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본문스크랩]    [태평로] 중국 과학영웅의 추락 - China Inside
[본문스크랩]    [태평로] 중국 과학영웅의 추락

[태평로] 중국 과학영웅의 추락


▲ 지해범 국제부장

중국어에 ‘한신(漢芯)’이란 단어가 있다. 한나라 한(漢)에 골풀 심(芯). 심(芯)은 원래 등심초란 뜻이지만 요즘은 ‘반도체’란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래서 ‘한신’은 ‘중국의 반도체’, 즉 외국산이 아니라 중국인 스스로 만든 ‘토종 반도체’란 의미가 된다.

중국인의 자부심이 듬뿍 담긴 이 신조어(新造語)는 2002년 8월경 언론에 등장했다. 상하이(上海) 교통(交通)대학 내에 ‘한신(漢芯)과학기술공사’란 기업이 설립됐다. 푸젠(福建)성 출신의 천진(陳進·38)이란 젊은 과학자가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돌아와 세운 학내 벤처기업이다. 모토롤라 쑤저우(蘇州)설계센터에서 일하던 그는 정부의 해외파 영입 정책에 따라 2000년 교통대학 교수로 임명돼, 32살의 나이에 마이크로전자공학대 학장까지 맡았다.

한신과기공사는 2003년 2월 “독자적인 디지털 신호처리 반도체(DSP)인 ‘한신(漢芯)’을 개발했다”고 발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반도체는 초당 200만회의 명령 수행 속도를 가졌으며, 기존 반도체보다 에너지 효율이 2배 높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토종 반도체’에 목말라하던 중국 정부는 흥분했다. “한신이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반도체를 대체할 것이다. 이로써 반도체 역사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기술 대외 종속에 자존심이 상하던 13억 중국인들도 “반도체 산업의 외국 지배 시대는 끝났다”며 열광했다.

천진은 일약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 언론은 “모토롤라 미국 연구소에서 그는 중국 대졸자의 200배가 넘는 연봉을 받았으나, 이를 마다하고 묵직한 가방과 머릿속의 지식, 그리고 가슴의 뜨거운 열정만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며,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정부는 그에게 최정상급 학자에게 주는 ‘창장(長江)학자’란 호칭을 부여하고, 1억위안(약 120억원)의 기술개발금을 지원했다. 이듬해 그의 연구팀은 성능이 개량된 한신 2~5호를 잇달아 발표, ‘한신’은 보통명사화됐다.

하지만 작년 말 한 전직 동료 연구원이 인터넷에 ‘한신은 가짜’란 내용을 올리면서 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교통대학측은 처음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몇 달간의 조사 끝에 지난 13일 “토종 반도체 ‘한신’은 모두 가짜”라는 충격적 결과를 발표했다. 신화(新華)통신에 다르면, 그는 대만 소재 모토롤라 자회사의 반도체 칩을 구입해 영문 로고를 지우고 ‘漢芯(Hanxin)’이라고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 사태 이후 중국 언론을 보면, 실망한 중국인들의 비난의 화살은 ‘추락한 영웅’에게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과학자 한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고 해서, 중국에서 제2의 ‘한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중국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나라다. 외국 박사를 우대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파격적인 대우 뒤에 조속히 결과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을 “조급성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조급성’은 과학기술 후발국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기초과학에서 월반(越班)은 쉽지 않다. 중국인의 좌절감은 기술 후발국의 숙명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느냐 여부일 것이다. 성급한 성과주의를 극복하고 객관적인 연구 검증 시스템을 확립한다면, 이번 사태는 오히려 중국에 약이 될 수도 있다.

지해범 · 국제부장
입력 : 2006.05.24 18:56 22′ / 수정 : 2006.05.25 02:32 27′

5 Comments

  1. Lisa♡

    2006년 5월 25일 at 11:58 오전

    그렇게 해서라도 영웅이 되고 한 몫 잡아 보려는
    사람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군요~~   

  2. 지기자

    2006년 5월 25일 at 1:27 오후

    허공에 뜬 영웅의 명성, 그동안 불안하지 않았을까요?    

  3. 그냥

    2006년 5월 27일 at 4:22 오전

    황우석이나 천진(陳進)의 경우는
    과학자 자신에서 발생된 조급함이라기보다
    언제나 쫓기는 정치의 조급함이 과학자에게 전입된 현상은 아닐런지요?
    과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점도 있을것 같은데….

    정치의 조급함이 훌륭한 과학자라는 귀중한 자산을 까먹어 버리는
    반 사회적 부작용이 아닐까요?
       

  4. 악어

    2006년 6월 3일 at 12:01 오후

    그냥님 말씀도 일리있네요,,그래도 닭(과학자)이 달걀(정치)보다 조금은 먼저일 듯 합니다만,,   

  5. 악어

    2006년 6월 3일 at 12:05 오후

    꾸벅,,,지기자_부장님(?),, 저는 예전 L모그룹 회장실 사원-대리시절 가끔 취재 요청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후로 독자로서 나름, 열심히 부장님 기사나 칼럼 읽어왔죠,,
    이젠 블로그도 애독, 탐독할까 합니다.^^ [권오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