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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컨텐츠 도둑질해 돈버는 중국인들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조선일보 중문 뉴스(cn.chosun.com)가 12월 초 ‘도민준씨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올렸다. 올 한 해 TV 드라마에서 활약한 연예인 중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도민준 역)과 경쟁할 ‘남자 연기 대상’ 후보를 예측해보는 기사였다. 김수현 외 이승기, 조인성, 이준기 등 총 7명의 후보를 선정해 네티즌 인기투표도 실시했다. <아래 사진 참조>

 

도민준경쟁상대누구이벤트.jpg

<조선일보 중문망 기사>

이 기사가 중국 독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화제인가 궁금해 바이두(百度)에서 검색했더니 여러 사이트와 블로그에서 기사를 퍼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매체가 우리 기사를 인용했나 확인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를 클릭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극망(韓劇網· www.hanjuwang.com )’이란 사이트는 우리 기사를 출처도 밝히지 않고 고스란히 퍼갔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란 이름이 들어간 부분과 인기투표 코너를 교묘히 편집(삭제)해 놓았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기사 맨 뒤에 저작권이 자기들에게 있다고까지 명기해 놓은 것이다. 12월 중순에만 다른 기사 수십 건을 불법으로 가져간 것도 확인했다. 기사 주변에 광고까지 붙여 돈을 벌고 있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페이지를 저장해 둔 다음 사이트에 다섯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오류’ 메시지만 뜰 뿐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연락할 전화번호도 없었다. 한극망은 사이트 ‘법률성명(法律聲明)’에서 “중국의 각종 지식재산권 법률과 법규를 준수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자국 법률을 비웃으며 불법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극망불법복제판.jpg

<한극망 불법복제 기사. 조선일보 출처와 투표 부분을 삭제하고 자기네 컨텐츠인양 올려놓았다>

중국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했더니 “권리 침해 중지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법원이 재판을 질질 끈다면 비용만 많이 든다는 얘기였다.

중국 IT 업계의 ‘콘텐츠 도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재중(在中) 동포 사이트는 한국 매체 기사를 어떤 동의도 받지 않고 퍼가고 있다. 한국 매체가 생산하는 인기 스타 동영상을 ‘도둑 촬영’해 사용하는 중국 사이트도 많다. TV나 컴퓨터 화면을 켜놓고 그것을 찍어 사이트에 버젓이 올리는 것이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한국 연합뉴스가 생산한 중국어 뉴스를 실시간으로 퍼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는 쪽은 연합과 뉴스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국내 매체들이다. 국내 중국어 매체들은 법률 때문에 연합의 중문 기사를 갖다 쓸 수 없어 별도로 돈을 들여 번역해야 한다. 그 시간에 중국 매체들은 연합 기사를 그냥 퍼 올리기 때문에 속보에서 빨라 ‘손님’이 몰리는 쪽은 그쪽이다. 중국의 커지는 한류 콘텐츠 시장이 불법 업체의 놀이판이 된 까닭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에 한류 뉴스를 수출해 돈을 번 한국 매체는 많아도, 중국 쪽에서 돈을 번 업체는 없다.

한국 매체가 공들여 생산한 콘텐츠가 중국에서 법률적 보호를 받으려면 한·중 FTA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뉴스 콘텐츠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중국도 ‘문화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남의 콘텐츠를 도둑질해 돈 버는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 그런 불법행위를 방치한다면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사람은 점점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조선일보 2014.12.29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동서남북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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