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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수퍼맨’은 우리들 속에 있다 - China Inside
‘수퍼맨’은 우리들 속에 있다

‘수퍼맨’은 우리들 속에 있다

지해범 조선일보 전문기자

apartheid-signage.jpg

<남아공의 유색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보여주는 경고문. "위험! 원주민,인디언,유색인종. 야간에 이 곳에 들어가면 실종될 수 있음. 저격병이 총을 쏘고, 시체는 사나운 개가 뜯어먹음" 등이 적혀있다>

나라가 둘로 쪼개져 첨예하게 대립할 때 이를 어떻게 풀 것인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어르렁대던 두 세력이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푼 성공적 사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몽플뢰르 회의(Mont Fleur Conference)’가 종종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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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케이프타운 외곽에 자리잡은 몽플뢰르 센터. 대학과 기업의 세미나가 많이 열린다.>

‘몽플뢰르 회의’란 1991년 한 흑인대학 교수의 주도로 케이프타운 외곽 포도농장에 있는 ‘몽플뢰르 컨퍼런스 센터’에 흑백 대표 22명이 모여 6개월 동안 ‘남아공의 미래’를 토론한 행사를 말한다. 당시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흑인 분리차별정책으로 악명 높던 나라였다.

소수 백인들은 200년 이상 흑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았고, 그 사이 많은 흑인들이 희생됐다. 1990년 흑인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거세지자, 인구의 10%도 되지않는 백인 정부는 넬슨 만델라를 석방하고 흑인 정당들을 합법화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백인 정권 하에서 가족을 잃은 흑인들은 ‘복수’를 꿈꾸었다.

Apartheid항의시위2.jpg<흑인차별정책에 극렬히 저항하는 흑인들>

이런 시기에 좌파 성향의 흑인 정당과 반정부단체 대표, 강경노조 및 공산당 대표들이 몽플뢰르 센터에서 백인 대표들과 책상을 마주했다. 처음엔 말도 섞지 않던 이들은 차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3개월 동안 30개의 시나리오를 만든 뒤,이듬해 3월까지 4개로 정리했다.

그 중 첫째 ‘타조’ 시나리오는 백인 정부가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흑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미래다. 둘째 ‘레임덕’ 시나리오는 약체정부가 들어서서 눈치만 보다가 개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이카루스’ 시나리오는 의욕에 넘치는 흑인정부가 태양 가까이 날다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처럼 이상주의적이지만 경비가 많이드는 국가사업을 추진하다 재정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마지막 ‘플라밍고들의 비행(Flight of the Flamingoes)’ 시나리오는 모든 세력이 연합하여, 답답하지만 천천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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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이 몽플뢰르 센터에서 회의하는 모습>

4개의 시나리오는 팜플렛과 비디오테이프로 제작돼 모든 정치집단, 시민조직, 경제단체 등에 배포되었고, 이를 설명하고 토론하는 100회 이상의 워크숍이 열렸다. 그 결과 각 세력들은 4번째 시나리오로 의견이 좁혀졌다. 심지어 “백인의 부를 흑인에게 나누면 빈곤은 사라진다”던 아프리카민족회의 등 좌파 정당들도 입장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이 시나리오는 1996년 만델라 정부의 ‘성장과 고용과 재건설’ 정책의 토대가 되었고, 피로 점철된 대결의 시대를 화해와 통합의 시대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몽플뢰르 회의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한국은 지금 비정규직문제, 쌍용차문제, 미디어법문제, 북한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이 숨돌릴 틈도 없이 터져 나오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스레 풀리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해결 능력을 상실해 버렸고, 국민은 둘로 갈라져 서로만 원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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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감옥에서 석방된 직후의 넬슨 만델라. 27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그는 ‘복수’ 대신 ‘화해’의 정치로 남아공을 구했다.>

‘몽플뢰르 회의’ 전과정에 참여했던 아담 카헤인(Adam Kahane)은 ‘어려운 문제 풀기(Solving Tough Problems·한국 번역본 ‘통합의 리더십’)’란 자신의 책에서 “‘복잡성’이 높은 문제는 ‘수퍼맨’이 나타나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당사자들이 모여 스스로 해결책을 ‘창조’하고 실행할 때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이 안고있는 문제들도 18년전 남아공 못지않게 복잡한 것들이다. 이처럼 ‘사회적 복잡성’이 높은 문제는 결국 문제의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AdamKahane.jpg<아담 카헤인>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는 쌍용차문제의 경우, 어느 한쪽이 ‘100% 희생되는’ 해결책이란 없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해고가 불가피하다면, 해고 근로자와 정부(평택시 포함), 지역상공회, 타(他) 자동차회사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재고용 및 재교육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퍼맨’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속에 있다는 생각이다. hbjee@chosun.com

(**이 글은 조선일보 2009년 7월20일자 A30면 ‘전문기자칼럼’으로 게재된 것임.일부표현 추가)

10 Comments

  1. noonoo

    2009년 7월 20일 at 11:55 오전

    인간은요,
    알고보면 너무나도 비슷하고
    또 다들 고만고만하다는 겁니다…

    그게 비극이져.

    왜 좀 더 잘 살고 힘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진보하지 못하는 걸까…

    슈퍼맨은 죽었쪄.
    척추 손상으로…

       

  2. 김진아

    2009년 7월 20일 at 6:47 오후

    ‘수퍼맨’은 우리들 속에 있다.

    제일 기억에 오래 남겠습니다. 미쳐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고,
    그로인해 잃어버리는 것들은 더더욱 많구요..

    ^^   

  3. 풀잎사랑

    2009년 7월 20일 at 10:13 오후

    아침 뉴스를 보는데…
    남아공의 이야기를 다룬…
    인종 차별이 극심한 곳이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단 야그를 하더군요.
    흑인은 출입금지 장소인 스포츠카페(?)같은 곳도 인쟈는 개방이 되어 같이
    월드컵을 우아하게 치루자는 다빔들을 했다던데요?ㅎㅎㅎ~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풀지못하는 숙제가 많겠지요?ㅎ
       

  4. 이예수

    2009년 7월 21일 at 2:26 오후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는 상처투성이의 사람들은 잘되고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능력이 없고 상대를 죽이지도 못하면서 그저 물어 뜯기만 하지요
    자신들의 잘못은 잘못했다하고 상대가 잘한 것은 잘했다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진
    정치자들이 세워져야 하는데…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모든 현상은 국민들이 하나님을 떠나
    자기들의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지요 우상을 섬기며 이기심과 타락의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움이 꽉차 있기 때문에 빛으로 사는 삶의 환경이 조성되기가 어렵지요
    우리의 삶은 영과 영들의 싸움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두움이 충만하면 서로 의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그러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두움은 분열의 조장이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5. 이예수

    2009년 7월 21일 at 2:27 오후

    좋은 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6. 지해범

    2009년 7월 21일 at 2:53 오후

    진아님, 댕겨 가셨네요.
    본격적인 무더위기 시작되었어요.
    진아님 가족 모두 건강하게 여름 나시기를 기원합니다.   

  7. 지해범

    2009년 7월 21일 at 2:55 오후

    풀사님, 이제 햇볕이 쨍쨍 나서 사진기 들이댈 곳이 많아졌겠어요.
    그런데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그 날씬한 몸을 움직이기가 좀…ㅋㅋㅋ   

  8. 지해범

    2009년 7월 21일 at 2:57 오후

    이예수님, 반갑습니다.
    우리 사회에 어두움이 점점 커지는 것은, 마음의 촛불을 든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9. 이정생

    2009년 7월 21일 at 10:14 오후

    제목이 아주 마음에 와 닿습니다. 또한 너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고 화합하지 못하여 서로 죽는 것 보다는 조금씩 희생
    하고 뒤로 물러서 서로 살아야겠지요.
    오늘도 역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0. 지해범

    2009년 7월 22일 at 1:58 오후

    글은 시원찮아도 제목은 잘 달지요. ㅎㅎㅎ
    안타깝게도 이 정부는 평택 쌍용차에서 용산참사를 되풀이하려고 하네요.
    문제를 이렇게 밖에 풀줄 모르는지…참 답답한 정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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