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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퇴보(退步)하나?

한국, 퇴보(退步)하나?/2004.11.26

최근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은 ‘한국 사회가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농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 연탄보일러가 ‘부활’하면서’연탄가스 중독사고’가늘어나는 현상이그런예다.

경기침체에다 유가 폭등으로기름 보일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은 요즘오래전용도폐기했던 연탄보일러를 다시 놓기 시작했다.농촌 비닐하우스 단지에서도 값비싼 기름보일러 대신 연탁보일러가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옛날 우리들의 아랫목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연탄이다시 돌아오고 있다./사진=인터넷서 퍼옴)

하지만 연탄사용이 늘어나면서, 연탄가스 중독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일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덕동에서 컨테이너 박스안에 살던박모(65.무직)씨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쓰러져 있는 것을 평소 알고 지내던 배모(54)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튿날 숨졌다. 배씨는 "며칠전부터 만나기로 해 박씨 집에 갔더니 연탄가스 냄새가 가득한 채 배씨가 침대에 입을 벌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11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사는 윤모씨(44) 일가족 4명이 연탄가스에 중독됐다가 다행히 이웃집 주민이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병원치료를 받고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연탄가스 중독으로 119구급대로 이송된 환자가 20명이며, 이중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요즘의 연탄보일러/출처=인터넷 블로그에서 퍼옴)

연탄가스 사고는 80년대 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큰 ‘적’이었다.

필자가 사회부 초년병 기자시절이던1980년대 중반만 해도,신문 사회면은 연일 연탄가스 중독사고 소식으로가득찼다. 안타까운 사연도 참 많았다.1986년 초겨울 상계동의 반지하 방에서 두 아이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망한가슴아픈 일이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아이들이 변을 당한 것이다. 연탄 사용이 많다보니,연탄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서 ‘진폐증’이 나타나,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4년말 한국에연탄보일러나 연탄난로를사용하는 집이 늘어나면서,20년전과 같은연탄가스 중독 사고가다시 늘어날까 걱정이다.(연탄보일러 제조업체들은 가스중독이 일어나지 않는 성능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일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벌어진 전국 음식점 주인들의‘솥단지 시위’ 사건은필자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사건이다. 자신들의 밥줄이자 목숨과도 같은 솥단지를 내던지며 정부를 향해 “먹고살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우리 이웃들의모습은 3년전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냄비 시위’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여의도 솥단지 시위 모습/출처=인터넷)

2001년 12월말,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거리는 냄비와 프라이팬, 국자를 든 수십만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쨍쨍쨍” “쾅쾅쾅”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도시를 뒤덮었다. 엄청난 외채로 인한 국가부도사태, 국민 2명 중 한명 꼴의 살인적 실업률, 치솟는 물가와 속수무책의 정부, 그리고 은행예금 동결조치… 일부 성난 시민들은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한때 세계 7대 경제대국이었던 나라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먹고살게 해달라”는 ‘냄비혁명’은 보름도 안되는 기간에 4명의 대통령(혹은 권한대행)을 갈아치웠다.

지금의 한국상황이 좀 어렵긴 해도3년전의 아르헨티나와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한국에서 아르헨티나와 같은 전국민의‘냄비 시위’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하지만 만약경제가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고 계속나빠져, 실업자가 급증하고고학력 미취업자가 누적되고,신용불량자와노숙자가 급증하고, 결식아동이 늘어난다면,한국의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필자에게 ‘사회의 후퇴’로 느껴진 현상은 또 있다.

택시범죄를 막기 위해 운전사석에 차단막을 설치한 택시의 등장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차단막을 설치한 택시는 있다. 하지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과 한국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에서 차단막 택시는 오히려 중국의 그것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15년전 중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 단단한 철망을 설치한 중국 택시를 보고, 매우 생경하게 느낀 기억이 있다.손 하나 들어갈 틈조차 없는 이 단단한 철망 때문에 택시값을 낼 때는 지폐를 꼬깃꼬깃 접어 철망 격자 사이로 넣어야 했다. 비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기사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강도들에게 돈을 몽땅 빼앗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서울에 등장한 차단막 택시가 바로 이를 닮았다. 5만원~10만원을 노리는 잡범들이 우리 사회에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차단막을 설치한 서울의 택시/출처=조선일보)

어디 이뿐인가.지난 9일 발생한중소기업 회장가족 납치사건도 우리 사회의 규범과 도덕성의퇴보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본다. 전직 운전사가 조직한 것으로 밝혀진 이 범죄는 후진국의 ‘납치 사업(?)’과 한국의 ‘첨단 인터넷망’이 결합된 형태이다.국제 사회에서 ‘납치 사업’은 경제가 파탄나고 치안이 무너진 사회에서나 출현한다.

이 ‘신종 사업’이 가장 성행하는 곳은 이라크다. 이슬람 무장집단들이 외국인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는 것은 피랍자의 소속 정부와 ‘빅딜’을 통해 거액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같은 범죄의 속성상 한국에서 제2, 제3의 ‘부자(富子) 납치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더구나 현정권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부자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고 또 이를 부추기는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중국인 교수는타워팰리스 앞에서 한 시민이 시위를 벌인다는보도를 봤다면서,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수 있느냐고 물으며,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사회주의적이라고 말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진보하는 분야와 퇴보하는 분야가 공존한다.한국도 마찬가지다. 진보하는 부문이 퇴보하는 부문을 압도하면 그 사회는 발전한다. 반면 후자가 커지면, 진보하는 부문도 위축되고, 그 사회는 몰락한다.요즘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것은 ‘이러다가가난하던 옛날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무거운 분위기다.

국가고, 사회고, 개인이고, 미래에 대해 설계하기가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퇴보의 시대’가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마저 앗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가 몰락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꿈을 꾸고 펼치기 어렵게 된다.청소년들이 꿈을 잃은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한국이 ‘퇴보의 시대’로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hbjee@chosun.com

7 Comments

  1. 이영태

    2004년 11월 26일 at 7:04 오후

    그 정도 사례 몇가지로 우리 사회의 퇴보라고 일반화하기엔 좀 그러네요.

    퇴보의 기준도 지각각 골라썼군요. 연탄문제는 생활수준, 택시 칸막이와 납치사건은 규범과 도덕성이군요. 사실 납치사건은 예전에 더 많았고 솥단지 시위는 말꺼내다가 제풀에 들어갔으니 하나마나한 애기가 됐죠?
       

  2. 이영태

    2004년 11월 26일 at 7:05 오후

    그렇지만 발전의 시각에서 볼까요? 경찰 단속때 돈 찔러주는 풍토도 거의 사라졌지요? 한국 여성골퍼들이 LPGA에서 날리지요? 가수들 춤도 예전보다 훨씬 잘춥니다. 관공서도 멋지게 짓고요. 고속도로도 쭉쭉 뻗어가지요. 언론 자유도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혹시 사례대기 시합한다면 발전쪽으로 줄서면 백전백승하겠숩니다.    

  3. 지해범

    2004년 11월 26일 at 9:03 오후

    이영태씨 얘기도 일부분 맞습니다. 글에서 ‘어느 사회나 진보하는 부분과 퇴보하는 부분이 공존한다’고 했듯이, 발전하는 부분도 있지요. 하지만 시장에 가서, 대학에 가서, 농촌에 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우리나라 지금 잘 발전하고 있냐"고. 그들이 하는 대답이 정답일 겁니다.    

  4. 오유성

    2004년 11월 28일 at 4:55 오후

    민주주의라는 것이 뭘까요 말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아닐까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지도자는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고요 지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욕하지만 그게 우리 국민의 수준입니다 과거 박통은 독재를 했지만 그래도 일반 국민들 보다는 훨씬 수준이 높았죠 그래서 우리경제가 단기간에 발전을 한거고 국민들의 수준보다 더 발전을 하게 된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5. 신부범

    2004년 11월 28일 at 7:13 오후

    지해범님! 경제적 잣대로만 드리대고 퇴보를 말하는 것은 논리비약 같네요! 국가를 퇴보시키는 당사자는 오직 기득권에만 사로잡혀 건전한 개혁까지도 좌파적 시각으로 매도하며 저항하는 세력들이 아닐까 합니다.경제적 잣대로만 퇴보를 말하는 것은 기자 답지않는 좁은 시야이며 택시안 보안장치는 시대적상황이지 퇴보의 범주에 넣기는좀…   

  6. 이강순

    2004년 11월 29일 at 8:02 오전

    도덕불감증에서 헤어 못 나오는 한국은 당연히 퇴보해야만 한다. 퇴보해서 정신차리고 10년 20년 후에 전진하는 한국 모습을 세계에 보여달라.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 세상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유치원부터라도 정직과 성실을 가르쳐달라. 맨날 저들 부모들이 하는 야바위 삶을 보여 주지 말고. 그리하면 전진할 소망 있다.   

  7. 지민영

    2004년 11월 30일 at 2:07 오전

    저런 모습들이 진보적인 모습은 아니네요..퇴보라는 것이 돌아가기 싫은 곳으로 가는거 아닌지…기름 대신 연탄 때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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