자 hbjee@chosu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