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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하다 숨졌다”는 경찰 발표에…

"술래잡기 하다 숨졌다"는 경찰 발표에…

—중국 3억 네티즌의 파워

지해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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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둬마오마오 사건의 전개과정을 고양이 그림과 함께 나타낸 중국 인터넷 그래픽>

지난 2월19일 중국은 한 장의 사진으로 발칵 뒤집혔다. 사진은 한 20대 여성이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의 놀이공원에 있는 마오저뚱(毛澤東) 동상에 올라가 무등을 탄 채 마오의 머리를 만지며 웃는 모습이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정신 나간 여자 죽여라 등의 악플로 여성을 집중 성토했다.

한국의 개똥녀 사건과 유사한 이 사건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비판에만 그치지 않았다. 수천,수만 명이 달려들어 신분 추적을 벌여, 사진 속의 주인공이 호남성 주주(株洲)시의 한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예(葉·21세)모씨라는 것을 밝혀냈다.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등 직접적인 위협까지 가했다. 겁에 질린 이 여성은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열흘간 고민하다 2월말 공개 사과했다.

잘못했습니다. 이 일로 아버지로부터 정치교육을 단단히 받았습니다. 요즘 잠을 못 자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며, 잠이 들더라도 악몽을 꿉니다.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무릎 꿇어 사죄합니다.

그녀의 읍소(泣訴)에 국민의 분노는 누그러졌지만, 이 일로 중국 네티즌의 위력은 또 한번 증명됐다. 중국에서 불특정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물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공개하는 것을 인육수색(人肉搜索)이라 부른다.

인터넷 마녀사냥 혹은 인터넷 인민재판으로 번역되는 인육수색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초반. 한 여성이 하이힐로 고양이를 짓밟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화가 난 네티즌들이 신분 확인에 나섰다. 순식간에 사건 장소가 흑룡강성(黑龍江省) 몽북현(夢北縣)이고, 동영상 속의 여성이 이혼한 중년 간호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여론의 질타 속에 그녀는 결국 병원에서 쫓겨났다.

인육수색은 중국 네티즌의 위력을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지난 1월13일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는 2008년 말 현재 인터넷 사용인구가 2억9800만으로 세계1위를 기록했다면서 올 상반기 중에 3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블로그 운영자도 5000만명에 달했다.

티벳 독립운동 50주년이자 천안문(天安門)사건 20주년인 올해, 중국 정부는 3억 네티즌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황금방패(金盾·Great Firewall)라고 불리는 인터넷 감시시스템을 가동, 반정부 내용이나 티벳독립 선동 내용 등은 가차없이 삭제한다. 또 올 연초부터 중국의 인권상황에 비판적인 국제엠네스티와 BBC 등 사이트의 접근을 봉쇄했다. 홍콩대학에서 중국미디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반두르스키(Bandurski) 교수는 올해는 민감한 여러 사건들이 경제위기와 겹쳐 중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이 공산당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3억 네티즌들이 언제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천성(四川省) 대지진 때 중국 네티즌들은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와 모금운동에 나섰다. 또 작년 가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버지를 찾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미국 FBI도 놀라는 수사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말의 화남(華南)호랑이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그 해 10월 중국 섬서성(陝西省) 진평현(鎭坪縣)의 농민 조우정롱(周正龍·54세)은 멸종위기에 몰린 화남호랑이 사진을 70여장 찍었다고 신고했다. 발견자에게 주어지는 2만 위안(약300만원)의 포상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한 건 올렸다고 생각한 성 정부는 이 사실을 즉각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가짜 의혹을 제기하며 사진 분석에 들어갔다. 동물학자와 사진전문가, 식물학자, 동물모발전문가, 광학전문가 등 1만 여명의 전문가들이 사진을 샅샅이 해부했고, 70만명의 기자가 이 사건을 보도했다. 그 결과 모든 사진에서 호랑이가 미동(微動)도 하지 않는다는 점과 호랑이 몸집에 비해 나뭇잎이 너무 크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마침내 경찰이 수사에 나서 달력의 호랑이 사진을 이용한 조작 사진임을 밝혀냈다. 농부이자 사냥꾼인 조우씨는 2년6개월형을 받았고, 사실 확인 없이 포상금을 준 13명의 섬서성 공무원들은 옷을 벗었다.

장닝남경주택관리국장.jpg<고급 시계와 담배 때문에 잘린 남경 고위관리>

네티즌들의 수사력은 부패 공무원에 대해서는 더욱 가혹하다. 강소성(江蘇省) 남경시(南京市) 강녕구(江寧区)의 조우쥬겅(周久耕·48) 부동산국장은 작년말 인육수색의 희생자가 되었다. 작년 12월10일 그는 한 인터뷰에서 원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분양하는 개발업체는 물가국과 합동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말해 시민들을 화나게 했다. 한 네티즌이 석달 전 그가 회의에 참석한 사진을 공개하자, 3일만에 7만명의 네티즌들이 달려들어 정밀분석을 벌였다.

그의 왼손에 찬 시계가 10만 위안(2267만원) 짜리 바셰론 콘스탄틴 명품시계이며, 오른손에 든 담배는 한 갑에 150위안(3만4000원) 하는 남경95지존(至尊)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 그가 고급 캐딜락을 몰고 다니고, 매일 두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이며, 그의 친척이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것도 드러났다. 그는 결국 공산당 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해임됐다.

지난 2월 중순 미국 LA타임즈는 중국 네티즌의 정보수집 능력은 FBI(미중앙정보국)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이는 중국인들의 일종의 반부패운동으로서 사회발전의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대유행인 둬마오마오(躱猫猫·술래잡기)란 말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저항에서 나왔다. 지난 1월30일 결혼을 보름 앞둔 운남성(雲南省)의 리차오밍(李교<艸밑에喬>明)이란 청년이 경찰에 구속됐다. 산림 벌목 혐의였다. 이 청년은 교도소에 수감된 지 2주일 만에 숨졌다. 현지 경찰은 청년이 감방에서 동료들과 술래잡기 놀이(둬마오마오)를 하다 머리를 벽에 부딪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둬마오마오리차오밍.jpg

<둬마오마오 사건의 희생자 리차오밍의 신분증>

한국에서 5공 시절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사건과도 같은 발표에, 중국 네티즌들은 국민을 조롱하는 발표라며 둬마오마오란 유행어로 당국을 조롱했다. 또 운남성 정부와 경찰국 홈페이지를 집중폭격했다. 그러자 당 중앙 정치국원이자 정법위 서기인 조우용캉(周永康)까지 나서 의혹 없는 조사를 지시했고, 성 경찰국은 진상조사위원회에 네티즌을 참석시키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마침내 2월말 리차오밍은 간수들의 구타에 의해 사망한 것이 밝혀져, 현지 경찰국 부국장 등 6명이 처벌을 받았다.

둬마오마오네티즌조사단.jpg<조사에 참여한네티즌들>

3억 중국 네티즌은 자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외국 정부나 기업에 대해서는 성난 민족주의의 이빨을 드러내기도 한다. 2008년 4월 프랑스 파리를 지나가던 북경올림픽 성화가 티벳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의해 꺼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反)프랑스 캠페인이 벌어졌다. 모든 중국인은 까르푸 매장에 가지 맙시다란 메시지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급격히 전파됐다. 북경 상해 청도 등 중국 전역의 까르푸 매장 앞에서는 중국인들의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네티즌의 활동에 대해 대다수 중국인은 박수를 보낸다. 공민의 권력 감독권을 높여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논리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인육수색다수의 폭정이란 비판론도 제기된다. 작년 말 부인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된 한 건축설계사는 개인정보를 터뜨린 네티즌과 해당 사이트를 법원에 제소하여 승소했다. 올 1월 18일 강소성 서주(徐州)시는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컴퓨터 정보시스템 안전보호조례를 제정,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탐관오리들에게 숨을 곳을 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네티즌의 파워가 공산당 영도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네티즌의 사냥감이 되면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살아남기 힘들며, 그 거대한 분노의 물결을 공산당 조차도 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립싱가포르대학 동아시아연구소의 쩡용니엔(鄭永年) 교수는 공산당 지도부는 인터넷이 사회불만 세력을 쉽게 운동세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2008년 중국 남부의 택시기사 파업이 그 예라고 말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등장하는 요정 지니 처럼 순식간에 모였다가 사라지고, 때로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포악한 중국의 3억 네티즌들, 한국 기업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hbjee@chosun.com

3 Comments

  1. 풀잎사랑

    2009년 3월 16일 at 12:09 오후

    사이버란 세상이 참 무서운 곳이란걸 새삼 일깨워 주네요.
    더군다나 중국의 네티즌들…
    박수를 쳐 주고도 싶지만,
    자국만을 위한 행위에는 섬찟하기까지 하군요.
    하긴 울 나라도 해악을 끼친 타국에 대해선 그렇게 하겠지만 정도껏이란말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저는 만일 우리나라에 %$#@를 하면 더 할것 같지만요.ㅎ   

  2. 이상민

    2009년 3월 16일 at 11:02 오후

    지해범 기자님의 중국관련 기사를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인명지명을 한국어로 표기할 때 일관성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호남성, 장사, 흑룡강성, 사천성 등으로 쓰니까 훨씬 보기 좋은데 마오쩌뚱이니 조우용캉이니 하는 것은 어색합니다. 모두 다 한국 한자발음으로 일관성 있게 표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지해범

    2009년 3월 17일 at 10:41 오전

    중국 인명지명 표기와 관련, 인명은 중국발음으로, 지명은 한국 발음으로 표기하는 것을 저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어 표기와 관련해서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일관성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기준만 하더라도 신해혁명 이전의 인명은 한국 발음으로, 그 이후는 중국 발음으로 적기로 하는 등,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인명표기는, 가능한한 현지발음에 가깝게 적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참고로, 국립국어원 표기법은 ‘위앤(元)’을 ‘위안’으로 적는 등 현지발음과 동떨어진 표기가 많아, 언론매체에 의해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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