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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바티간의 비밀

<저격당하는 교황>

콘클라베-바티간의 비밀/2005.4.5

<이 글은 지난 4월5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톨릭과 바티칸에 대해 조금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가톨릭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을 위해 다시 옮겨놓았습니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는 폐쇄된 공간에서 기도와 투표, 묵상과 토론이 뒤섞인 신비의 종교행사이다. 그 철저한 비밀주의 때문에 이 기간 중 내부 소식이 한번도 새나간 적이 없다.

◆갇혀지내는 추기경들
‘열쇠를 가지고’란 뜻의 라틴어에서 온 콘클라베는 전 세계에 흩어진 80세 미만의 추기경(최대 120명, 현재 117명)들이 교황청 궁내원장의 소집령을 받아 로마로 집결하면서 시작된다. 서거한 교황이 1996년 공표한 교황령 ‘주님의 양떼’에 따라, 이들은 오는 17일경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거행한 뒤,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한다. 이 엄숙한 행렬은 TV로 생중계될 것이다.
그 후 성당은 봉쇄되고 추기경들은 바티칸 내 호텔 카사 산타 마르타에 머무르게 된다. 이 호텔은 대리석 계단과 넓은 회의실, 식당, 예배당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다. 이전 콘클라베 때 추기경들은 교황청 내 북쪽에 있는 복합건물에서 기거했다. 군대식 간이침대와 세숫대야가 주어졌고, 고령의 추기경들은 손수 잠자리를 깔아야했다.

<소년시절의 교황>

◆기도와 토의와 투표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되는 투표는 비밀로 진행된다. 교황 후보는 추기경이나 주교 아닌 사람도 될 수 있지만, 최소한 4~5개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어야 한다. 투표는 3일간 오전 오후 각 2차례씩 하고, 하루 쉬는 방식을 반복한다.
직사각형의 투표용지 위에 ‘나는 교황을 뽑는다’란 라틴어 문구가 인쇄돼 있다. 그 아래에 이름을 적은 뒤 두번 접어 ‘파테나’라는 둥글고 큰 쟁반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투표함인 성배(聖杯)에 밀어넣는다.
투표가 끝나면 3명의 검표원 중 두 사람은 투표용지를 펴서 기록하고, 한 사람은 모든 참석자들이 듣고 기록할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친다. 3분의2 득표자가 없으면 투표는 무효가 되고, 용지는 소각된다.
하루 쉬는 날, 추기경들은 기도하거나 비공식 모임을 갖는다. 서열에 따라 선임 추기경에게서 짧은 영성적 권고를 듣기도 한다. 숙소로 돌아온 추기경들은 자유시간을 갖지만, 신문·잡지·TV·라디오 접촉은 할 수 없다. 인터넷도 금지된다. 방마다 전화가 있지만, 외부 통화는 못한다. 비밀을 누출하면 차기 교황에 이해 파문된다.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와 간호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인정할만한 중병(重病)이 아니면 그곳을 떠날 수 없다.
쉬고나면 투표는 속개된다. 일곱번 투표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쉬면서 기도하고 토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후보군은 좁혀진다. 하지만 일체의 선거운동이나 담합은 금지돼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과반수나 결선투표로 정하기도 한다.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들>

◆새 교황의 수락과 즉위
새 교황 선출이 끝나면 수석추기경이 선출된 사람에게 다가와 “교회가 교황으로 뽑아준 것을 받아들이겠습니까?”하고 묻는다. 그가 “받아들입니다”고 하는 순간, 그는 교황이 된다. 새 교황이 이름을 선택해 문서로 작성하면, 모든 추기경들은 그에게 경의와 순종을 표명한다.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를 잘 포착하기 위해 언론사들은 고층빌딩의 ‘명당(明堂)’ 쟁탈전이 벌어진다. 가령 쌍안경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의 교황 거처까지 볼 수 있는 아트란트 스타 호텔 꼭대기가 그런 곳이다. 콘클라베가 끝난 뒤 흰옷을 입고 시스티나 성당을 나오는 사람이 새 교황이다.

◆차기 교황, 유럽이냐 제3세계냐
차기 교황 선출에 열쇠를 쥔 117명의 추기경을 대륙별로 보면, 유럽(58명) 중남미(21명) 북미(14명) 아프리카(11명) 순이다. 유럽쪽의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유럽 국가 중 특히 이탈리아가 20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독일·스페인(각 6명), 프랑스(5명)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3세계에서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특히 10억 신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미쪽의 희망이 높다. 중남미(추기경 21명) 국가중 브라질과 멕시코(각 4명), 콜롬비아(3명)의 열망이 뜨겁다. 아프리카에서는 2000만명의 신도를 가진 나이지리아(2명)의 요구가 강하다. 아프리카 투투 대주교는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나오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추기경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변수가 많다. 시대적 상황과 각계의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차기 교황은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2 Comments

  1. 줄라이

    2005년 4월 6일 at 3:38 오후

    교황을 선출하는 방법이 무척이나 힘든과정이네요…..   

  2. 지해범

    2005년 4월 6일 at 10:58 오후

    어떤 결과가 권위를 가지려면 그 과정이 신비롭고 극적이어야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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