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조선족 동포를 중국인 만드는 한국 정부 - China Inside
조선족 동포를 중국인 만드는 한국 정부

조선족 동포를 중국인 만드는 한국 정부

지해범 조선일보 전문기자

송용혜초단.jpg

<재중동포 바둑기사 송용혜 초단>

‘쑹룽후이(宋容慧), 퍄오원야오(朴文堯)’
한국 언론에 가끔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표기로만 보면 영락없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바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재중(在中) 동포 바둑기사란 사실을 안다. 두 기사가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우리 언론이 고민하는 게 있다. 이들의 이름을 어떻게 적을까 하는 문제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이들의 국적이 중국이므로 ‘쑹룽후이’ ‘퍄오원야오’로 쓰는 게 맞다. 또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사는 ‘연변(延邊)’도 중국식으로 ‘옌볜’이라고 적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귀에 익은 우리식 발음이 아니라 중국식으로 읽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게다가 이들이 같은 민족이므로 ‘한국식’으로 적어야 한다는 반론도 강하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은 자기 기준에 따라 제각각 적는다. ‘쑹룽후이(宋容慧·송용혜)’라 쓰기도 하고, ‘송용혜(宋容慧·중국명 쑹룽후이)’라고 길게 적는 곳도 있다.

이런 혼란의 근본 원인은 ‘중국어 표기법’이다. 이 표기법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학자들이 시간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겠지만, 조선족 동포의 인명과 거주지 지명은 그에 앞서 먼저 통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역사왜곡과 백두산 주변지역 개발이 가속화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조선족 동포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적자고 제안한다.

강동윤과박문요.jpg

<2008년 11월26일 농심배에서 강동윤(왼쪽)9단과 대국하고 있는 박문요 5단(오른쪽)>

첫째, 대다수 조선족 동포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고, 주변 사람들도 ‘한국이름’을 부른다. 가령 중국 내 북한문제 전문가인 북경 모 대학의 조(趙)모 교수나 사회과학원의 박(朴)모 박사는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과 얘기할 때 "나 조(박)아무개야"라고 하지 "나 자오(퍄오)~야"라 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의 ‘원음주의’에 따른다 해도 ‘한국식 발음’을 원음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중국 내 조선족 언론매체들도 ‘한국식’으로 읽고 적는다. 길림(吉林)신문·연변(延邊)일보·요녕(遼寧)조선문보 등 동포신문들은 위의 두 바둑기사를 ‘송용혜·박문요’라고 적지, ‘쑹룽후이’ ‘퍄오원야오’라고 표기하지 않는다.

셋째, 중국 정부 역시 소수민족들의 언어와 문화 풍습을 존중하며 민족언어의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 결과 길림·흑룡강·요녕성의 조선족 자치지역에서는 한국어가 중국어와 함께 사용되고, 거리에는 한글 간판이 즐비하다. 200만 재중 동포들은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서울말을 배우고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를 따라부르며 ‘정체성’을 확인한다.

가오쿤3.jpg

<20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국계 영국인 가오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조국이라는 한국 정부는 오히려 이들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적으라고 강요한다. 이름을 어떻게 부르고 적느냐는 것은 개인을 넘어 집단의 ‘정신’을 좌우하는 문제다. 일제 때 우리 조상들이 창씨개명에 저항했던 것도 이름에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370여년 전 중국대륙을 정복한 만주족(滿洲族)은 1949년 공산화 이후 한자 이름으로 개명한 뒤 지금 언어마저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반대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탄 영국 학자 ‘찰스 가오’를 중국 신문들은 그동안 ‘高錕(가오쿤)’으로 표기했고, 그는 90년대 중국 과학발전에 음으로 양으로 크게 기여했다. 이름 표기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까지 재중동포를 ‘중국인’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국내 한 방송사는 한국어가 유창한 조(趙)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마치 중국인인 것처럼 중국어로 말하게 하고 TV 자막에 한글을 넣었다. 한 신문도 그의 칼럼에 중국식으로 이름을 적었다. 조선족 학자를 중국인으로 위장해야 더 권위가 있다고 본 것일까? 국가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지 않은 현행 표기법의 수정이 시급하다. /hbjee@chosun.com

9 Comments

  1. 寒菊忍

    2009년 11월 16일 at 1:39 오후

    정확한 지적입니다.
    여기에는 얼치기 중문과 교수들도 일조하고 있지요.

    그리고 차제에 중국 지명과 인명들에 대해서도
    한국어 표기 운동이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2. 김진아

    2009년 11월 16일 at 3:05 오후

    네, 맞습니다.

    이름에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말씀,
    우린 너무 지나치게 구별짓고 끼리끼리로 뭉쳐서
    어느 한쪽을 편애하는 마음이 도가 넘어서고 있습니다.
    엉뚱한데에서 민족 찾는 사람들 보면 기가 찰 노릇이지요..   

  3. jhkim

    2009년 11월 16일 at 4:18 오후

    옳고 바른 아니 정확한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생각없이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자기 기준으로 상황을 정리하여
    우리주위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들이 얼마나
    지해범기자님의 예리함과 섬세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기에 내버려두겠다는 나그네식의 사고들을
    이제는 고쳐야합니다
    얼마전 김우겸친구와 잠깐 지해범기자님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이야기를 하시더라고 말하더군요
    고향사람이 이렇게 반가울수가요
    즐거움이 함께하소서   

  4. 별가람

    2009년 11월 16일 at 5:49 오후

    옳은 말씀이다. 外國의 固有名詞라 할지라도 韓國語의 外來語로서 적고 말하는 한, 그 發音은 韓國語의 言語 體系에 따라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外來語는 外國語가 韓國語에 歸化한 것이므로, 마땅히 韓國語 言語 體系에 맞게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다.1) 따라서 ‘西藏’을 中國에서는 비록 ‘시짱’이라 할지라도 韓國의 外來語로서는 ‘西藏’이라고 표기하고 [서장]이라고 발음해야 韓國人 간에 意思疏通이 가능해진다. 또 ‘西大寺’가 비록 日本에서는 ‘세이다이지’일지라도 韓國의 外來語로는 ‘西大寺’라고 표기하고 [서대사]라고 발음해야 韓國人 간에 ‘西大寺’라는 의미가 소통될 수 있다.2)

    오늘날 韓國人은 현행 ‘外來語 表記法’에 때문에 漢字語 고유명사를 하나하나 國籍을 따진 다음에 韓國語가 아닌 外國語 體系에 맞추어서 그 發音을 적고 또 말하고 있다. 곧 韓國人은 韓國 漢字音․ 中國 漢字音․ 日本 漢字音[訓讀과 音讀] 네다섯 가지를 모두 다 공부해 두고, 漢字語 고유명사를 적고 읽을 때마다 그 낱말의 國籍을 일일이 가려서 적고 또 發音해야만 한다. 이것은 엄청나게 不便한 일이기 때문에 온 국민이 이 ‘外來語 表記法’ 표기법 때문에 큰 苦痛을 겪고 있다.    

  5. 풀잎사랑

    2009년 11월 16일 at 7:21 오후

    어느 날 갑자기 중국식 발음으로 써 놓길레 망연했던 적도 있었네요.
    우리 교포라면 당근, 우리 말로 적어 주고 불러줘야 되는 것 아닐까요?   

  6. 김건수

    2009년 11월 17일 at 1:56 오후

    이게 다 한글전용론자들이 만들어 놓은것 아닙니까? 그래야(중국식 발음으로 표기해야)한자가 들어갈 틈이 없으니까요.    

  7. nora

    2009년 11월 17일 at 2:20 오후

    이나라는 얼이 빠진 족속들만 사는 얼치기들 뿐입니다 우리 발음으로 써야지요 북경 남경 상해 감숙성 하남성등 북한은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 합니다 대한민국정부 기관요원들은 모두 정신빠진 인간들뿐이요 대통령자체가 전과14 범이라니… 이런 미친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세종시도 이미 옛날에 모두 공청회 국회심의 다 거친것을 왜 제맘에 들지않는다고 법을 유린하려 듭니까? 4 대강은 법율로도 돼 있지않은것을 굳이 강행하려들고… 국민뜻을 어기는게 이명박 취미냐? 뭐 하나 제대로 된것이 하나도 없어…   

  8. 지기자

    2009년 11월 17일 at 10:32 오후

    자기의 블로그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은 채 남을 비방하기 위해 다는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판을 하려면 글을 정확히 읽고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이해한 다음 비판하기 바랍니다.   

  9. 실브라인

    2010년 4월 2일 at 11:23 오후

    아주 좋은 글이고 적절한 지적입니다   

댓글 남기기