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유럽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 China Inside
유럽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유럽인들이 요즘 행복하지 않은 이유/조선일보 ‘태평로’/11.3

<테네시 윌리엄스>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1947년 작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는 ‘폴락’이란 단어가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 단어에는 ‘더럽고 천한 폴란드인들’이란 어감이 담겨있다. 뉴올리언스가 배경인 이 연극에서 미국 남부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여주인공 블랑쉬는 폴란드 출신의 육체노동자인 제부(弟夫) 스탠리를 ‘폴락’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이 극본이 발표된 지 50년도 더 지난 지금,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 출신 노동자들이 서유럽에서 또다시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 들어 프랑스와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EU(유럽연합) 헌법안을 부결시켰는데, 그 배경에는 폴란드 출신 배관공과 헝가리 출신 미용사 등이 대거 몰려와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

프랑스·네덜란드인들이 EU 헌법안을 부결시킨 것은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 논쟁’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에 동참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라는 명제는 지금 유럽 각국의 공통적 고민거리가 돼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총선이었다.

지난 9월18일 실시된 총선에서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기사당 연합에 패배했다. 슈뢰더 총리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앵글로 색슨 주도의 글로벌화(化)를 거부하고, ‘사회적 공정(公正)을 중시하는 유럽’ 건설을 표방해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10%에 달하는 실업률과 1%의 경제성장률은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지난 9·10월 잇따라 실시된 폴란드 총선과 대선은 ‘글로벌화’에 대한 폴란드 국민들의 고민을 보여주었다. 9월 25일 총선에서 폴란드 유권자들은 18%의 실업률에다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집권 좌파동맹을 심판하고, 시장지향적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은 우파 정당들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세계화’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하지만 10월 대선에서는 2개의 우파 정당 가운데 실업자와 연금생활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보장 확충 공약을 내건 법과정의당의 레흐 카친스키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세계화는 추진하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도 동시에 요구한 셈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세계화’ 문제에 대한 대립은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 교외 햄튼 코트에서 열린 비공식 EU정상회담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세계화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유럽연합이 개혁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하루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이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유럽이 단순한 자유무역지대로 전락하는 것을 프랑스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합의없이 끝난 이날의 정상회담을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0개의 다리(EU회원국 25개국을 지칭)만 있고 뇌는 없는 유기체’라고 비꼬았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 모델을 자랑해온 유럽이 ‘세계화’ 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역내(域內) 경제와 높은 실업률, 중국·인도경제의 급부상 등으로, 더 이상 고(高)비용 복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행복 끝, 고생 시작’인 셈이다.

유럽 스스로 버릴지 말지를 고민하는 사회모델을 노무현 정부가 따라가려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빈부격차와 사회안전망 문제는 꼭 개선돼야 하지만, 정책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려면 유럽의 고민을 눈여겨 봐야 할것이다./hbjee@chosun.com

1 Comment

  1. e-기원

    2005년 11월 3일 at 3:43 오후

    유럽의 고민을 눈여겨 봐야 ……….
    그럼요. 정책의 시효 그리고 역효…잘 살펴야 겠지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