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본문스크랩]    “비대해진 관료주의는 국가 경쟁력 갉아먹어… 정부 축소가 바로 개혁” - China Inside
[본문스크랩]    “비대해진 관료주의는 국가 경쟁력 갉아먹어… 정부 축소가 바로 개혁”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채희승 인턴기자·뉴질랜드 오클랜드대 3학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2.25 04:10

"정치적 리스크(위험부담)를 지지 않으려는 ‘점진주의’야말로 국가 번영의 최대 적(敵)입니다. 패러다임을 뒤엎는 정치·경제·사회적 혁신은 관료주의가 하지 못하는 정지지도자만의 임무입니다."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2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가한 폴 키팅(64·1991~1996년 재임) 전 호주 총리는 지난 21일 회의장인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정치는 국민들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키팅 전 총리는 그 스스로가 호주 정치에 있어서 하나의 ‘실험’이었다. 1983~1996년 재무장관과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의 최대 기반인 노조에 치명타를 입히면서까지 노동·금융 개혁을 주도했다. 노동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환율·관세·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규제를 풀었고, "비대해진 관료집단은 소득증가와 경제성장을 갉아먹는다"며 28개 중앙부처를 16개로 통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가 재무장관으로 재임한 해부터 25년간 호주는 30%의 실질 소득(real income) 성장률을 이뤄냈다. 20세기 이후 가장 큰 소득 성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17년간 연평균 4%의 지속적인 GDP(국내 총생산) 성장을 이뤘고 인플레이션은 2.5%에 불과했으며, 실업률은 최저치를 찍었다. 그는 "총리 시절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올 때마다 한국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나라임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금융과 노동시장을 혁신해 부국(富國)으로 성장한 호주의 경험이 한국의 새 정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융시장에서 의미 없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금융동맥을 막고 있는 규제를 뚫어서 경제의 근육에 혈액(자본과 금융서비스)이 빨리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가 많으면 돈은 소수의 기득권층에만 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규제 완화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생기고 돈이 잘 돌아야 사람들이 쉽게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고,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이 분배될 수 있다."

―규제완화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금융이 외국자본에 의해 종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보호주의를 지지하는 지도자는 국민들로 하여금 인기는 얻겠지만, 소득과 경제성장은 바닥을 찍을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면 경제의 어떤 부문에서 수익이 창출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희소한 자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금융규제와 관세, 경직된 노동시장은 경제의 특정 분야를 실제 이상으로 뻥튀기해 결과적으로 GDP를 갉아먹는다. 모두가 아는 얘기지만, 너무나 많이 간과되고 있다."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남용됐다. 결국 연체율이 상승해 서브프라임 모지기에 투자한 펀드와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손실을 봤고, 이는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번졌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호주는 금융혁신을 단행하면서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계속 해결해 왔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며 우리가 얻은 교훈은 아무리 애써도 부실한 신용(bad credit)을 우량한 신용(good credit)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고객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 것으로, 모든 정부 당국자가 극복해야 할 사안이다."

―최근 25년간 호주는 실질 소득 상승률이 30%에 달했다. 비결이 무엇인지.

"지도자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도 실질 소득을 높이는 최적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이 가장 높은 직종이 임금이 가장 높다. 지속적 투자와 재교육을 통해 노동자들을 이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낮은 비용을 통한 저임금 경제는 바보라도 운영할 수 있다. 나는 교육의 힘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가 도시화하고 서비스가 경제의 핵심 축이 되면서 교육이야말로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통로다. 한국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의 저소득 국가와 경쟁해선 안 된다. 국제적인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생산성 위주로 짜여지는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물론이다. 사회적 입지가 너무 약해 임금을 협상할 능력이 없는 계층(여성, 미숙련 노동자, 미성년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있다. 이들이 부유층에 의해 착취되지 않도록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고,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민사회의 근간이다. 사회복지 예산도 중산층 전체가 아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미국은 기회의 용광로라 불리지만 실질소득은 상승한 적이 없고,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최상위층만 그 혜택을 받았다. 이는 미국사회가 지닌 모순이다. 가족 단결이 중시되고, 가정경제가 국가의 기본 단위가 되는 한국사회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부처를 26개에서 18개로 줄였는데.

"정부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불필요한 곳에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했다. 정치지도자는 비대해진 관료집단에서 오는 관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관료들은 기존 시스템을 유지시켜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조금씩 정치권력을 잠식해 들어 간다. 때문에 관료주의가 팽배한 국가들은 혁신이 어렵고, 소득증가와 경제성장이 더디다."

중국경제의 성장이 무섭다.

"미국은 3%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중국은 작년 11%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4400억달러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매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죽을 필요가 없다. 한국중국일본이 취하는 경제정책 중 좋은 것만 취사선택해 균형적인 발전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균형 없는 성장만을 추구해 왔으며, 수출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의 기반이 약해 수출·생산·국내 수요 사이의 최적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는 "경제적 개혁·개방과 (중국의) 공산주의 독재는 양립할 수 없다"는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화제가 됐는데.

"오자와 대표가 그렇게 얘기한 것은 안타깝다. 일본이 나서서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한다면 중·일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고, 서로 화해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구가 고령화하고 줄어드는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일본의 과거지향적 세력은 중·일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5일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리더십’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리더십이란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는 ‘상상력’과 이를 현실 정치에 적용시킬 ‘추진력’에 달렸다. 내가 총리 시절 밀어붙였던 일련의 혁신도, 좋은 아이디어와 실행력, 그리고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노조를 설득하는 용기의 힘에서 나온 것이다. 지도자가 진정을 담아 충분히 설명하면 국민들은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21세기 한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완전한 고용과 공평한 임금분배이다. 국가는 보호주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금융규제를 철폐하고, 생산성 향상과 투자를 통해 소득도 상승시켜야 한다. 교육을 통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창조적이고 똑똑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결국 한국에 맞는 정책은 한국인 스스로 만들어야겠지만, 혁신과 효율성이 함께 맞물릴 때 국가경쟁력이 뛰어오를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키신저 박사 등 국제적인 리더들이 모여 비전과 통찰을 제시해줬다. 나도 회의에 계속 참관했으며, 많이 배웠다. 새 정권이 취임하기 직전에 이런 회의가 개최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며,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가 이번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금융시장 개혁을 의미하는 여러 말씀을 해준 것은 고무적이다.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신문사가 개최했다니, 조선일보사의 대담함에 놀랄 뿐이다."

▲폴 키팅(Paul Keating)은 누구=밥 호크 총리(1983~1991년) 시절 재무장관을 거쳐 1991~1996년 호주의 제24대 총리를 지냈다. 금융·노동시장의 혁신과 규제 철폐를 통해 최근 25년간 호주가 누린 유례없는 경제성장의 발판을 닦은 ‘호주 개혁의 기수’로 평가받는다. 1944년 시드니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으며, 25세의 나이에 노동당 출신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총리 시절 28개 중앙부처를 16개로 통합하는 등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추진했다.

2 Comments

  1. 지해범

    2008년 2월 25일 at 9:58 오전

    키팅 전 총리는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는 최근 중국을 가보지 않은 것 같다.
    상해 광주 심천 북경 등을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바야흐로 중국 내수시장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 그냥

    2008년 2월 26일 at 12:46 오전

    맞습니다.
    인구 13억의 중국내수 소비시장이 본격화 된다면
    그 규모는 미국시장의 몇배가 될 것인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