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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매운 음식 못먹는게 죄인가요?” - China Inside
“매운 음식 못먹는게 죄인가요?”

‘다문화 대한민국'<1> "매운 음식 못먹는게죄인가요?"

대한민국은 단일민족 국가라는 말은 이제 수정이 필요하다. 국제결혼 이주자,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로 얼굴색이 다른 한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2%인 약 116만 명. 초·중·고교 다문화가정 학생 수도 2006년 9389명에서 올해 2만18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 이미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2%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리라는 울타리보단 그들이란 경계를 먼저 두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국제화 시대, 다양한 인종·문화의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자이크 사회를 이루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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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광초 급식 시간에 이라크에서 온 일라프 양이 같은 반 친구와 다정히 케밥을 나눠 먹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일라프는 학교 급식을 안 먹는다./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

지난 4월 가족과 함께 이라크에서 한국으로 이민온 일라프 양(서울 보광초 1년)의 점심식사는 좀 특별하다. 급식실로 향하는 일라프의 손엔 늘 네모난 도시락과 콜라가 들려있다. 일라프의 주 점심식단은 닭고기로 만든 케밥. 일라프는 이슬람교에서 썩은 고기와 피, 돼지고기를 못 먹게 해요. 제가 혹시 모르고 먹을까봐 아빠가 도시락을 싸줘요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터키인인 같은 학교 세라 준불 양(5년)은 9월 한달간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단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본인인 이영환 군(10세·가명)은 한국의 매운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이 군은 엄마가 해주는 일본식 라면이나 스시 등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이 군은 급식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하려고 노력하지만, 매운 음식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은 문화적 차이이다. 태어난 나라 또는 부모에게서 익힌 가치관과 종교, 음식 등의 문화가 한국의 것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이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이들을 맞는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가 지난해 2~6학년 8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10명 중 3명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친하게 지내기 어려운 까닭으로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를 꼽았다.

언어 장벽 역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큰 장애물이다. 한국어가 능통하면 어떤 문화적 차이도 이야기로 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학교생활에까지 문제가 생긴다. 엄마가 필리핀인인 최민호 군(8세·가명)은 수업 시간에 책도 펴 놓지 않고 친구들에게 장난을 건다. 준비물은 한 번도 챙겨온 적이 없다. 최 군은 말은 하지만 들은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엄마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아빠와 이혼 한 뒤 파출부 일로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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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벽은 친구들과의 거리감을 만든다. 일본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온 박수진 양(13세·가명)은 엄마가 일본인이어서 집에서는 주로 일본어를 쓴다수업시간에 한국말을 배워도 집에서 잘 안 쓰니까 금방 잊어먹게 되고, 제가 말하면 친구들이 일본인 같다고 놀려서 얘기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준식 관장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대부분은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에 의해 가정 교육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조영달 교수(사회교육과)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는 학교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명절이나 옷 입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느낀다. 나정미 양(12세·가명)은 추석 때 집에서 한국식으로 제사를 지내지만, 너무 엄숙하고 재미가 없다. 일본 명절은 축제가 많고 경쾌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필리핀인인 A 씨는 옷 문제로 아이와 다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필리핀식 옷을 사 입히면 아이가 친구들의 놀림을 받아 투정을 부리곤 한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연구를 맡고 있는 보광초 최인숙 선생님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국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우리나라 학생들도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림 기자 cf1024@chosun.com

[이글은 소년조선일보11월4일자 1면 ‘다문화 대한민국’시리즈 <1>로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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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Lisa♡

    2008년 11월 9일 at 5:35 오후

    담원님.

    요즘 이슈를 다루는 글이라
    정말 재미있고 정독하게 됩니다.   

  2. 김진아

    2008년 11월 9일 at 11:26 오후

    오늘 청소년학교캠프를 다녀와서..
    지나간 신문부터 찾아서 다시금 읽고..잠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만화부터 찾던 녀석들이..
    나의 도전기코너의 연재가 재밌다고 하더니..
    조금씩..세상이야기에 눈을뜨는것 같아요..

    좋은 이야기,꼭 필요한 이야기..
    늘 감사드립니다.

    석찬인, 외국인선생님이..아이들의 욕을 이해하지 못해서,
    무슨 뜻인지 설명해달라는 말에..땀을 뻘뻘 흘렸다며..
    이젠 스스로 욕이 참 좋지 않은 단어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3. 담원

    2008년 11월 10일 at 10:26 오전

    리사님, 고맙습니다.
    어제는 한 방송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다루더군요.   

  4. 담원

    2008년 11월 10일 at 10:30 오전

    진아님이 쓰신 댓글을 오늘 아침 부원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세명의 독자(범준이까지 치면 4명?)로부터 환영받는다니,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진아님, 고맙습니다.
       

  5. ariel

    2008년 11월 10일 at 11:06 오후

    제가 11살 때 외국가서는 영어를 못해서
    고생했는데.. 얼마 있으니 수업따라갔지만
    처음에는 참 힘들었어요. 체면 상할 때도
    좀 있었고..ㅋ
    이 글 읽으니 예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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