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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국을 빨아들여요”

"중국이 한국을 빨아들여요"/전문기자칼럼/2007.1.31

지해범기자

전국의 중·고교 선생님 50여명이 전경련과 조선일보가 마련한 ‘중국경제체험단’의 일원으로 지난 21일 상하이(上海)에 도착했다. 이튿날 선생님들은 푸둥(浦東)의 미국계 반도체 회사 S사를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회사의 메모리 기술개발 책임자는 한국인 K박사였다. 그는 “나를 포함해 이곳에 한국인 연구원 40여명이 일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IMF 때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한국은 엔지니어(기술인력)를 푸대접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2005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 회사를 방문했을 만큼 반도체산업에 관심이 많다. 또 회사는 인재를 잡아두기 위해 자녀들을 위한 국제학교도 설립했다.”

K박사는 “한국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할지 모르지만 기술유출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상품과 인재의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에 한국이 두뇌유출을 막으려면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풍토부터 길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고급두뇌까지 ‘중국행’을 선택한다는 데 적잖이 놀란 선생님들은 23일 수저우(蘇州)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의 중국인 직원은 3265명. 선생님들이 물었다.

한국공장과 비교해 생산성은 어느 정도 되나요?

80~90%입니다.”

임금 수준은?

“약 10분의 1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현재의 2배 규모로 생산라인을 증설, 3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날 우시(無錫)의 하이리스(海力士·하이닉스의 중국명칭) 반도체공장에서도 선생님들은 공장증설 소식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생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닌가요?

“우선 기업으로서는 제품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한국에 남아있으면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을 외국 기업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2만 달러 소득수준에 맞는 산업구조와 인재양성, R&D 투자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국내에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겠지요.”

한국에서는 정부가 공장 증설 허가를 미루고 그로 인해 지역갈등마저 발생했는데, 중국은 어떤가요?

“시(市)정부 지도자들은 이곳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수백 건의 인허가를 신속히 끝내주었고,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해결해 줍니다. 중국 공무원들의 서비스 정신은 프로급입니다.”

한국인 직원(489명)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사원 자녀들은 이곳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교육의 질과 시스템이 좋아 한국보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싸고 주거환경도 괜찮아 중국으로 오겠다는 희망자가 많습니다.”

중국 방문 마지막 날, 선생님들은 세미나에서 이런 느낌들을 토로했다.

“중국이 한국을 빨아들이고 있어요. 기업뿐만 아니라 초·중·고생과 최고급 기술인력까지. 블랙홀 같아요.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낍니다. 장차 우리 아이들 취직은 어떻게 될지.”

“중국은 비전을 가진 지도자와 엘리트 관료들이 국가발전에 매진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자만하고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인천공항에 도착한 선생님들은 “4박5일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이번에 느낀 점들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면서도 “중국의 급부상 속에 한국의 생존전략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공항을 나섰다.

/hbjee@chosun.com

9 Comments

  1. 청풍명월

    2007년 1월 31일 at 5:46 오후

    음,, 엄청 심각한 일입니다. 엄청,, 그 옛날에는 미국 박사님들을 읍소하여, 혹은 애국심에 호소하여 한구으로 모셔 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에 있는 분들 마져, 나가시는 상황이니.. 아,, 참 갑갑합니다.

    IMF라, 그 이전까지 입안의 사탕까지 빼줄 듯이, 가족이니 뭐니 하면서 애사심을 강조하던 사장님들이 어느 날, 회사 어려우니 짐싸라고 할때 피 눈물 흘린 사람들 정말 많았지요.

    피눈물… 아,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그리고 그런 사태에 이르도록 뭣도 모르고 괞챦다고 하던 높은 분들, 그분들 다들 아직도 안녕하신 모양입니다. 아, 세상사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사기(史記)라는 책에,, 세상은 착하게 사는 군자는 굶어 죽고, 악한 무리들은 대를 이어 잘 먹고 잘사니 이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

    슬픈 일입니다.    

  2. 청풍명월

    2007년 1월 31일 at 5:47 오후

    저의 블러그에도 이야기를 하였지만, 참 큰일 났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저리도 대외 원조 활동을 강화하는데, 열심히 찾아 다니면서 제 3세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데,, 우리는 어쩌면 남의 다리 긁으면서 시원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지해범

    2007년 1월 31일 at 6:23 오후

    학교 선생님들도 4박5일만에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는데, 이 정권 담당자들은 바깥세상에 눈을 감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 만평이 촌철살인으로 꼬집었더군요. 기업은 20~30년후를 걱정하는데, 이 정권은 20~30년전 역사나 캐고 있다고…   

  4. Lisa♡

    2007년 1월 31일 at 6:54 오후

    정말 실감나는 말입니다.
    저도 중국에 가면 언제나 블랙홀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지요~~
    어떡하면 우리가 우리의 미래인 애들에게
    올바른 교육과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을까요.
    중국은 무서운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5. 최홍섭

    2007년 1월 31일 at 9:23 오후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전문기자칼럼,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6. 공간사랑

    2007년 1월 31일 at 9:58 오후

    이런 글 여기저기 가져다 붙이고 싶은데 복사가 안 됩니다. 어떻게 좀 해주세요.   

  7. 지해범

    2007년 2월 1일 at 1:19 오전

    공간사랑님,
    가끔 제 글이 다른 사람의 글처럼 바뀌어서 여행사 사이트 등에 올라있는 것을 본 뒤로, 복사가 안되도록 해놓고 있는데 이 글은 퍼나르기 해도 괜찮다고 보고, 바꿔놓았습니다.   

  8. 그냥

    2007년 2월 1일 at 2:55 오전

    우리의 기술과 자본이 중국으로 빨려들어가는 문제는 시각을 좀 넓힐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의 상당 부분은 우리에 앞서 대만과 일본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물론 핵심기술까지 다 옮기지는 않고 중국 자체 개발로 어지간히 따라온 것을 한 발 앞서 옮기는 것이지요. 중국 기술개발팀들의 김을 빠지게하는 효과도 있겠지요.

    그러나 진짜로 안타까운 일은……
    우리의 이런 훌륭한 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악독한 김정일정권이 평양에 버티고 있는 한 이런 상황은 조금도 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포스트 김정일시대의 북한을 좀 더 세밀히 그려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9. 이영태

    2007년 2월 1일 at 11:33 오전

    "이제 한국은 2만달러 소득 수준에 맞는 경제구조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정답입니다. 내줄건 빨리 내주고 앞으로 뛰어 가야 합니다.
    아직까지 가발, 합판 붙들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리고 임금수준이 오르는 것은 순기능이 있습니다.
    지금 임금 10만원이라면 아직도 봉제산업 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하이닉스 문제에 대한 언급 중에서 "공무원의 열정"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이닉스 이천공장 문제의 본질은 "공무원의 열정"이나 문제해결 의지가 아니지요. 구리 오염수 미정화 방류가 본질이지요. 잘 풀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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